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꽃’ 임강성 “늘 실패했던 장여천, ‘폭발’ 하고 싶은 욕구 느꼈다” [인터뷰]
- 입력 2018. 02.20. 13:43:47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돈꽃’은 저에게 행복함이에요. 팀워크가 너무 좋았고 시청률도 너무 좋게 나와서 저한테는 뜻깊고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임강성
주인공 강필주(장혁)와 장부천(장승조) 사이에 묘한 신경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던 MBC 주말드라마 ‘돈꽃’. 두 사람의 긴장감 뒤에는 늘 장여천이 있었다. 극 중 선한 인상 속에 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필주와 장부천을 경계하는 장여천의 존재감은 선명했다. 한때 배우보다는 가수 강성으로 주목받았던 임강성은 ‘돈꽃’의 장여천을 연기하며 배우 임강성의 이름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최근 ‘돈꽃’이 종영하고 임강성이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시크뉴스 본사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작들보다 훨씬 높아진 캐릭터의 비중만큼 임강성은 장여천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연구 과정을 거쳤다.
“여천이라는 역할은 분량도 훨씬 많아졌지만 장치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긴 호흡을 가지고 끝까지 가야하는데 여천이라는 인물이 장치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톤이 튀거나 느낌이 달라지면 안 되니까 그런 것들을 신경 썼다. 여천이는 대사도 일상적인 대사들이 전혀 없었다. 일상적이라고 해봤자 부천이한테 ‘형, 밥 먹었어?’ 이 정도고 그 뒤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들을 한다. 그런 대사 톤을 잡는 데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장여천은 야망을 갖고 청아의 차기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 하지만 장부천과의 경쟁에서 늘 패배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반격의 기회를 노렸지만 결국 아버지 장성만(선우재덕)과 나란히 처벌을 받게 됐다.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역이었지만 그를 연기한 임강성은 캐릭터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한번 쯤 폭발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다. 여천이는 계속 뭔가를 해보려다가 안 되고 실패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뭔가 크게 한 번 감정적으로 터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그게 전체적인 느낌으로 봤을 때 필요가 없으니까 작가님이 안 하신걸 거다.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웃음) 여천이는 뭘 제대로 해본 게 없고 나중에는 아버지까지도 배신한다. 극 밖으로 나와서 여천이를 바라볼 때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재벌 집안에서 태어나서 오로지 청아라는 그룹 하나만을 바라본 건데 태클이 걸리면서 결국 안 되는 인물이니까. ’불쌍한 놈이구나‘ 싶었다”
사촌 형제로 호흡을 맞춘 장승조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다. 작품 안에서는 늘 티격태격해도 밖에서는 누구보다 의지가 많이 되는 배우 중 하나였다.
”승조는 연극할 때부터 알았다. 알고 지낸지 5~6년 됐다. 방송 미팅할 때 자주 마주쳐서 문자 하고 그랬는데 ’돈꽃‘ 촬영을 하면서 반가웠고 고마운 적이 많았다. 워낙 열심히 하고 열정적인 친구다. (장부천은) 누가 봐도 어려운 인물이었는데 누가 봐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표현하는 방식이 ’이 친구가 정말 많이 노력했구나‘라는 게 보였다“
데뷔와 동시에 가수와 연기 활동을 병행했던 임강성은 SBS ’야인시대‘의 OST를 부르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반짝였던 인기는 한 순간에 사그라졌고 그는 활동조차 마음껏 할 수 없는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야인시대‘가 끝나고 소속사랑 찢어지고 나서 몇 년 정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활동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극복이랄 게 없다. 물론 노력은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든 해결되는 부분이 있더라. 나를 놔버리면 끝이니까 잡고는 있는데 억지로 (극복)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또 뭔가가 오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연기를 놓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본능‘이라고 답했다.
”다른 일을 해본 적은 있는데 잘 안 되더라. 연기를 완전히 포기하면서 다른 걸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다른 일을 다 접었다. ’나는 연기가 좋아. 연기밖에 없어‘ 이런 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내재돼있는 제가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힘든 순간에도 대학로의 작은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해왔던 그는 지금의 임강성이 됐다. ’돈꽃‘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연기 내공을 입증한 그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착한 캐릭터를 해 보고 싶다. 인물이 꼭 나쁘고 착한 인물로 나뉘는 건 아니지만 순해보이고 약간 바보 같은, 그런 따뜻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그런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다. ’김종욱 찾기‘라는 뮤지컬에서 순수한 남자 캐릭터를 연기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순애보적인 캐릭터를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임강성이 연기를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 그가 밝힌 ‘연기를 하는 이유’는 매우 소박하고 간결했다.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사람을 살아낼 수 있다는 거다. 그걸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보고 공감을 한다. 욕을 하던 칭찬을 하던, 거기서 오는 희열과 위로가 있다. 제 공연을 보고 ’일상에 지쳐서 왔는데 공연 보고 위로가 됐다‘는 말을 들으면 고맙고 감동적이다. 그런 게 연기를 하는 이유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