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합’, ‘가벼움’이 만든 양날의 검 [씨네리뷰]
- 입력 2018. 02.28. 00:00:00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심은경 이승기 김상경 연우진 등 영화 ‘궁합’의 주요 출연진들의 평균 연령은 약 30세에 불과하다. 청춘배우들로 이루어진 라인업만큼이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궁합’은 사극이라는 장르와 역학이라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쉽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문제는 그 ‘유쾌함’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영화 ‘궁합’
‘관상’의 제작사 주피터필름이 4년 반 만에 내보인 두 번째 역학 시리즈 ‘궁합’은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이 혼사를 앞둔 송화옹주(심은경)와 부마 후보들 간의 궁합풀이로 조선의 팔자를 바꿀 최고의 합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봤을 ‘사주’라는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가 관객들의 구미를 당긴다.
밝고 쾌활한 성격의 송화옹주는 자신과 혼사를 맺게 될 부마 후보들을 직접 확인하고자 궁 밖으로 나가게 된다. 송화옹주는 신분을 숨긴 채 최종 부마 후보로 간택된 강휘(강민혁), 남치호(최우식), 윤시경(연우진)을 차례대로 만나며 궁 안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된다.
송화옹주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는 인물에 따라 바뀌는 에피소드로 다양한 색을 입었다. 송화옹주가 서도윤, 강휘 등을 만날 때에는 유쾌하면서도 달달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남치호, 윤시경이 등장하는 신에서는 웃음기 뺀 긴장감이 맴돈다. 극과 극의 분위기를 오가는 전개들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만드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이와 함께 ‘궁합’은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장르 특유의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완전히 지웠다. 웃음 포인트를 담당하는 감초 캐릭터들의 행동, 말투는 현대극 못지않게 가볍고 개방적이며 주인공들의 로맨스 역시 풋풋하고 발랄한 청춘들의 사랑으로 그려졌다. 특히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송화옹주와 서도윤의 멜로 신에서는 화사한 느낌의 조명과 색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에 ‘궁합’을 보고 있으면 사극 영화보다는 마치 통통 튀는 웹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웹드라마처럼 느껴질 만큼 발랄한 영화의 분위기는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의 무게까지 가볍게 만든다. ‘궁합’은 부마 후보들을 만나며 다양한 일을 겪는 송화옹주의 모습을 통해 결국 최고의 궁합은 진정한 사랑에서 비롯됨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전까지 끌어온 이야기가 너무나 가벼운 탓에, 사랑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눈물짓는 송화옹주의 모습에서 감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감정의 절정을 달리는 송화옹주가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있겠습니까?”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를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영화의 스토리와 별개로 주인공 심은경의 연기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독특하게 대사를 읊는 심은경 특유의 연기 스타일은 사극인 ‘궁합’에서는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부자연스럽고 뚝뚝 끊기는 듯한 그녀의 사극 말투는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다.
‘궁합’은 주로 어두운 이야기를 그리는 기존의 사극과 다른 밝고 유쾌한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던 홍창표 감독의 의도를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냈다. 영화를 보기 전 역사적 배경을 미리 숙지해야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스토리가 흘러가는 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남는 ‘무언가’를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영화를 보러 온 이들에게 드라마와 웹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궁합’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 볼 일이다.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 타임 109분.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