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로타 사진 속 ‘세일러 복’, 소녀 판타지 VS 로리타 ‘미투 논란 확산’
- 입력 2018. 03.05. 12:03:23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한눈에도 20대를 갖넘거나 아직 10대라고해도 믿을 법한 외모의 모델들을 플레임에 담아온 사진작가 로타가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미투(#MeToo)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를 유명세에 올린 설리, 아이유를 굳이 들먹거리지 않아도 일반인 모델을 촬영한 사진 역시 살아있는 사람임에도 구체관절인형인 듯 비현실적인 비주얼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오간다. 또 음영이 없는 하얗고 말간 얼굴에 복숭아 빛 볼터치와 입술선이 명확하지 않은 립 컬러가 박제된 인형 같은 느낌을 내는데 일조한다.
로타의 사진 속 의상은 비키니를 제외하면 소녀, 즉 걸리시룩의 기본을 이루는 아이템들이 대부분이다. 속옷 역시 일반적으로 브랜드들이 1, 20대 청소년 및 학생을 주 타깃으로 하는 컬러와 소재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리시 코드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포즈의 수동성과 의상의 순수성은 로타의 사진 속에서 선정적 수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특히 그의 사진 속에 자주 목격 되고 설리 사진에서도 등장하는 흔히 일본 여학생 교복으로 알려진 세일러복은 로타가 과거 시크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현실 속 이상형 구현’이라는 설명과 맞닿아 있으면서 동시에 로리타 논란의 근거 자료 역할을 한다.
세일러복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주인공 소녀들의 의상이기도 해 그의 사진 속에 이 의상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로타의 만화작가 이력은 그의 설명에 타당한 근거를 제공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색감이나 분위기를 조금 더 만화스러운 느낌으로 담는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라며 사진이 그의 전직과 연결되는 지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설명한 현실의 이상형으로 구현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대부분은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세일러문 역시 소녀들의 우상인 소녀 영웅이라는 점에서 모델들이 입은 세일러복은 모델 자신 혹은 사진을 보는 타자, 그게 누구든 소녀를 향한 로망과 욕망의 함의를 부정하기 어렵다.
로타 사진에는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여학생 교복인 세일러복의 동복과 하복이 모두 등장한다. 설리 의상은 화이트 몸판의 네이비 세일러 칼라가 달린 하복으로 동일한 의상을 입은 일본인 모델들의 사진도 다수 있다.
로타의 작가적 상상력은 세일러복 의상의 재해석으로 이어졌다.
전형적인 교복 스타일 의상뿐 아니라 화이트 티셔츠에 세일러 칼라만 스카프처럼 두르는 등 변형된 의상도 사진 속에 자주 등장한다. 이때 스커트는 입었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짧아 설리가 입은 세일러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로타는 사진의 콘셉트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단계에서 콘셉트를 표현할 수 있는 의상과 메이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모델들과 촬영 전에 대략적인 건 상의를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의상, 장소, 소품까지만 상의를 하고 디테일한 것들은 만나서 상의를 한다. 미리 정하고 만나면 실제로는 헷갈리는 게 많더라”라며 작업 과정과 방식에 대해 밝혔다.
“시안보다 모델에게서 실제로 얻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한 그는 실제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도 전했다. 그는 “의상도 많이 보는 편이다. 모델한테 있으면 가져오라고 하거나. 메이크업은 만화스러워야 하는 부분이라서, 입술도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하고, 만화 속에서 작대기 두 개로 표현되는 붉은 뺨을 표현한다”라며 자신의 표현하고 하는 현실 속 이상형의 구체적인 이미지 메이킹 방식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요소는 소아성애라는 비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소설 ‘로리타’에서 교수 험버트가 묘사한 님펫 이미지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쉽게 잠재우지 못했다.
이 가운데 로타의 성폭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대중의 그의 사진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로타의 사진은 예술과 외설의 논란 이전에 소녀를 보는 작가의 시각에 집중되고 있다.
성폭력 논란과 그의 사진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엮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그와 사진 작업을 함께 했던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의 사진 속 이미지 함의를 그냥 넘겨버릴 수만은 없어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시크뉴스 DB, 로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