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아카데미 시상식 ‘미투 블랙 VS 위드유 화이트’, 성폭력 타임즈업
- 입력 2018. 03.05. 16:57:07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악령이 미국에서는 한 풀 꺾인 듯 5일(한국 시각) 미국 LA 돌비극장 진행된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 시상식’)은 ‘제75회 골든 글로버 어워즈’(이하 ‘골든 글로브’)에 비해 블랙 드레스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에이미 아담스, 제인 세이모어
하비 와인스타인이 자신이 설립한 와인스타인 컴퍼니에서 해고당하고 각종 영화협회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할리우드에서 사실상 퇴출당하면서 미국 영화계 미투 캠페인 열기는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투 캠페인으로 촉발된 사회적 함의와 패션 키워드로써 블랙 다시보기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층 세련된 디자인으로 참석자들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또한 블랙과 대조되는 몇몇 배우들의 화이트 드레스는 지난 28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제60회 그래미 어워즈’를 채운 백장미를 연상케 하며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된 단체 타임즈업(#TimesUp)의 존재 필요성을 각인했다.
이날 레드카펫에 오른 블랙은 골든 글로브 어워즈에 비해 수는 줄어들었지만 한층 더 경건해졌다. 대부분이 실루엣에만 집중하고 노출을 최소화했다.에이미 아담스, 에바 두버네이, 숀다 라임스/ 제임스 재거 & 안젤리카 휴스턴, 스파이크 리 & 토냐 루이스 리, 제임스 코든 & 줄리아 카레이/ 메간 멀러리, 소피아 베르가라, 리버티 로스
그러나 배우와 감독들의 아우라가 스타일에서 강하게 부각됐다. 전체적으로 보디라인의 굴곡을 살리는 튜브 실루엣이 주를 이룬 가운데 허리에 벨트를 더해 잘록한 허리를 더욱 강조하거나 파워숄더, 언밸런스 커팅, 깊게 파인 V 네크라인 등으로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경건함을 잃지 않게 수위를 조절했다.
감독 에바 두버네이(Ava DuVernay), 토냐 루이스 리(Tonya Lewis Lee), 소피아 베르가라(Sofia Vergara)는 튜브 드레스를 기본으로 시스루를, 에이미 아담스(Amy Adams),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Shonda Rhimes)는 커팅으로 노출 지수를 낮추고 스타일 지수는 높인 섹시 블랙룩을 완성했다.
이뿐 아니라 메간 멀러리(Megan Mullally), 리버티 로스(Liberty Ross), 에이미 아담스는 파워숄더로 블랙룩에 강렬한 엣지를 부여했다.
화이트 역시 블랙과 동일한 디자인 흐름을 유지했다. 화이트에서는 특히 더 노출이 자제되는 대신 머스큘린 혹은 극적인 러플 디테일 등 극단적인 무드가 등장해 클린 화이트라는 컬러만 동일한 뿐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부각했다.제인 세이모어, 에버니 데이비스, 줄리안 허프/ 캔디스 카메론 부레, 주디스 라이트
제인 세이모어(Jane Seymour)는 파워숄더와 깊게 파인 네크라인이 강하고 섹시한, 주디스 라이트(Judith Light)는 극적인 볼륨의 소매가 우아한 여성 이미지를 부각해 시선을 끌었다.
미국의 미투 캠페인은 미국 내 정치권으로 확장돼 지난 1월 31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현장이 블랙 드레스코드로 채워졌다. 미투 캠페인은 한국에서 더욱 거세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은 영화계에서 문화 및 공연예술계을 거쳐 가요계까지 확대되며 성폭력에 대한 울분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혹은 방관자로서 자신을 감춰온 이들이 미투와 위드유를 외치며 성폭력 근절에 동참하고자 하는 자세 변화는 드레스코드를 통해 더욱 명확한 시각적 각인 효과를 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