배우 박호산과 ‘슬기로운 감빵생활’, 그리고 ‘문래동 카이스트’ [인터뷰①]
입력 2018. 01.22. 08:33:52
[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감’)’이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하며 화제 속에 종영했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의 부진 속 케이블 채널의 한계를 깨고 지상파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둔 ‘슬감’은 조주연의 경계 없이 모든 출연 배우들이 탄탄한 서사로 주목받으며 브라운관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배우들을 대거 조명했다.

콘셉트가 확실한 캐릭터들의 향연 속에서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는 ‘문래동 카이스트’였다. 주인공 김제혁이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넘어와 2상6방 생활을 시작하면서 등장한 ‘문래동 카이스트’는 트레이드마크인 혀 짧은 발음과 욕을 남발해도 미워할 수 없는 천진난만한 성격 덕분에 시청자들의 ‘최애’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문래동 카이스트’는 종영을 3회 앞둔 13회에서 갑작스러운 이감으로 극에서 하차하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촬영을 마치고 시크뉴스와 만난 ‘문래동 카이스트’ 역의 배우 박호산은 “나 조차도 13회 하차를 모르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저 역시 제가 13회에 하차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13회 대본을 받고 나서야 이감으로 하차한다는 걸 알았죠. 그 때가 10회, 11회 쯤 찍고 있을 때였는데 간만에 제 에피소드가 많이 나와서 ‘아싸’ 하는 중에 갑자기 이감을 시켜버리니까...(웃음) 현장에 가서 ‘회상 신으로라도 나오는 것이 없냐’고 물었는데 안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는 참 많이 슬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문내동 도다와’도 해주시고,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결과적으로 굉장히 감사하죠. 아쉽지만 섭섭하진 않아요. 저에게도, 드라마 구성 상으로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니까.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박호산의 깜짝 하차는 ‘슬감’ 출연 배우들에게도 충격이었다.

“다른 배우들 반응이요? 2상6방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장기수 최무성 형님은 ‘이런 법이 어딨노’라고 하셨었죠.(웃음) ‘슬감’ 배우들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제가 하차한 이후에 ‘든 사람 자리는 몰라도 난 사람 자리는 안다고, 분위기 메이커가 없어지니 각자 해야 할 몫이 너무 많아졌다’고 말들 했었죠. 그간 2상6방에서 문래동 카이스트 같은 캐릭터가 애드립으로 분위기를 환기 시켜왔는데, 제가 빠지니 말을 주도해서 할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종일관 유쾌하고 천진난만했던 문래동 카이스트는 다양한 ‘입덕 포인트’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중년의 나이에 혀 짧은 소리와 철없는 성격을 담백하게 그려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박호산은 “‘문래동 카이스트’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입을 열었다.

“어려웠어요. 난감하기도 하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죠. 20년 넘게 연기를 해왔는데 혀 짧은 연기는 처음이었으니까, 전달을 잘 하려고 노력을 해도 못할 수 있는데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생기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문래동 카이스트’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고민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아요. 발음이 가장 큰 고민이었고, 캐릭터도 혀가 짧다는 것 빼고는 명확한 부분이 없었거든요. 중구난방으로 욕도 많이 하는데 미워 보이면 안되고, 이런 부분들이 있다보니 캐릭터 성격을 잡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어요. 정보훈 작가, 신원호 PD와 함께 캐릭터를 잡아갔었죠.”

오랜 고민의 시간만큼이나 완벽한 캐릭터 구현으로 ‘문래동 카이스트’를 완성한 박호산은 “약 3개월간의 촬영을 마친 지금은 해당 발음이 입에 붙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준비 기간부터 약 5~6개월을 그렇게 지내다보니 지금은 ‘혀 짧은 체’가 입에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네요.(웃음) 촬영 중에도 촬영이 있는 날은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부터 샤워기를 틀고 노래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나온게 ‘짠짠짠’, 문래동 카이스트 발음으로는 ‘탄탄탄’이었어요. 발음이 재미있어서 준비를 했는데 문래동 카이스트가 극 중에서 노래하는 신이 없어서 제대로 쓰진 못했지만 소지가 노래자랑을 알렸을 때 잠깐 써먹었죠.(웃음) 이번 작품에서 노래를 세 번 했었는데 ‘찬찬찬’은 애드리브였고, 컨츄리 꼬꼬 노래는 원래 대본에 있었어요. ‘사랑사랑사랑’은 원래 샤워하면서 부르는 신이었는데, 너무 추워서 면도 신으로 대체했었죠. 털부디 털부디~ 하면서요.(웃음)”

문래동 카이스트의 시그니처였던 혀 짧은 발음 외에도 박호산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발음 다음으로는 밸런스를 부각시키려고 했었어요. 2상6방에서 문래동 카이스트가 해야 할 일, 인물의 역할 같은 것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죠. 2상6방에서 여러가지 사연들이 나오지만 처음에는 무겁게 시작했잖아요, 그 무거운 2상6방에 웃음을 주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어쩌면 조금 잔인하게 보이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공간에 그렇다고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하이(high)한 인물, 그나마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로 간거죠. 카이스트가 가진 사연은 극 마지막이 돼서야 나왔잖아요. 서브였던 거죠. 연장자고, 말이 많고, 일부러 제일 어린 애하고도 티격태격 하면서 그 인물의 서사를 소개해주는… 인물들의 면면을 포커싱해주는 해설자의 역할이 있었어요.”

박호산의 말처럼, 문래동 카이스트는 이감 직전에서야 자신이 가진 사연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됐다. 아픈 아들에게 간 이식을 했던 해당 에피소드는 ‘신파’로 보일 수 있었던 탓에 박호산에게 고민을 안겼던 장면이었다.

“신파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었어요. 여지껏 문래동 카이스트가 잘 쌓아왔던 것이 한 방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굉장히 신경 쓰이고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어요. 다행히 PD님이랑 생각이 맞아서 드라이하게 표현할 수 있었죠. 문래동 카이스트의 성격이 끝까지 유지되길 바랬거든요. ‘이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럴만 해, 그래서 문래동 카이스트가 안되는거야’ 하는 평가를 받았으면 했어요. 욕을 먹고 끝나야 카이스트 다운 결말이라고 생각했었죠.”

♦인터뷰 ②에서 계속

[홍혜민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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