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MeToo]이윤택·오태석·조재현, 거장의 성추문이 불러온 연극계 부정 여론
- 입력 2018. 02.28. 09:46:41
- [시크뉴스 안예랑 뉴스] 연극계의 대표 격인 인물들이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Too)운동'에 거론됐다. 이와 함께 이들이 연극계에 미쳤던 긍정적 영향이 부메랑이 되어 연극계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연극계를 중심으로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연루된 이들이 연극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이윤택, 오태석 연출가와 연극 제작에 힘을 쓰던 배우 조재현이라는 사실이 연극계를 휘청하게 만들었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에게 제출한 '2017년 성추문 문화예술인사들에 대한 정부 지원 내역'에 따르면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지난 한 해 동안 6차례에 걸쳐 총 4억 4천 600만원의 지원금을 수령했다. 2016년에는 4차례에 걸쳐 총 1억 4천 482만원을 지원 받았다. 극단 목화 레퍼토리 컴퍼니 오태석 대표는 총 7차례에 걸쳐 4억 87만원을 지원 받았다.
이윤택과 오태석이 속해있던 극단은 서울시에서도 상당한 지원금을 수령했다. 이들은 2018년에도 다양한 공모 사업에 신청했고 이번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상당 수의 지원금을 받아 연극을 제작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윤택, 오태석 등 성추문에 휩싸인 인사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박근혜 정부때부터도 1억에 가까운 지원을 받을 만큼 연극계에서는 인정받는 존재였다. 그들의 연극은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관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아왔다. 연극계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그들 앞에 붙을 정도로 수많은 작품이 그들의 손을 거쳤다. 연극을 좋아했던 이들에게 거장들의 성추문은 더 큰 배신감으로 다가왔을 터였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유명 배우였던 조재현은 자신이 출연했던 연극 ‘연극열전’이 재정적인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연극 제작에 뛰어들었다.
조재현은 수현재 컴퍼니를 설립하고 연극 전용 극장인 수현재 씨어터를 지어 운영했다. 배우 이순재는 이를 두고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조재현은 제작자로 나선 이후 공효진, 신구, 이순재 등의 유명 배우들을 연극 무대에 세우며 연극의 대중화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처럼 길게는 수 십년 짧게는 수년 동안 연극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이들이 일제히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연극 자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도 전과 같지 않아졌다. 숨어 있는 가해자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의혹도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고, 수십년간 성폭력이 자행됐지만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은 사실 때문에 연극계 종사자들에게 '방관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연극계 그 자체로 비난 여론이 번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왔던 연극의 명성이 성폭력 가해자들만의 것이 아니듯, 연극 무대를 준비하고 직접 서는 수많은 이들까지 가해자의 범주로 넣을 수 없다. 연극 배우들과 제작진들은 연극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연일 나오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들은 연극의 이미지를 추락시킨 가해자들의 행태를 비난하고 '미투 운동'에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윤택의 성추행을 폭로한 이승비 또한 연극계를 향한 대중의 냉정한 시선에 우려를 표하며 "좋은 분들도 많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이승비의 우려처럼 연극계에 남아 있는 피해자와 대다수 연극인들이 용기를 가지고 한 폭로가 2차적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중의 비난이 연극 자체가 아닌 가해자를 향하기를 바란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시크뉴스DB,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