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력’이 배우 심은경에게 미친 영향 [인터뷰]
- 입력 2018. 02.17. 22:58:0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언론 시사회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잘 마쳤는데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염력’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심은경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염력’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 영화와 연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염력’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현(류승룡)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가 세상에 맞서 상상 초월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심은경은 생활력 강한 딸 신루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우리 영화가 블랙 코미디 적 요소가 좀 많아서 그런 것들을 (관객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장르다. 나도 한번 연기하고 싶었는데 ‘염력’을 통해 그 장르를 연기하게 됐고 또 연상호 감독님과 호흡을 맞춰 기쁘다. 전반적인 스토리라든지 우리 영화에 관한 평가는 관객 판단이라 생각한다.”
오는 28일 ‘궁합’의 개봉 역시 앞둔 그녀는 올해 초반부터 영화 두 편을 연속 개봉하며 바쁘게 활동하게 됐다.
“‘수상한 그녀’(2014) 이후 새해 초반에 관객분들을 찾아뵌 게 오랜만인 것 같다. 그때 생각이 좀 나는 것도 있고 감회도 새롭다. 여름 겨울 시즌에 많이 찾아뵀는데 새해 첫 포문을 여는 게 기분 좋고 빨리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 두 편 다 보여줘 조금 쑥스러운 것도 있는데 좋은 의미에서의 긴장감이 있어 좋은 것 같다. ‘궁합’에서는 루미와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주고 배경 자체도 시대극이다. 귀여운 영화이면서도 그 나름의 메시지도 담겼다. 두 편 다 많은 분의 공감을 갖고 갈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상호 감독과 ‘부산행’(2016) ‘서울역’(2016)에 이어 ‘염력’까지 연속 세 작품에 출연한 그녀에게 인연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부산행’을 했을 때 얘기가 살짝 있었다. 감독님에게 다음 작품도 같이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말씀을 되게 재미있게 하셨는데 ‘심 배우님 주연작이 있다. 대작인 주연작이 있으니 조만간 시나리오 보내드리겠다’라고 하더라. 그 만만 듣고 ‘기다릴게요’ 했다. 조만간 올 줄 알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부산행’ 촬영 후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렸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좀 더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이야기를 좀 다듬느라 당연한 거였다. 그리고 보내준 시나리오가 ‘염력’이었다. ‘부산행’ 때 언뜻 ‘아빠와 딸 이야기’라고 했는데 당시엔 초능력 소재인 것도 몰랐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새롭게 느껴진 부분도 많았고 연 감독님다워서 좋았다. 반면 초능력이란 이 장르가 어떻게 또 구현될지 쉽게 상상되진 않더라. 그런 부분들은 감독님과 얘기도 많이 나눠보고 어떤 의도로 그릴지 많이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리 프로덕션 때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루미 캐릭터 등 영화적 레퍼런스가 많이 있어 많이 들었다.”
심은경이 연상호 감독과 세 작품 연달아 촬영하자 그녀가 연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말도 나왔다.
“(‘부산행’에 출연한) (정)유미 언니도 있고… 그런 얘기를 농담처럼 한 적이 있다. 현장에서 유미 언니와 끝까지 연 감독님을 쫒아다닐 거라고.(웃음) 유미 언니와 나뿐 아니라 다들 감독님을 많이 따랐고 좋아해 현장 인기 1순위다. 모두가 즐기게 만들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감독님이다. 그러기 참 쉽지 않을 텐데 한 명 한 명 다 배려해주고 스태프의 노고를 잊지 않는다. 그런 감독님의 페르소나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좋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은 연 감독의 ‘몹쓸 연기지도’가 배우들에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아 전했다. 심은경에게 현장에서의 연 감독의 연기 지도에 관해 더 자세히 들어봤다.
“대표적으로 장례식장 장면, 경찰서에서의 김민재 선배의 다툼 장면이 있는데 그때 감독님의 연기 지도가 빛을 발했다. 많이 도움이 됐다. 연기를 진짜 잘 하신다. 특히 경찰서 촬영 때 원래 감독님이 처음 보여준 톤이 있었다. 그걸 되게 하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 테이크를 많이 갔다. 그장면 자체가 인물이 많아 테이크가 많이 갈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초반부 애드리브는 감독님과 많이 상의한 부분인데 장례식장 부분도 반은 애드리브다. 그 상황에서 감정이라든지 그런 것을 감독님이 설명으로 잡아준 게 있어 그런 점이 좋았다. 어찌 보면 루미란 캐릭터는 내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연기일 수도 있지만 내가 가진 걸로 응용하는 느낌이라 배우로선 그게 새로웠다. 한층 더 갖고 논다는 기분이랄까. 그런 것에 대해 연기적 쾌감도 느꼈다. 감독님이 없었으면 그런 걸 깨닫기도 쉽지 않았을 거고 덕분에 잘 완주했던 것 같다.”
