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김현숙의 고군분투는 계속됩니다, 쭉 [인터뷰]
입력 2018. 02.06. 17:03:25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막돼먹은 영애씨 16’(이하 ‘막영애 16’)는 끝났지만 김현숙은 여전히 극 중 영애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11년 동안 영애의 삶과 김현숙의 삶을 번갈아가면서 살아왔다. 방송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어딘가에서 영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말처럼 김현숙에게 영애는 단순 드라마 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16번 째 영애를 보내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 김현숙을 만났다.

“너무 한꺼번에 왔다. 10년 동안 결혼을 안 시켜주더니. 임신까지 한 방에. 영애가 노산이기 때문에 축복이다. 그런데 혼전 임신은 어릴 때나 나이 들었을 때나 당황스러운 건 똑같은 것 같더라”

2007년 대한민국 평균 여성의 고군분투를 그리며 시작한 ‘막영애’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노처녀’ 이영애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은 영애는 11년 만에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막영애 16’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결혼과 임신이었다.

“작가들이 ‘이번 시즌에 결혼은 시켜야겠다’고 말했다. 산호 때부터 결혼에 대해 제작진이 고민이 많았다. 이렇게 길게 갈지 모르고,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미혼의 여성이 자기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컨셉이었다. 그러다보니 제작진들이 결혼을 못 시켰다. 원래의 의도가 깨질 수 있으니까”

‘막영애’는 기획의도처럼 미혼 여성의 일상을 공감 가득한 에피소드로 그려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일과 사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오던 영애의 일상은 시즌 후반부로 오면서 연애 이야기에 치중되는 듯 했다. 많은 사랑을 받던 산호(김산호)의 갑작스러운 하차 이후 끊임없이 반복된 삼각관계도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시즌에 욕을 먹고 정신을 차렸나보다. ‘이게 판타지지 뭐냐. 노처녀 영애한테 저런 꽃미남들이 끊임없이 달라붙는 게’ 그런 얘기도 있었다(웃음). 그리고 ‘막영애’ 골수팬들의 인생은 바뀌어가는 데 영애의 삶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그러다보니 공감대가 반감됐던 것 같다. 어쩌면 시청자와 함께 왔던 영애의 인생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결혼을 선택한 것 같다”

골수팬들이 그러했듯이 영애도 드디어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그리고 김현숙은 영애보다 먼저 결혼과 육아를 경험한 선배였다. 극 중 영애가 이승준을 짝사랑하고 있던 2014년, 김현숙은 결혼과 임신 소식을 알렸다. ‘혼전 임신’도 김현숙이 영애보다 미리 경험한 것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임신을 바라보는 관점은 영애와 달랐다.

“김현숙과 영애의 경험에 대한 리액션이 다를 수 있더라. 나도 자신 있어 했는데 작가들하고 된통 싸움까지 할 정도로 달랐다. 영애가 임신을 해서 황당한 상황인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내가 웃고 있더라. 작가들이 ‘왜 그랬냐’고 했는데 나는 임신할 때 즐거워했다. 그런데 영애는 임신 중에 두려워하는 모습이 많았다. 그래서 영애로서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공감대를 가져가되 어떻게 하면 영애로서의 창의적인 행동을 접목시킬까 하는 고민이 있기 때문에 결혼도, 프로포즈도 영애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막영애’의 전 시즌을 관통하는 단어는 ‘공감’이었다. 직장 속에서 여성이 겪는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막영애’는 결혼 과정에서도 세세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임신에서 오는 당황스러움, 승준·가족과 겪는 갈등이 극을 채웠다.

“영애의 얘기는 메인 작가인 한설의의 경험담이 많다. 그런데 메인 작가가 지금 처녀다. 대본 쓰는 작가 중 한 명만 애가 있다. 경험치만큼 중요한 게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그 언니(한설희)가 많이 알고 있더라. 모든 게 제가 공감한대로 나온 건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은 것 같다. 작가들이. 다른 드라마 같으면 ‘결혼한다, 애 낳았다, 시월드 한다’ 이럴텐데, 우리는 결혼을 하는 과정이 세세하게 나왔다. 그런 부분은 우리 드라마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싶다”

‘막영애 16’은 임신과 결혼에 다가가는 영애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리며 호평 속에 막을내렸다. 11년 동안 많게는 1년에 두 시즌, 적게는 1년에 한 시즌 씩 시청자를 찾았던 ‘막영애’였다. 미혼 여성 영애의 일상은 마무리됐지만 ‘막영애’의 제 2막을 기대하는 시청자도 많다.

“예전에 tvN이 드라마에 배고플 때는 ‘다음 시즌에도 계속됩니다’라고 시즌 끝에 내보냈는데 요즘은 갈지 안 갈지 반응을 보는 게 있더라(웃음). 피드백도 오는 걸 보면 시청자분들이 자기들도 (막영애가) 인생의 한 부분이 됐다고 말해주더라. 배우들도 드라마에 애착이 있다. 워낙 저희가 오래 되기도 했고, 시즌1부터 함께 했던 카메라 감독님도 정도 들었다. 회사에서 내치지만 않는다면(웃음). 이번 시즌이 반응이 나빴던 것은 아니라 모두가 부정적이지 않다.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라서 다음 시즌에 대해 다들 좋은 마음이다”


모두가 시즌 17은 ‘워킹맘 이영애’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현숙도 아이를 낳고서 배우 생활을 꾸준히 하는 워킹맘이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숙은 ‘워킹맘의 애환’과 ‘사이다’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다음 시즌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워킹맘으로서 개인적인 애환은 정신적인 힘듦인 것 같다. 우리 엄마 세대는 집에서 애 키우는 게 당연했다면 지금은 다 자기 나름대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정신은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아이랑 함께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어머니를 보고 자라다 보니 그런 게 남아 있다. 만약 ‘막영애’에서 앞으로 워킹맘 이야기를 다룬다면 심리적인 압박감을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결혼 전에는 완벽주의가 있어서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다 쏟고, 집에 가면 시체처럼 누워 있었는데 이제는 오롯이 나를 위해서 쉴 수가 없다. 결혼 전에는 내 일, 재충전도 나만을 위해서 썼는데 애를 낳으니까 양쪽을 다 잘하려고 하니 엄청난 압박감이 들더라. 일반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은 임신하면 성차별적인 문제가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안 되면서 ‘왜 저출산이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그런 이슈들을 다뤘으면 좋겠다”

‘이제는 제작자 마인드’라고 말하며 드라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함께 하는 김현숙은 단순하게 대본을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드라마 그 자체가 됐다. 영애 또한 김현숙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넘어 김현숙 인생의 한 부분이 됐다. 김현숙의 연기가 끝나지 않는 한 '막돼먹은 영애씨'의 고군분투도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됐다. 혼동 정도가 아니다. 매번 이렇게 끝나는 게 별거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끝나면 우울하다. 그 인생을 살다가 내 인생을 살려니까 혼동되는 게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연기 한걸로만 따지면 인생의 반 이상이다. 그래서 끝날 때마다 힘들다. 가끔은 ‘막영애’를 하지 않고 있어도 어디선가 이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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