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김여정의 패션 정치 ‘친근감’, 오피스룩의 패션史 여행
입력 2018. 02.12. 14:28:30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김여정이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11일 같은 경로로 북한으로 돌아갔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은 3일 동안 강원도와 서울을 오가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아 지난 1월 21, 22일 이틀간 사전 점검 일환으로 참석한 현송월의 경직된 표정과는 대조를 이뤘다.

김여정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패션에서만큼은 대표단을 통솔하는 리더답게 슈트 차림을 고수해 북한 내에서 자신 입지와 북한 대표단 통솔자로서 책임을 드러냈다.

김여정은 재킷과 스커트의 슈트 혹은 재킷과 팬츠의 슈트 차림을 기본으로 상황에 따라 코트를 입거나 벗거나 하는 튀지 않은 옷차림을 유지했다.

김여정은 한 나라 대표 자격으로서 정도를 지킨 옷차림으로 현송월의 패션을 두고 벌어진 ‘촌티 논쟁’ 양상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올드패션(old fashioned) 오피스룩이 현재 유행 코드와 거리를 뒀다.

김여정이 선택한 칼라와 디테일이 배제된 크롭트 재킷과 정확하게 무릎까지 내려오는 니랭스 스커트는 타임리스 클래식 아이템으로 유행에 구애받지 않아 한 집단 대표로서 최적의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절제된 디자인이 오히려 유행에 뒤처진 패턴을 부각하는 역효과를 냈다. 또 비즈 장식 이너웨어, 반 묶음 헤어로 묶은 커다란 헤어핀 등이 슈트로 다잡아 놓은 긴장감을 무너뜨리는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방문 이틀째인 10일 청와대를 방문할 당시 입었던 머스큘린 재킷와 헴 라인에 언밸런스 주름이 잡힌 펜슬 스커트는 강약 균형이 적절하게 조절됐다. 그러나 비즈 장식 블랙 상의가 머스큘린 재킷의 시크함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후 강원 강릉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주재 만찬에 참석한 김여정은 블랙 팬츠와 이너웨어에 와인 컬러의 노칼라 재킷으로 청와대 방문 때와는 다른 활동적인 느낌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나 팬츠를 선택한 스타일리시함이 리본이 달린 어색한 피트의 페미닌 재킷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했다.

다음날인 11일 서울로 자리를 옮겨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오찬을 가진 김여정은 테두리를 블랙으로 마무리한 그레이 노칼라 재킷으로 컬러 코드를 달리했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디자인과 라이트 톤의 그레이가 밝은 표정과 김여정과 잘 어우러졌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공연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블랙 스커트와 클린 화이트 재킷을 입어 시선을 집중하게 했다.

이동 중에 입은 코트는 현송월과 비슷한 스트레이트 실루엣으로 역시나 소맷단과 칼라에 퍼가 달렸다.

이날 입은 두 스커트 슈트는 이너웨어가 드러나지 않는 재킷과 스커트만으로 완성해 스타일링의 기술을 필요로 했던 전날 포멀 웨어와는 달리 한층 세련된 느낌을 연출했다.

한껏 차려입은 듯한 분위기를 풍겼던 현송월과 달리 김여정은 가벼운 모임에 참석한 듯 패션은 물론 표정까지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유지했다. 그녀의 특유의 밝음이 현송월과 달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오피스룩 드레스코드에 대한 시각적 낯섦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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