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규형,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해롱이로 살아남는 법 [인터뷰①]
- 입력 2018. 02.01. 15:28:04
- [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착잡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가슴이 아프네요.”
배우 이규형의 인터뷰는 독특하게도 종영 소감이 아닌 입소 소감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최근 종영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약쟁이 유한양 역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으로 큰 팬 층을 모았던 그다. 한양이라는 이름보다도 ‘해롱이’라는 극 중 애칭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주인공 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으며 ‘최애 캐릭터’에 등극한 이규형은 출소와 동시에 경찰의 함정 수사에 빠져 다시 체포되는 엔딩으로 충격을 자아냈던 장본인이다.
“굳이 그렇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결말이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작품적으로 당연히 필요했던 부분이었기도 하고. 약쟁이가 미화되지 않고 마약이 미화되지 않기 위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죠. 그러나 후반부에는 잘 된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장기수, 김제혁 등 몇몇 인물들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저와 또 다른 몇몇은 현실적인 엔딩을 맞아 위험성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야 했다고 생각해요.”
다시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끝으로 이규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하차했다. 마지막 회, 이규형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까 기대하던 팬들은 원망 섞인 투정을 하기도 했다. 이규형은 이 같은 아쉬운 하차에 대해 “이미 하차를 알고 시작했었다”고 입을 열었다.
“중간에 하차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시작했었어요. 한양이의 형 집행 기간 자체가 10개월로, 1년인 김제혁 선수보다 짧았으니까요. 극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아웃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나가자마자 약을 다시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이후 해당 장면의 대본이 나왔을 때는 다른 배우 분들이 제 어깨를 두드려주며 ‘너 어떡하냐?’ 하시더라고요.(웃음) 저도 ‘그러게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돼야죠’라고 했었어요.”
마약, 동성애 등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설정을 가졌던 ‘유한양’ 캐릭터는 이규형을 만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규형 역시 “이 같은 애정어린 시선은 예상 못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작품을 무사히 끝낸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큰 캐릭터지만, 사실 한양은 이규형에게 생각보다 더 많은 고민을 안겨줬던 인물이었다. 미화가 되지 않으면서, 미움 받지 않는 ‘밸런스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범죄자를 소재로 선택하는 것 부터가 논란거리가 많고 예민한 부분인데다가, 동성애자라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더 예민한 부분이 됐죠. 우리나라 환경 상 그런 소재를 대놓고 표현할 수 없을 뿐더러, 표현의 수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방송이 안되니까… 저도 몰랐어요. 그런데 예를 들어 동성애간 키스신 같은 장면은 아예 방송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 때문에 감독님께서도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더 표현하고 싶었어도 제한적인 부분들이 있었으니까요. 동성애자가 있고, 이성애자가 있고. 이성애자 중에서도 포비아가 있고, 그들의 성향을 존중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무관심인 분들도 있고. 동성애자 분들 중에서는 대놓고 드러내고 당당하신 분들도 계시고,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감추고 살아가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 모든 분들이 보셨을 때 불편함이 없게 하기 위해서 중심을 잡으려고 이런 저런 작품을 참고하기도 하고, 브로크백 마운틴, 해피투게더, 토탈 이클립스 등 다양한 관련 작품들을 많이 봤었어요. 정말 쉽지 않은 건데, 누군가에게도 비호감이 되면 안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었어요. 제 연기를 비호감으로 보신 분들도 당연히 계실 거에요. 하지만 2상 6방 안에서의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가진 캐릭터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서사에서 전사가 비호감이 돼버리면 방 안에서의 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재미있고 솔직히 웃기기도 해야하는데, 비호감 캐릭터가 나와서 뭘 한들 그렇게 재미있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봐도 불편함이 없게끔, 누가 봐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끔 담백하게 연기하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이규형 스스로의 고민의 결과물이었던 담백하지만 짠했던 유한양의 연기만큼이나 유한양을 ‘최애 캐릭터’로 자리 잡게 만든 것은 독특한 발음, 모성애를 자극하는 귀여우면서도 어리버리한 몸짓과 옷차림 등이었다. 실제로 극 중 유한양은 2상6방 다른 수용자들과 달리 손끝을 살짝 덮는 수의, 약을 끊은 후유증 때문에 추위에 떨었던 탓에 두르고 다녔던 담요 등 캐릭터의 포인트를 살린 스타일링으로 유니크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감독님께서 한양의 스타일링에 있어서는 저에게 전적으로 맡겨주셨어요. 다만 ‘귀여워 보여야 한다’가 조건이었죠. 그러다보니 당연히 목소리 톤도 하이톤으로 올라가게 됐고, 감독님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신 덕분에 이런 웃기면서도 희한한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소매라던지, 표정이라던지 이런 부분들이요. 표정은 딱히 귀여우려고 지었던 건 아니고 마약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틱 장애처럼 눈을 깜빡이는 등의 특유의 행동을 반복하는 거라고 들어서, 과하지 않게 그 부분을 녹여내려고 입 주변 근육 움직임과 눈 깜빡임 등을 곁들인 거였어요. 그런데 그 부분을 또 귀여운 포인트로 봐주셔가지고.(웃음) 본의 아니게 제가 보조개가 있다 보니까 조금 더 의도치 않게 귀엽게 봐주신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본의 아니게 플러스 알파가 된 셈이라, 운이 좋았죠.”
이어 이규형은 유한양 캐릭터의 또 다른 독보적인 영역이었던 ‘횡설수설 애드리브’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2상6방에서 유 대위나 문래동 카이스트 등과 싸움이 붙으면 그 다음부터 다 애드립이었어요. 다만 첫 화에서 선보였던 일본어 대사나 ‘우리 지금 신라호텔 가는거야?’ 이런 건 대본에 있었던 부분이었어요. 대신 대사의 순서를 제가 다 섞어버렸었죠. 그게 조금 더 해롱이 스러워 보일 것 같았거든요.”
오디션 기간부터 작품을 끝낸 지금까지 약 11개월의 오랜 시간을 유한양으로 살아왔던 만큼, 이규형의 ‘해롱이’ 유한양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깊었다. 이규형은 함정수사에 빠져 체포되는 ‘새드 엔딩’으로 끝난 유한양의 미래에 대한 애정 어린 소망을 전했다.
“정이 많이 들었어요 제 캐릭터와. 개인적으로는 혼자 상상을 해요. 한양이의 엄마가 이번에는 능력 있는 변호사를 많이 고용해서 함정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우리 애는 교도소에 무턱대고 넣을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반박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풀려나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엄마와의 관계도 풀리고 지원이랑도 해피엔딩으로요.”
모든 캐릭터가 탄탄한 서사를 가진 탓에 대부분의 출연 배우들이 조명받았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이규형은 독보적인 캐릭터 ‘유한양’을 만들어내며 캐릭터를 향한 주목과 배우 이규형 본인에 대한 관심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제가) 살아남았나요?(웃음) 살아남은 캐릭터네요. 아무래도 한양이의 엔딩에 너무 배신감을 느끼셨는지 검색들을 많이 해보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고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줄을... 참 신기해요. 그냥 감독님 디렉션을 받아서 인물을 입체적이고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했던 건데. 너무 감사하죠, 기분도 좋고.”
◆ [인터뷰②]에서 계속...
[홍혜민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엘엔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