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이윤택 ‘회색 남자’, 단정한 이미지 메이킹이 초래한 냉소
입력 2018. 03.19. 11:59:54

이윤택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이윤택이 성추문 관련 기자회견을 연 지 한 달여 만인 1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성추행에서 성폭행 피해자까지 나와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이윤택의 경찰청 출석 다음날인 18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문화예술계 평등문화를 위한 연극인 궐기대회’가 열려 시들해져가는 미투(#MeToo) 운동의 불씨를 재 점화 했다.

이윤택은 피의지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철창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자리에 한 달 전인 2월 19일 기자회견 때와 같은 회색 세미포멀룩 차림으로 등장했다.

한층 깔끔하가 단정해진 스타일이었지만 이 같은 이미지 메이킹이 이윤택에게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효과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냉소만 키우는 역효과를 냈다.

2월 19일 기자회견



기자회견 전 리허설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반쪽자리 사과마저도 신뢰도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이윤택은 갑작스럽게 터진 성폭력 논란으로 당황했던 심리가 반영된 탓인지 평소 자신의 패션 취향은 정확하게 반영됐지만 헝클어진 머리처럼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음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이후 한 달 여의 시간이 지난 3월 17일, 미투 운동은 3월 9일 조민기 사망을 기점으로 열풍에 가까운 열기는 한풀 수그러들었다. 이윤택을 향한 비난은 여전하지만 이윤택은 그 사이에 평정심을 되찾은 듯 정돈된 모습으로 등장해 기자회견 전 리허설 논란에서 진화해 본격적인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음을 짐작케 했다.

3월 17일 서울지방경찰청 피의자 소환

슈트 스타일로 재킷과 팬츠의 컬러의 톤을 통일한 기자회견 때와 달리 경찰청 출석에서는 하프 코트로 아우터를 바꾸고 팬츠는 밝은 톤을 선택해 톤온톤으로 컬러 조합법 역시 차이를 뒀다. 한층 가볍고 경쾌해진 톤 변화는 같은 회색임에도 전혀 다른 심리 상태임을 내비치는 효과를 냈다. 이뿐 아니라 중단발에서 자른 짧은 쇼트커트와 정리된 코털이 톤온톤의 컬러 조합에 시너지를 더했다.

이처럼 스타일 측면에서는 그런지룩 분위기마저 내는 기자회견 때와 사뭇 달라졌지만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그의 말과 표정으로 인해 오히려 부정적만 이미지만 키웠다.

이윤택의 같은 듯 전혀 다른 옷차림은 연출가보다는 전략가로서 면모를 부각해 서늘한 느낌마저 감돈다. 그는 기자회견 전 리허설 논란에 대해 준비과정을 리허설로 왜곡했다고 말하는 가하면 피해자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며 웃는 등 사과와 반성의 여지를 보이지 않아 실망감을 키웠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 티브이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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