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서지현 검사 #MeToo 블랙, 한국판 #TimesUp
입력 2018. 02.02. 11:36:02

서지현 검사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국 기획조정실은 물론 인권국까지 주요 요직을 거친 전직 검사가 자신을 성추행한 사실을 낱낱이 밝혀 법망 아래서 펼쳐지는 무법지대의 실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피해자인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제가 그것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습니다”라는 서 검사의 말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가 죄인인 듯 움츠려 드는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해줘야 할 검사마저도 같은 감정과 생각으로 긴 시간 속으로 삭여왔다는 상황이 한 편으로는 절망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소위 보수조직으로 분류되는 정치 및 법조계는 최고 권력층을 형성하는 조직인 만큼 스스로에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한 타인에 의해 심판받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현장에서 #MeToo 열풍에 동참한 민주당을 위시한 의원들이 블랙룩을 차려입고 도널드 트럼프의 여성관과 인종관에 질타의 항거를 보내 듯 서지현 검사 역시 블랙 슈트를 차려입고 ‘JTBC 뉴스룸’ 데스크 앞에 앉아 자신이 당한 일을 조목조목 밝혔다.

서지현 검사의 블랙 슈트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수적 조직문화를 가진 검찰의 특성을 반영한 일명 ‘검사 패션’의 공식은 물론 미국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실체를 고발하는 것에서 시작돼 남성적 권력조직에 대한 항거로 확산된 #MeToo 캠페인의 블랙룩의 요건을 충족해 시각적 각인 효과를 더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시간은 끝났다”라는 #TimesUp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각인했다.

피해자인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들을 양지로 끌어내고 그들의 피해를 알리는 검사로서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는데 차분한 말투 뿐 아니라 블랙룩이 주는 신뢰 효과 역시 컸다. 이뿐 아니라 으레 검사하면 연상되는 권력 혹은 성취지향형의 경직된 느낌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낼 듯한 성실함으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손석희 아나운서는 서 검사에 대해 “조용하고 일을 워낙 꼼꼼히 잘해서 법무부장관상을 두 번이나 받으셨던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라며 주변의 평가를 전했다.

서지현 검사는 기본 블랙 재킷으로 보수적 조직문화에 걸맞은 패션 애티튜드를 보여주고 V 네크라인의 이너웨어로 목선을 드러내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블랙룩의 경직도를 낮췄다.

이 같은 적절한 블랙룩의 수위 조절은 대중이 그의 말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흥밋거리 추문이 아닌 비윤리와 비합법이 판치는 사회의 실상을 알리는 효과를 냈다.

당시 상황을 현장에서 밝혔나는 질문에 서지현 검사는 “사실은 제가 결코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서요. 환각을 느끼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당시 느꼈던 참담함이 ‘환각’이라는 자기 최면으로 나타났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감성적으로 전달했다.

그런가하면 자신이 당한 인사 불이익과 직무 감사는 이성적으로 밝힘으로써 부당함에 대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서지현 검사는 자신 공개석상에 나온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개혁은 스스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된다”라며 가해자의 종교 귀의와 간증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뉴스 데스크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시 한 번 강조 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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