‘염력’은 그녀가 최근 촬영한 작품 중 가장 애드리브를 많이 한 작품이다.
“애드리브는 적재적소에 맞아떨어져야 되는 것도 있고 영리하게 사용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니면 너무 배우 연기에만 치중해 빠져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애드리브보다 최대한 장면 장면 하나에 집중하려 하고 감독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하는 편이다. 이번 영화는 촬영현장 자체도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시나리오에 표현 안 된, 현장에서 만들어간 게 많았다. 그런 상황을 감독님도 의도를 많이 했고 블랙코미디다 보니 자연스레 녹여내게 된 것 같다.”
‘염력’에는 액션 등 촬영이 힘든 장면도 많았다. 심은경은 이번 영화를 즐기며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연상호 감독과 스태프에게 공을 돌리고 감사를 표했다.
“스태프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단합이 되기도 힘들었을 거다. 예상외로 힘든 장면이 많았다. 액션이나 위험한 촬영도 많았는데 항상 계획이 철저하게 있어 정말 놀랐다. 배우들이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해 줬고 그런 것에 크게 감동했다.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는 현장이었다. 그 안에서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는 건 연기적으로 그 순간에는 많이 뽑아냈던 것 같다. 이렇게 맘 편히 즐기며 촬영한 건 정말 오랜만이다. 판타스틱한 경험이었다. 연 감독님에게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 원래 감독님 스타일이 그런 것 같다. ‘부산행’ 때도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난 짧게 나와 자세히는 모르지만 촬영할 때 어느 구간부터 어디까지 촬영할지, 안전, 배우 몸 상태를 계속 체크했다. 콘티 대로 다 촬영하는 스타일이다. 배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잘 맞았다. 집중할 수 있는 것에 확 집중할 수 있었고 체크해야 할 걸 머릿속에 넣고 할 수 있어 굉장히 수월했다.”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연 감독은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서울역’ 등을 통해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왔다. 일각에서는 그의 영화가 점점 상업성을 드러낸다며 아쉬워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 그의 영화에 관해 심은경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중 영화는 많은 분이 보고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프레임을 갖고 만든 것 같고 영화 색깔이 감독님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며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모든 걸 끌어내고 인간의 처절함까지 보여주게 됐는데 오히려 애니메이션에서 그렇게 보여줬기에 배로 다가왔고 실사영화에서는 대중적인 재미와 메시지를 적절히 조합한다고 생각한다. 영화팬으로서는 감독님의 또 다른 세계관이라 생각하는데 ‘대중적인 거 아냐?’ 하면서도 그 안에 또 한 번 비트는 게 있고 ‘이게 뭘까?’ 하며 한 번 더 유심히 보게 되는 것 같다. 감독님의 그런 색깔이 좋다.”
심은경이 연기한 루미는 강한 생활력으로 대박을 터뜨린 치킨집 청년 사장이지만 상가를 철거하려는 건설회사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온 힘을 다해 맞선다. 여기에 10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와의 갈등도 보여준다. 전작인 ‘써니’(2011) ‘수상한 그녀’ 등을 통해 당찬 모습을 보여준 그녀에게 이번 역할은 잘 맞는 옷과도 같아 보인다.”
“루미가 애초부터 그렇게 어두운 심성을 가진 캐릭터는 아니라 생각한다. 초반에 청년 사장으로서의 모습도 아픈 과거를 갖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가게를 일궈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도시개발 계획 하에 자신의 미래와 꿈이 처참하게 무너져가는 것을 겪는다. 그럼에도 루미는 계속 싸워나가고 어찌 보면 좀 더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면모도 있다. 극단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루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10년 만에 아빠를 만나 복잡한 심경에서도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캐릭터의 장점이다. 연기하며 그런 주체성을 많이 살리고 싶었다.”
심은경과 잘 매치되는 캐릭터인 루미 처럼 그녀도 주체적인 인물인지 궁금했다.
“주체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날 잘 아는 건 나밖에 없고 날 지킬 수 있는 것도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른 것들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항상 가지는 기본 생각이, ‘나를 잘 알자’다. 나를 잘 알아야 연기란 걸 할 때도 진심으로 우러러 나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깨우친다. 남을 많이 의식하지 않으려 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집을 나간 지 10년 만에 나타나 비범한 능력이 생겼다며 과시하고 이것저것 참견하는 아버지 석헌 역을 맡은 류승룡과의 케미에 대해서도 들었다.
