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논쟁] ‘나쁜 남자’→‘뫼비우스’, 현실이 된 김기덕 감독의 세계관
입력 2018. 03.07. 10:54:04

(위) 영화 ‘나쁜 남자’ ‘사마리아’ (아래) ‘피에타’ ‘뫼비우스’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세계적 거장이라 불리던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예술’로서 인정받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은 한 순간에 그의 추악한 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됐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다뤘다. 과거 김기덕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던 여배우들은 오랜 고민 끝에 그에게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을 폭로했고 그들이 밝힌 김기덕 감독의 이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여배우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작품에서 만난 여배우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발언을 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하면 폭행을 하고 ‘감독을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할 수 없다’며 도리어 여배우를 나무랐다. 영화 촬영 중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묵는 숙소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김기덕 감독의 이러한 충격적인 모습은 이미 많은 영화계 관계자들이 알고 있을 만큼 공공연하게 들려왔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해 묵인했다. 그가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거장’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기덕 감독은 20여 년 동안 3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해왔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잔인하고 충격적인 스토리와 장면이 많았으며 특히나 여성 캐릭터를 그릴 때에는 유독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짙었다. 이에 국내에서는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그의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는 관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후 연일 화제가 됐던 영화 ‘나쁜 남자’는 지난 200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폭행, 베드신 논란이 있었던 ‘뫼비우스’ 역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두 작품은 창녀촌, 근친상간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뤄 국내에서 논란이 됐지만 해외 관계자들은 그의 영화에 호의적이었다.

이뿐 아니라 김기덕 감독은 지난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아리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12년에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에 그는 국내 영화감독 중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수상한 유일한 감독이 되기도 했다.

다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그의 영화적 세계관은 해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김기덕 표 예술’로 인정받았다. 국내 관객들 역시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화려한 수상내역을 바탕으로 그의 위치를 실감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영화가 폭력적이어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 영화와 비교해 내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며 좋겠다”며 자신의 영화를 작품 자체로만 바라봐주길 당부했다.

하지만 결국 그의 영화적 세계관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녹아있는 셈이었다. 그와 만났던 여배들은 하나같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그의 영화 촬영이 진행됐던 현장을 ‘지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감독이라는 권위로 힘없는 여배우들을 제압하고 상습적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김기덕 감독의 모습은 그의 영화 속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앞서 방송에서 김기덕 감독은 “성폭행을 한 적은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나쁜 남자’와 ‘뫼비우스’를 비롯해 그의 영화에 평점 테러를 하며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로나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되며 국내 개봉을 준비하고 있던 그의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개봉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미투 운동’의 열풍 속에서 많은 이들이 김기덕 감독에게 당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만큼, 그가 이번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