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 인간미 넘치는 한국형 히어로물 [씨네리뷰]
입력 2018. 01.28. 16:29:17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지난해 ‘부산행’으로 1154만 관객을 사로잡은 연상호 감독이 ‘염력’으로 돌아왔다. ‘부산행’의 ‘좀비’에 이어 이번엔 ‘초능력’이다.

평범한 은행 경비원인 석헌(류승룡)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놀라운 능력, 즉 염력이 생긴다. 민사장(김민재)과 홍상무(정유미)에 의해 석헌의 딸인 청년 사장 루미(심은경)와 이웃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고 석헌 루미 변호사 정현(박정민)이 그들에게 맞서면서 놀라운 일이 펼쳐지는데… 과연 이들 앞엔 어떤 일이 펼쳐질까.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다루고 싶었다는 연상호 감독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보편적 시스템 문제와 인간적인 히어로와의 대결을 통해 공감을 자아내고자 했다.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면서도 무겁지만은 않게 다루면서 관객이 영화를 즐기며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만큼, 그의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그의 영화가 가진 독특함 또는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에서는 가족 앞에 떳떳하지 못한 가장이 등장한다. 그런 가장이 하루아침에 염력을 갖게 되면서 히어로가 되어가는 성장기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딸과의 관계도 회복해간다.

류승룡이 연기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히어로는 불완전한 모습이 매력이다. 할리우드의 여느 히어로와는 달리 근육을 뽐내며 번쩍이는 유니폼을 입지도 않았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의 중년, 그의 어설프게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미 넘치는 대한민국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류승룡의 표정이 살아있는 연기는 보는 재미를 준다. 극 중 현실과 달리 시작부터 끝까지 유쾌한 인물의 모습을 생생한 표정과 익살스러운 연기로 표현하는 그의 연기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이끄는데 큰 몫을 한다. 특히 염력을 사용할 때의 표정 몸짓 등의 디테일한 연기는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것임을 실감하게 한다.

비록 다정한 모습은 아니지만 류승룡 심은경의 ‘부녀케미’도 느낄 수 있다.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딸의 모습, 비록 살가운 모습은 아니지만 여느 아버지와 같이 딸을 생각하는 부정을 가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퀴즈왕’(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에 이어 연 감독의 전작인 ‘서울역’(2016)에서 목소리 연기로도 호흡을 맞춘 두 배우는 오랜 연기 경력을 지닌 만큼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심은경이 연기한 루미는 생활력 강한 인물로, 전작인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등을 통해 당찬 모습을 보여준 그녀에게는 적역이다. 강한 생활력을 바탕으로 치킨집 청년 사장으로 대박을 터뜨리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해 온 힘을 싸우는 그녀의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다.



건설회사·용역업체와 철거민의 대립은 영화에서 다루는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가장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 연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다. 보편적 상황이라는 말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다룬 바 있는 철거민과 대기업 사이의 갈등은 캐릭터의 차별화로 변화를 줬다. 일반적으로 험악한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용역 업체의 우두머리인 민 사장은 악질 캐릭터이기보다는 다소 점잖은 모습을 보인다.

반면 건설사 상무인 홍상무는 용역 업체 사장을 넘어설 정도로 무자비하다. 영화에서 가장 개성 있는 캐릭터인 홍상무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진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들.’ 그녀가 던지는 말은 소름 끼치도록 현실을 잘 반영한다. 심지어 초능력을 가진다 해도, 갑의 자리는 바뀌지 않는다는 무시무시한 현실을 꼬집는 슬프고 잔인한 한 마디다. ‘윰블리’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러블리함으로 사랑받는 정유미가 생애 첫 악역을 맡아 광기에 가까운 눈빛과 목소리 연기를 보여준다. 독창적인 악역이지만 다소 튀는 연기로 극에 녹아들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보인다.

음악은 흐름에 맞게 깔려 집중력을 헤치지 않으며 크게 무겁지 않아 전반적인 영화 분위기와 맥락을 같이한다. 드론, 와이어 캠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 카메라 무빙은 다이내믹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초현실적 액션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아날로그적 방법을 사용해 리얼함을 더했다. 여기에 연 감독의 아이디어와 류승룡의 연기가 시너지를 이뤄 재기발랄한 초능력 사용 장면이 탄생했다.

영화는 유머, 액션, 캐릭터, 연기 등에 있어 영화적 재미를 주지만 결국 스토리의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넘지 못하는 벽이 존재한다. 참신한 스토리마저 더해졌다면 어마어마한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오는 31일 개봉. 러닝타임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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