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직격톡]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서 밝힌 ‘검찰 내 성폭력 실상’
- 입력 2018. 02.02. 15:32:40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1월 마지막 주의 시작인 1월 29일 월요일은 현직 검사의 ‘검찰 성폭력 폭로’로 들썩였다. 이는 #TimesUp 핀을 꽂은 의원들의 블랙 포멀룩으로 가득 찼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발표된 30일(현지 시각)과 때를 같이해 권력 최상부의 뿌리 깊은 ‘여성인권 문제’를 공론화했다.
'JTBC 뉴스룸' 서지현 검사
‘JTBC 뉴스룸’ 데스크에 앉은 현 경남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자신이 당한 성추행 상황은 물론 인터뷰에 응하게 된 이유와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낱낱이 밝혔다.
◆ 피해자임을 인정하는 데 걸린 시간 ‘8년’
서지현 검사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차분한 말투에서 검사라는 직업적 특수성을 감출 수 없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조직 서열에서 밀리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속으로만 삭여야 했던 시간 동안 쌓아만 왔던 아픔을 짐작케 했다.
“주위에서 피해자가 나가서 직접 이야기를 해야지만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용기를 내서 나오게 됐고요.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범죄 피해를 입었고 성폭력에 피해를 입었음에도 거의 8년이라는 시간동안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굉장히 불명예스러운 자책감에 괴로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와서 범죄 피해자 분들께, 성폭력 피해자 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습니다”
◆ 성추행을 ‘환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서지현 검사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 동석한 상태였고 그 외에도 여러 명의 검사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는 자신이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동석한 이들이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후 이 사건을 파고든 임은정 검사로 인해 당시 상황이 검사들 사이에 퍼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주위의 반응이)전혀 없어서 제가 더 환각이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고요. … 당시 임은정 검사가 두 달 후에 연락이 왔었는데 장례식장에서 안 모 검사로부터 모 여검사가 추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혹시 누군지 알고 있느냐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굉장히 화가 났던 것이 그 당시 앞에 사람이 많이 앉아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말리지도 않았고 아는 척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뒤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다시 나로 하여금 이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느냐 하는 분노가 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 검찰 내 뿌리 깊은 여성비하 성폭력 문제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 자신 외에도 성폭력 피해자가 있음을 에둘러 전했다. 피해자인 것도 모자라 피해자들이 ‘꽃뱀’ 취급을 받는다는 기막힌 현실을 토로했다. 피해자임에도 ‘잘 나가는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법의 수호자들이 모인 검찰의 현실이라는 점을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망연자실케 했다.
“성폭력이라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성폭행이 있고요. 성폭행은 강간을 의미합니다. 성추행은 강제 추행을 의미하고요. 성희롱이라는 것은 언어적인 성폭력을 이야기야 합니다. 그렇게 세 가지인데요. 성희롱 성추행뿐 아니라 성폭행도 이뤄진 적이 있으나 전부 비밀리에 덮고. 근데 그것은 피해자가 있고 함부로 얘기할 것은 아니라서요. 그런데 그 여검사들에게 ‘남자 검사들 발목 잡는 꽃뱀이다’ 이런 이야기는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 검사 서지현, 피해자 서지현이 하고 싶었던 말
길지 않은 시간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그녀는 순간순간 감정이 격해지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차분히 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자신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바람과 함께 가해자의 태도를 지적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제가 나오게 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가 성실히 근무만 하면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당당하게 근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검찰 조직의 개혁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이루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개혁은 스스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사실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세 번째는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