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력’ 류승룡, 코믹과 액션을 넘나드는 한국형 히어로로 돌아오다 [인터뷰]
- 입력 2018. 02.05. 23:30:25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타이즈를 안 입잖나. 너무 감사하다.”(웃음)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는 영화 ‘염력’(감독 연상호)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류승룡이 인간미 느껴지는 한국형 히어로로 돌아왔다.
“영화를 선보이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지만 재작년 ‘7년의 밤’ 촬영에 주력하고 지난해 ‘염력’을 촬영하며 계속 바쁘게는 지냈다. 연기는 계속하며 (관객을) 만날 날을 기다렸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류승룡을 만나 ‘염력’(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 레드피터)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류승룡은 어느 날 갑자기 염력을 갖게 된 평범한 은행 경비원 신석헌을 연기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초능력을 갖게) 됐는데 그 사람이 점점 ‘우리’와 같이하며 ‘우리 편’이 된다. ‘우리’였던 사람이 우리 편에서 ‘큰 사람’과 싸우게 된다. 처음엔 철없고 사회에 순응하고 자기 소리 안 내고, ‘왜 남까지 신경 쓰느냐?’고 하지만 딸 루미(심은경)를 구하게 되며 마을 사람들에게 연대를 구하고 이기적 삶을 사는 사람에서 이타적 삶을 사는 사람으로 변화한다.”
석헌은 평범한 경비원으로 살아가지만 아내와 딸을 두고 홀로 생활한다. 염력을 갖게 되고 어떤 계기가 생기면서 10년 만에 루미 앞에 나타나지만 루미의 눈에 그는 원망의 대상이다. 빚보증을 잘못서 빚을지고 혼자 집을 나간 ‘한심한 가장’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 나름의 사연을 지녔다.
“시나리오에 있던 것을 편집과정에서 응축하느라 다 보여주진 않았다. 빚보증을 잘못 서서 (집을) 나갔지만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가족에게 빚을 떠넘기게 되거나 같이 지우게 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쨌든 학비나 그런 것들을 지원하며 빚을 성실히 갚고 그러던 와중에 아내가 그렇게 됐다. 루미가 아빠를 그렇게(무책임하게) 생각하게 된 건 소통의 부재로 인한 것이다.”
그가 이번 작품을 하기로 한 건 ‘서울역’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훨씬 전이다.
“재작년 ‘부산행’으로 칸에 가기 전, 4월에 감독님을 뵙고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어떠냐?’고 하셨다. 재미있기에 ‘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시놉만 있었다. ‘부산행’ 모니터링을 해달라고 해서 봤는데 그 시나리오를 구현한 것을 보고 ‘엄청난 능력이 있구나’ 생각했다. 신뢰가 있었다. ‘부산행’을 봤을 때도 너무 앞에 좀비가 나와 뒤에 어떻게 끌고 가려 하나 걱정이 있었다. ‘염력’에서도 갑자기 염력이 생기는데 그걸로 죽 밀고 간다.”
영화가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엄청’ 궁금했다는 류승룡에게 촬영 현장에 관해 들었다.
“뒤는 초록색 크로마키인데 나온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만화를 찍고 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현실에 맞닿아있으면서도 판타지였는데 이질감이나 간극이 크지 않았다. 현장에서 바로 편집본을 보여주기도 했고 영화가 현실에 (비현실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왔다.”
‘염력’은 CG보다는 아날로그 식 액션을 추구했다. 리얼한 묘사를 위해서다. 와이어 액션이 힘들 법도 하지만 류승룡은 단번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재미있고 신기했다. 현장에서 구현하는 게 많았다. 차 구겨지는 것, 사람들 날아다니고 부딪히는 것, 물건 뜨는 것도 거의 다 와이어를 매달아서 구현했다. 뱀 연기는 감독님이 목을 잡아서 했다. (극 중 파장에 의해) 쓰러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 배우들이 온통 거미줄처럼 와이어를 달고 있었는데 엉기면 어쩌나 걱정했다. 연습을 계속했기에 거의 한 번에 끝났다. 예전에는 쓸렸는데 장비들이 예전과 좀 다르더라. 점프하면 뜨니까 기분도 좋고 내 반동과 호흡이 맞았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코미디와 액션을 오갔다.
“기발한 것들은 감독님이 만든 것이었고 슬랩스틱 코미디는 내가 해야만 했다.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CG를 통해 나오는 것들은) 진짜라 믿고 온 사력을 다해야 했다. 원래 염력이 있던 사람이 아니기에 잘 모르기 때문에 초반이나 후반이나 염력을 사용할 때 느낌을 비슷하게 했다. 건물에 부딪히는 장면 같은 경우 위험하기에 CG로 대신했다.”
석헌 역을 맡은 그는 12kg 증량했다. 매일 술을 마시며 자기관리 안 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사실 좀 일찌감치 작품을 하기로 하고 그다음 작품을 준비할 땐 굉장히 스키니하게 몸을 만들고 있었다. 어떤 행사장에서 감독을 만났는데 내가 슈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180도 흔들며 ‘이건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하더라. 그 작품을 마무리하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관리 안 한 몸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평균 몸무게에서 5~6kg을 찌웠다.”
극 중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장을 연기한 그는 실제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일까.
“어렸을 땐 올라타는 장난감, 커서는 더위를 식히는 그늘도 되고 나중엔 집을 지을 수 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항상 든든히 서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열매도 주면 좋겠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처럼.”
그는 다음 달 초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7년의 밤’ 역시 다음 달 말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제5열’의 경우 촬영이 무기한 연기됐다. 늘 다양한 작품·배역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항상 도전인 것 같다. 어떤 캐릭터가 나와 잘 맞는다기보단 항상 쉽지 않은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땐 항상 긴장된다. 어떤 사람의 세월이 담긴 것과 열정을 경험한다. 한 텍스트라도 놓치지 않으려 설렘을 갖고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집중해서 본다. 아직도 어떤 캐릭터, 동료를 만날까 항상 설레고 기대가 된다.”
‘염력’의 흥행에 관해서는 “정말 모르겠다”며 웃는 류승룡. 흥행성적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영화의 유쾌함과 따뜻함이 전해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스태프와 배우, 재밌는 감독님이 유쾌하고 행복하게 찍었다. 빈말이 아니라 그게 그 따뜻함, 가족애, 유쾌함으로 전달됐으면 한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