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진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인터뷰①]
- 입력 2018. 02.23. 15:55:03
- [시크뉴스 박수정 기자]"요즘엔 '다음 작품 언제해?'라고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한국의 찰리채플린'이라 불리는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KBS2 '흑기사'를 통해 첫 드라마 도전기를 마쳤다. 김설진은 '흑기사'에서 미스테리한 샤론 양잠정의 유일한 남자직원 양승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첫 드라마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톤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내며 배우로서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
"실감이 안나요. 여운이 아직도 그대로네요. 긴 시간동안 고민했던 인물로 살았는데, 기분이 이상하네요. 이런 기분은 저도 처음이에요."
김설진은 이미 유명한 스타 무용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를 졸업한 김설진은 2008년부터 현대무용 최강국 벨기에의 대표 무용단인 '피핑톰' 무용단에서 무용수이자 조안무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2014년엔 Mnet '댄싱9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가 배우로서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주변에서는 '왜?'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처음엔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니가 거기서 왜 나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종영 후에는 반응이 달라졌죠. 나중엔 '다음 작품은 언제해?'라고 하더라고요. 늘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시도를 계속 하고 있었어요. 다른 배우들처럼 똑같이 준비를 해왔어요.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요.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서야 기회가 찾아온거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했던가. 김설진의 공연을 본 '흑기사' 작가의 추천으로 그는 드라마 제작 캐스팅 초반에 양승구 역으로 출연을 확정지었다.
"감독님께서 먼저 만나자고 하셨어요. 만나기 전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흑기사' 대본을 저에게 주시면서 대본을 읽어보라고 하셨고, 그 자리에서 20분 후 바로 오디션을 봤어요. 당시 장미희 선생님께서 캐스팅이 된 상태였어요. '승구'라는 캐릭터를 제안해주셨어요. 출연을 확정 지은 후 첫 촬영날을 손꼽아 기다렸죠.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작가님께서 제 공연을 보시곤 저를 추천해주셨다고 들었어요.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 드렸습니다"
김설진이 맡은 양승구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샤론(서지혜), 장백희(배키/장미희) 캐릭터 만큼이나 심상치 않은 인물이다. 마지막까지 승구의 정체는 미스테리로 남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베일에 쌓인 승구의 정체에 대해 묻자 김설진은 "글쎄요"라며 웃어보였다.
"승구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그대로 남겨두고 싶어요. 승구는 샤론의 메타포 같은 역할이잖아요. 사람도 아니고, 영혼도 아니고 애매모호한 존재죠. 나이가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인물이기도 하고요. '승구라는 아이의 정체는 뭘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지막회에서는 승구의 정체가 밝혀질 것 같았는데, 끝까지 안 밝혀지더라고요(웃음). 저는 이대로 남겨두고 싶어요"
바가지 머리에 꽃무늬 패턴의 정장을 차려입은 승구는 옷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천부적인 재단·재봉 실력을 지녔지만 다소 지능이 떨어지는 인물. 양승구가 살아있는 캐릭터로 거듭나기까지 김설진은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승구 패션에 포인트가 되는 액세서리도 직접 고르는 등 외형은 물론 승구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하며 캐릭터를 하나하나 완성해나갔다.
"승구가 살아온 배경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왜 승구는 배키, 샤론같은 이상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을까. 대본을 읽으면서 주변 관계들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했죠. 그런 고민을 하면서 너무 즐거웠고, 승구에 대한 호기심도 많이 생겼어요. 승구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불우한 집안 환경이든, 미지의 세계에서 온 인물이든 평범하진 않다는 거죠. 승구가 샤론, 배키랑 함께 지낸 이유는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해주고 구원해준 이들이 두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승구는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연민과 가족적인 사랑을 느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온전히 '흑기사'를 촬영하는 동안 그는 승구로 살았기 때문에 시청자로서 '흑기사'를 볼 수도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객관적인 시선에서는 볼 수가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렇게 촬영한 게 TV에서는 저렇게 나오는 구나'라며 신기했어요. 그 후엔 '어? 이 이야기는 승구가 몰라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승구의 입장에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웃음)"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 속에서 김설진은 조금씩 현장에 적응해나갔다. 처음에는 모든게 낯설고 서툴었다고. 해외의 큰 무대에 올라 수 많은 공연을 펼친 그이지만 '흑기사' 첫 촬영날엔 유난히 무섭기도 하고, 굉장히 떨렸다고 말했다.
"카메라 연기는 처음이라 테크니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족했죠. 시선처리도 서툴렀고요. 출연 배우들, 카메라 감독님, 음향감독님, 스태프분들에게도 직접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 여쭤봤어요. 현장 스태프들 용어도 공부하고, 외워서 현장에 더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다들 너무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촬영 내내 정말 재밌었습니다."
김설진은 주전공을 살려 '흑기사'의 명장면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아름다운 춤선이 돋보이는 김설진의 독무는 물론 찰떡 케미를 선보인 김설진과 서지혜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춤을 추는 장면들은 대본에 있었던 부분도 있고, 현장에서 추가된 장면도 있어요. 승구는 샤론의 메타포 역할이기 때문에 춤을 추는 장면 대부분은 샤론의 감정들을 담아낸 장면들이었어요. 그런 장면들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 실제로 샤론의 대사들을 달달 외우기도 했죠."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