“일단 작업은 정말 편했다. 석헌과 루미의 속정이 보이는 그런 진한 감정을 잘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불신지옥’(2009)부터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많이 맞췄는데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어서 호흡을 맞춘 건 ‘염력’이 처음이다. 그래서 좀 더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참 배울 게 많은 선배님이라 생각한다. 하루는 촬영하는데 문득 날 부르시더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본인의 경험담도 이야기해주시고 내게 ‘좋아하는 걸 즐기며 활동하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게 크게 남는다. 촬영 내내 많이 기억에 남았고 촬영이 끝나고 뭔가 조급하지 않게 마음을 먹게됐다. 작품 고르는데 있어서도 진짜 좋아하는 작품이 뭔지 생각하게 되고 좀 더 신중해졌다. 표현을 많이 못 했는데 정말 감사드린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고 선배님의 인품, 연기를 즐기는 것, 연기를 대하는 방식 등 배운 게 많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특히 ‘염력’에서 선배님의 조언, 따뜻함과 감독님의 공감 능력과 모두를 배려하고 사랑해주는 것들이 ‘이런 현장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꿈, 판타지 같았다. 내 촬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보고싶고 그리워서 춘천 세트에 내려가 더운 날씨에 힘내라고 응원도 하고 과자도 매일 한아름 사가고 했다. 감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 덕에 내가 좀 더 일에 대해서도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더 내려놓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진정으로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된 작품이다.”
‘부산행’에 이어 ‘염력’을 통해 연 감독과 함께한 정유미는 이번 영화에서 파격적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자신과 회사의 이익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 상무 홍 상무 역을 맡아 생애 첫 악역에 도전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이목이 집중되는 캐릭터였다. 나도 홍 상무를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악당인데 어떤 배우라도 욕심을 많이 낼법한 캐릭터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자극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악당, 악역, 안타고니스트에 관심이 많았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악역을 한 적이 없어 항상 악역을 맡기를 소망하고 있다.(웃음) 유미 언니의 악당은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는데 반갑고 내게도 연기적 자극이 많이 됐다. 그래서 감독님에게도 ‘나중에 이런 역할을 시켜달라’고 한 적도 있는데 우리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 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닌가 생각한다.”
‘널 기다리며’(2016) 인터뷰 당시 보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그녀에게 그 동안의 심경의 변화에 관해 물었다.
“딱히 밝게 지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다. 그땐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던 것 같고 그 고민이 나 자신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너무 크게 생각했다. 지금도 사실 그런 고민이 많고 항상 그런 고민을 갖고 사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고 매년 느껴지는 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금 어떻게 하면 좀 더 내가 덜어낼 수 있을지, 어떻게 덜어내야 더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편이다. 그때보다 좀 더 나이도 있고 하다 보니 포커페이스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뭔가 조급한 마음을 내가 많이 누르려 하고 참기도 하고 그런 과정들이 하나씩 하나씩 어른이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 아닌가 생각한다. 법적으로 어른이지만 아직 나 자신을 어른이라 하긴 쑥스럽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 놓여져있는 것 같다. 좀 단순하게 지내고 있다. 재미있는 영화도 촬영했고 좋은 분위기 속에 영화가 개봉됐다.”
여배우의 역할이 적은 가운데 그녀는 주연작이 많은 대표적 배우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돌아보며 의심하기도 한다.
“결국은 나 자신과 연기에 대한 고민이 큰 것 같다. 지금도 나 자신의 재능에 대해 의심하고 있고. 뒤돌아볼 때도 많은데 그게 좋은 습관인지 모르겠다. 안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예전 같았으면 끙끙 앓고 머리도 싸맸을 텐데 지금은 한결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 같다. 여전히 그런 고민을 갖고 있고 생각도 많지만 큰 욕심 부리지 않으려 한다. 천천히 가고 싶고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야 연기도 잘 나오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생각을 갖게 한 작품이 ‘염력’이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좀 더 여유 있고 신중하게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기도 하고 좀 더 단순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연기뿐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 생각을 좀 더 덜어내려 한다.”
연초부터 관객을 만나며 부지런히 활동하는 그녀에게 한 해를 여는 의미로 올해 계획을 들었다.
“무난히 잘 흘러가면 좋겠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상관없다.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있다면 그 또한 정말 크게 감사할 일이다.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kmk.co.kr / 사진=매니지먼트AND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