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 나과장 박형수, 시니컬 벗은 반전의 배우 [인터뷰①]
입력 2018. 02.07. 11:02:46
[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실제 성격은 친근하고 이해심도 많아요.”

극 중 악역을 맡은 배우들이 으레 그렇듯, 박형수 역시 극 중 자신이 맡았던 ‘나 과장’과는 사뭇 다른 자신의 실제 성격을 밝히는 해명의 시간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1월 종영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나 과장 역으로 시니컬하고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했던 박형수는 도드라지는 악역 캐릭터가 많지 않았던 작품 속에서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자’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너무 실감나는 연기 탓에 “실제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이 출연한 줄 알았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그이지만, 작품을 마치고 마주한 박형수는 선함이 묻어나는 눈빛과 조그만 포인트에도 쉴 틈 없이 웃음을 터트리는 의외의 면모의 소유자였다.

“감독님께서 미팅을 할 때 저에게서 나 과장의 모습을 조금은 찾아보셨기 때문에 그 역할을 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저는 인간미가 없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웃음) 최대한 사람들과 친근하게 지내려고 하고,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고… 인간적으로 상대방을 대하려고 하는 성향인데 그 부분은 캐릭터와 달랐던 것 같아요.”

유난히 반전 실체를 가졌던 인물들이 많았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박형수가 그렸던 나 과장은 몇 안되는 반전 없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박형수는 반전 에피소드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초반에 감독님께 여쭤보긴 했었어요. 혹시 저도 사연이 있냐고… 그 때 감독님께서 아마 없을 거라고 하시면서 ‘아마 나 과장은 그대로 가지 않을까 싶어’라고 말씀을 해주셨었어요. 그래서 크게 기대는 안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그래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반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웃음)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오히려 반전 없이 나 과장은 어릴 때 부터 그런 인물이었다는 설정이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특별한 반전은 없었지만, 대신 마지막 회에서는 나 과장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이 등장하며 깨알 웃음을 선사했다. 어린 시절 부터 융통성 없고, 원리 원칙 주의자였음을 유쾌하게 보여준 해당 장면은 박형수 역시 알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초반에는 그 장면이 나올 지 아예 몰랐어요. 저도 대본을 보고서야 알았죠. 저는 솔직히 제 과거가 나올 거라는 걸 상상도 못했는데, 작가님께서 제 과거까지 다뤄주신 덕분에 제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 지에 대한 조금의 이유가 설명이 돼서 좋았어요.”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하고 약간은 쑥스러운 듯한 말투로 대답을 이어가는 박형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극 중 까칠했던 나 과장은 박형수의 탄탄한 연기력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캐릭터라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실제와 너무나도 큰 온도차를 가진 캐릭터인만큼, 나 과장 캐릭터를 그릴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처음 시작할 때 감독님께서 ‘최대한 건조하고 표정 변화 없고 차가운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거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말투도 시니컬하게 나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야기 할 땐 배려하는 말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제 실제 성격에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차갑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었죠.”



2008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해 어느 덧 10년차 배우가 됐지만, 그간 무대와 스크린을 오갔던 박형수에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첫 브라운관 도전작이었다.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긴장감과 불안감을 안고 시작했었죠. 작품 시작하기 전에 주변 분들께서 신원호 감독님 작품은 편한 현장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그래도 두려운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촬영을 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굉장히 좋은 현장이었고, 그 덕에 재미있고 편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첫 브라운관 데뷔작에서 강렬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은 박형수는 자칫 밉상으로만 보일 수 있었던 나 과장 캐릭터에게도 애정을 가져준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역할이 굉장히 재수 없는 느낌이었잖아요.(웃음) 원칙을 중요시하지만 인간미도 없고, 차갑고, 공감능력도 떨어지는 역할이었는데 그래도 시청자분들께서 그런 부분을 생각보다 좋게 봐 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 덕분에 좋게 첫 작품을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교도소 과장이라는 역할 특성상 많은 재소사들 보다는 제혁 역의 박해수, 교도소장 역의 안상우 등과 함께하는 신이 많았던 박형수는 두 사람과의 호흡에 대해 “너무 편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너무 다 선하셔서… 박해수 씨는 저보다 한 살 밖에 안 어린데도 불구하고 너무 예의바르고 착하게 대해주고, 연기 할 때도 편하게 해줬었어요. 너무 좋았죠. 교도소장님 역할이었던 안상우 형님도 이런러전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같이 붙는 신이 많다보니 굉장히 편하게 해주셔서 너무 즐겁고 편안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앞서 출연했던 영화 ‘공조’에서는 국정원 간부를 맡았던 박형수는 또 다른 영화 ‘원라인’에서는 서기관 역으로 출연했던 이력을 가졌다. 이에 ‘공직자 캐릭터 전문 배우’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즈음, 이번에는 ‘교도소 과장’ 역을 맡으며 공직자 캐릭터의 계보에 방점을 찍었다.

“운명인 것 같아요.(웃음) 전혀 제 성향은 공직자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는데 감독님들께서 제 인상이나 목소리 톤이나 그런 부분들이 그런 역할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반면 과거에 독립영화에 출연했을 때 함께 작업을 했던 다른 감독님들께서는 저의 다른 성향도 아시기 때문에, 그 분들과 다시 작업을 하게 된다면 공직자와는 거리가 먼 역할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공직자 역할은 익숙해 졌나?) 가끔 제가 진짜 공무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웃음) 그 분들의 실제 직업 생활에 대해서 100% 공감을 할 순 없겠지만, 저도 가끔 진짜 공무원이 됐으면 그래도 나름 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처럼, 박형수 역시 나 과장 역할을 확정 짓기 전 다양한 캐릭터들을 리딩했었다.

“작업반장 염 반장, 고 박사 역할, 나 과장 역할 등 몇몇 배역들을 읽어봤던 것 같아요. (박형수의 고 박사는 상상이 안되는데?) 저도 대본을 보지 않고 일부분만 리딩을 했었기 때문에, 이 캐릭터는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데 초점을 두고 리딩을 했었어요. 그런데 제 기억으론 고 박사를 읽었을 땐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었던 것 같아요.(웃음)”

촬영을 마친 지금, 나 과장 역할 외에 도전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에 한참 망설이던 박형수는 정문성의 고 박사 역할과 정해인의 유 대위 역할을 꼽았다.

“솔직히 감독님께서 배우와 캐릭터를 조화롭게 캐스팅을 하셨고, 모두들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연기들을 보여주셔서 감히 엄두가 나진 않는데… 그래도 굳이 다른 역할 한다면 고 박사 역할도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유 대위 역할도 물론 정해인 군 처럼 멋있게 나오진 않겠지만 인물 자체가 악한 사람처럼 비춰졌다가 누명이 있는 반전의 인물이라 매력적이었을 것 같고요. 물론 제가 그 역할들을 맡았다면 그 분들 보단 못했을거에요.(웃음)”

[홍혜민 기자 news@fa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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