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VIEW] ‘이윤택 성추행 폭로’ 김수희 대표의 ‘미투’가 일으킨 나비효과
- 입력 2018. 02.20. 00:00:00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한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이윤택 연극연출가의 성추행‧폭행 논란에 불을 지핀 김수희 대표의 글 하나가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 인식을 뒤바꾸고 있다.
이윤택
모든 논란의 시작은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게재한 장문의 글에서부터였다. 그녀는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Too) 운동’(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동참하며 과거 이윤택에게 당했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김수희 대표의 글을 통해 밝혀진 이윤택의 이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윤택은 지방 공연에서 여자 단원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여 안마를 시켰고 성기 주변을 주무르게 하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다.
김수희 대표는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기사를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것 같은 내가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녀의 용기는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소위 극단의 왕으로 군림하던 이윤택의 권위에 눌려 피해 사실을 감추고 있던 피해자들은 김수희 대표의 폭로에 힘입어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인터넷 커뮤니티 연극갤러리에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김보리(가명) 씨는 “물수건으로 나체 닦기, 차 이동시 유사 성행위, 성기와 그 주변 마사지. 제가 동일한 수법으로 겪은 일이기도 하다”며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김 씨는 “저는 이윤택 씨로부터 극단에 있었던 2001년 19살에, 극단을 나온 2002년 20살 이렇게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다. 성추행은 이전에 여러 번 있었다”며 “저라는 피해자 이후에도 전혀 반성이 없이 십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력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저에게 일어났던 일을 폭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 19일 극단 나비꿈의 이승비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me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묵인하고 있다는 게 죄스러워 간단히 있었던 사실만 올린다”며 폭로글을 게재했다.
당시 한 작품의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았던 이승비 대표는 “(이윤택이) 낮 연습 도중 저보고 따로 남으라고 했다. 대사를 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 결국 제 사타구니로 손을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해 도망쳐 나왔다. 이후 원래 7대 3이었던 공연 횟수가 5대 5로 바뀌었고 전 마녀사냥을 당했다. 그 뒤로 신경 안정제를 먹고 산다”고 고백했다.
김수희 대표 이후 끊임없이 등장하는 피해자들의 폭로는 연극계 거장이라 불리던 이윤택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는 예정돼있던 작품 공연을 모두 취소했고 연희단거리패와 30스튜디오, 밀양연극촌 예술감독직에서도 물러났으며 한국극작가협회와 서울연극협회 등에서도 제명됐다. 연희단거리패 역시 극단 해체를 결정했다.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 상,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흔히 가해자보다 피해자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이에 많은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묵인한 채 고통 받고 있으며 가해자들은 처벌망에서 빠져나와 반복된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김수희 대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굴하지 않았다. 후배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싶다던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은 ‘이윤택 사건’을 수면 위로 떠올렸고 많은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끌어냈다. 김수희 대표의 폭로가 성폭력 피해자가 떳떳할 수 있는 ‘당연한 사회’를 현실화하고 있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