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보영, '마더'를 통해 '엄마'를 말하다[인터뷰]
입력 2018. 03.19. 14:41:57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2014년 방송된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는 엄마로 분해 절절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보영이 또 다른 모습의 엄마로 돌아왔다. 그 사이 이보영은 진짜 엄마가 됐고, '마더'에는 이보영의 고민의 시작과 해답이 모두 담겨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마더’ 종영 인터뷰에서 이보영이 생각하는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마더’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그렸다.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부터 아이를 버려야만 했던 엄마, 그렇게 버려진 아이를 가슴으로 품은 엄마까지. 다양한 상황 속에서 표현된 모성의 다채로운 모습은 이보영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됐다.

“모성에 대해서 고민한 부분을 이 드라마가 충분히 얘기해줬다고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아이를 낳고나서도 아이가 예쁜지 몰랐어요. 그래서 ‘왜 사람들이 나한테 아기를 예뻐해야 한다고 말하지, 내가 너무 나쁜 엄마인가. 나는 왜 아기가 예쁜지 모르겠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유 수유를 강요하는 것도 이상하고 ‘왜 우리 사회는 엄마라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지’ 이런 의아함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보영의 의문은 연기로 완성됐다. 이보영이 연기한 ‘마더’ 속 강수진 또한 모성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로 인해 강수진은 ‘엄마’라는 선택지를 일찍이 포기한 인물. 그런 강수진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처한 학대 아동 혜나(허율)를 만나고 그 아이와 지내는 시간을 통해 ‘모성’을 배우게 됐다. 실제 이보영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 작품을 들어갈 때도 그랬고, 끝나서도 바뀐 생각은 없어요. 저는 차영신(이혜영) 엄마의 마음처럼 아이는 ‘기르는 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이와 지내는 하루하루가 중요한 거죠. 특히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엄마로서 아이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성을 잘 쌓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보영은 자신이 닮아가고 싶은 엄마로 극 중 강수진의 양어머니로 등장한 차영신을 꼽기도 했다. 차영신은 입양한 세 딸을 키우면서 그 어떤 엄마보다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었다. 이보영이 생각한 ‘기른 정’이라는 모성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따라하고 싶은 엄마는 영신 엄마이지만 저는 아직 미성숙하기도 하죠. 그래도 아직까지는 좋은 엄마 같아요. 우리 아이는 아직까지 예쁜 짓만 하고 있으니까. 얘가 사춘기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이렇게 키우자’고 얘기했던 것에 대해 근접하게 가고 있기는 해요. 한없이 사랑해주고 편이 되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이보영 자신의 고민이 담겼기에 짧은 시간에도 강수진이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이보영은 드라마의 종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에 울음을 터트리며 이별의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솔직히 아직은 실감이 그렇게 나진 않아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고, 내일도 현장에 나가야 할 것 같고. 촬영 끝나고 윤복이(허율)랑 엄청 울었거든요. 집에와서 15회 엔딩 보다가 속울음을 터트렸어요. 다 털어내듯이. 그런데도 아직 가슴이 조금 아려요”


이보영이 눈물을 터트렸던 것처럼 ‘마더’는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했다. 학대 받는 아이의 어른스러운 모습, 강수진을 버린 친엄마 홍희(남기애)가 강수진을 버린 이유를 고백하는 장면, 혜나와 강수진의 이별 등이 그랬다. 시청자를 매 회 울린 만큼 이보영도 매 회 드라마 속에서 절절한 감정 연기를 해야 했다.

“다른 부분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13회 엔딩에 윤복이랑 헤어지는 신 찍을 때. 제가 감정 연기를 찍고 나서 일어나지 못하거나 힘든 적은 별로 없었는데 그 장면 찍고 나서는 호흡이고 뭐고, 다리도 떨리고 그랬어요”

이보영이 꼽은 한국판 ‘마더’와 원작의 가장 큰 차이점도 감정 연기에 있었다. 원작 ‘마더’ 속 강수진의 캐릭터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외부로 쉬이 드러나지 않는 감정 표현에서 오는 정적이고 담백한 분위기가 일본판 ‘마더’를 대표했다. 이에 반해 한국판 ‘마더’의 감정은 극적이었다.

