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획 한복] 트래디셔널과 웨어러블의 가치 있는 조합 ‘우리의 옷, 한복’
입력 2018. 02.14. 18:23:27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한복 세계화’가 정치적 화두로 부상할 당시 한복 시장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곤두박질치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려 있었다. 때를 같이해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해 한국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거리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 더는 낯선 광경이 아닐 정도로 한복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급증했다.

그렇다고 ‘한복 세계화’를 낙관할 수 없다. 한복 디자이너들은 청년층의 놀이문화로 정착해 가는 한복 입고 산책하기와 관광산업으로써 외국인들의 한복 체험 등 한복이 많이 입혀지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거리에서 보이는 한복 대부분이 진짜 ‘한복의 멋’과는 점점 멀어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실제 한국 전통 의식주 중 가장 대중과 친숙해야 할 ‘의(衣)’로써 한복은 전통성과 부가가치 측면에서 한옥과 한식에 비해 문화적 가치도, 산업적 가능성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들의 중시하는 ‘전통성’과 대중과 거리 좁히기 일환으로써 ‘한복의 재해석’,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지난 2017년 11월 3일에서 지난 2월 4일까지 3개월 여간 미국 센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서 ‘Couture Korea 우리의 옷, 한복’展을 진행해 두 가지를 모두 아울러 현대에서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한복의 가치’를 알렸다.



이 전시에는 소장품들은 지난 십여 년간 아름지기 의(衣) 문화 연구를 통해 제작된 조선시대(1392~1910) 복식이 한복의 전통성에 대한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와 함께 샤넬의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전통과 현대의 조합을 추구해온 디자이너 진태옥, 테크 섬유, 네오프렌으로 독보적 영역을 개척한 디자이너 임선옥, 절제된 전통주의 디자이너 정미선이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통복식 등 총 120점 이상의 작품들을 전개해 과거와 현대로 이어지는 한복의 생생한 생명력을 전달했다.


한복은 한옥과 어우러진다. 그러나 한옥 밖으로 나간 한복은 한옥에서와는 다른 빛을 발산한다.

한복의 평면 재단으로, 입체 재단에 가치를 두는 서양의 옷과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그러나 평면에서 만들어진 직선과 곡선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어쩌면 인체공학적 입체 재단인 서양의 옷보다 어떤 공간에서도 어우러짐의 미학을 발산한다.

아름지기가 기획한 이 전시는 마치 작품처럼 한복을 펼침으로써 예술적 가치를 부여함은 물론 어떤 공간에서든 빛을 발할 수 있는 한복의 생활 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 효과를 냈다는 점에서 한복의 잠재된 가치를 알리는 기여했다.


라이트 베이지, 라이트 그레이, 파스텔 블루 등 옅은 색감이 주는 고급스러운 안정감에서 개나리 색과 꽃분홍색, 옥색과 적색의 탐스러운 자연 속 꽃 색의 재현, 사랑스럽게 조합된 색동 등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국 전통색이 가장 현대적인 색감임을 명확하게 각인했다.


재해석된 한복에서는 한복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나 한복의 극히 일부분의 요소를 확대하거나 한복의 상징적 요소를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때와 장소에 맞게 입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제안해 한복의 현대적 가치를 입증했다.

한국에 제대로 된 한복 박물관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한복의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전통성 보전과 현대적 재해석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감을 느낀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재단법인 아름지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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