“감독님과 상의를 하고 들어갔어요. 수진이라는 캐릭터를 원작 캐릭터와 비교한다면 일본은 우리나라 정서와 다르기 때문에 속마음을 숨기고 감추는 캐릭터라는 점. 우리는 감정 표현을 하는 캐릭터로 가자고 상의가 된 상태에서 들어갔어요”

결말 또한 원작과는 차이가 있었다. 원작 속에서 강수진과 혜나는 결국 이별하게 된다. 오랜 기간의 이별 후 두 사람의 재회를 암시하며 작품은 끝이 난다. 한국판 ‘마더’는 달랐다. 한국판 ‘마더’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강수진이 혜나를 다시 입양해 진정한 가족의 형태를 완성한다.

“드라마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작가 다르게 우리 드라마가 학대를 묘사하는게 과했잖아요. 그렇게 상처 받은 아이가 또 상처를 받는 것 보다는 두 사람이 만나서 치유를 받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희망을 말해야 할 것 같아요”


'마더'가 더욱 완벽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던 데는 이보영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 허율의 공도 컸다. 아역배우의 연기력에 따라 드라마의 완성도가 좌우될 정도로 극의 대부분이 허율의 연기로 채워졌다. 이보영은 허율과의 연기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이보영은 인터뷰 내내 허율을 극 중 캐릭터 이름인 '윤복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견하고 고마웠어요. 윤복이의 첫 파트너가 돼서 영광이라고 말할 정도로. 원래는 아역이랑 촬영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정말 의연하게 연기해줬고,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도 없었고, 대견했죠. 초반에는 아이를 집중시키려고 ‘너는 주인공이야’라고 말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극 중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 있더라고요. 친엄마가 찾아오는 장면을 찍고 나서는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냐’고 계속 울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이 아이를 가르쳐줘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이보영은 허율의 연기를 “순수한 백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장에 가서 상대방의 연기에 따라 다른 연기를 한다는 이보영에게 허율의 순수한 연기는 새로운 경험이 됐다.

“저는 연기를 할 때 생각을 많이 하는 배우가 아니에요. 현장 분위기, 공간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대배우가 이렇게 할 거다’라는 예상만 하고 가요. 그런데 윤복이도 그렇고, 이혜영 선생님도 그렇고 예상과 너무 다른 연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너무 좋았죠. 윤복이와 이혜영 선생님의 눈을 보면서 거기서 받아지는 대로 대사를 쳤어요. 현장에서 감정을 계산해서 갔는데 이혜영 선생님이 ‘수진아’라고 부르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윤복이도 순수하게 백지 상태로 연기하니까 장면, 장면마다 다르게 연기를 했어요”


이보영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고, 완벽한 파트너와 연기했다. 감정연기가 힘들지 않았고, 시청자에게 진정성 있는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상황과 최적의 촬영 환경이 뒷받침 됐다.

“이번 현장은 정말 많은 것을 받았어요. 모든 스태프 분들이 현장을 최고로 만들어주셨던 것 같아요. 이게 ‘아역이랑 같이 있어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최고의 현장이었죠.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연기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웃음). 감정 소모가 심하지 않았다는 게 컨디션도 너무 좋았고, 대본도 충분히 나와 있었고, 캐릭터도 생각대로 할 수 있었고, 연기했던 감정을 한 번에 뽑아내기만 하면 완성 될 수 있게 모든 조건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이보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믿보영(믿고 보는 이보영)'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보영 본인은 자신을 평가하는 단어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는 항상 그의 연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진출을 확정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마더’. 그 안에서 완벽하게 펼쳐진 이보영의 연기는 그의 차기작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고 싶은 작품은 딱히 없어요. 저는 항상 장면에 꽂히거든요. 제가 만들어보고 싶은 장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제가 꽂히는 장면이 많은 대본을 만나고 싶어요. 가벼운 것일수도 묵직한 작품일 수도 있겠죠. 선택권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은 해요. 더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하고 싶다. 자꾸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가 주연으로 작품에 설 수 있을 때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다니엘 에스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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