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더' 송유현 "혜나 위해서 이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연기"[인터뷰]
- 입력 2018. 03.22. 16:46:41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마더’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였다. 그 안에서 엄마의 마음이 아닌 단순 정의감으로 학대 아동을 구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 있었다. 배우 송유현은 ‘마더’에서 열혈 선생님 예은으로 분했다. 예은은 혜나(허율)의 학대 증거를 가장 먼저 발견했고, 강수진(이보영)이 혜나의 아픔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강수진과 혜나의 관계가 ‘마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학대의 증거에 분노하고 허술한 수사를 질타하는 예은의 모습은 현실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이었다.
최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유현은 “이 역할이 정말 의협심 강하고 정의로운 역할이다”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선생님은 가르치기만 하는 거고, 학생은 배우기만 하는 거고. 요즘에는 예전만큼 교감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학생들이 선생님을 괴롭히기도 하고. 그래서 ‘너는 나 그리고 나는 너’ 이렇게 학생과 교감을 많이 하는 선생님을 생각했어요. 우리가 상상하는 선생님. 그걸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했죠”
학대 징후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보고서도 지나치는 평범한 인물 속에서 예은의 캐릭터는 더욱 도드라졌다. 신혼여행을 가다가도 경찰서에 찾아와 경찰을 꾸짖는 장면은 ‘저런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저도 경찰서를 찾아가고 공론화 시키는 것 까지는 했을 거예요. 집까지 찾아가서 엄마에게 ‘다른 남자가 있지 않냐’이런 얘기를 직접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시면 그거는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내가 만약 선생님이거나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걸 안다면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것 같아요. 저도 도덕적인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캐릭터인 예은이 강수진이 혜나를 유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행동은 의외성을 갖추기도 했다. 경찰에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은의 선택은 혜나의 편지를 꾸며내 경찰의 수사 방향을 방해하기도 했다. 송유현 또한 그 의외의 면에 포인트를 두고 연기했다.
“그 장면을 보시면 저도 다른 느낌으로 연기를 했어요. 그 전에는 조금 높은 목소리로 ‘정말 이래요~’이런 식으로 연기를 했다면 그때는 많이 내려놓고 연기했어요. 이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는 없구나. 이것도 어쩌면 유괴라는 범죄에 동조한 거잖아요. 그래서 많은 걸 내려놓고 담담하게 편지를 썼어요. 그 전까지는 열혈 선생님을 표현했다면 그 상황에서는 정적인 표현을 했죠”
송유현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캐릭터를 보고 연출을 맡은 김철규 감독은 ‘정말 바닷가 마을에 있는 학교 선생님 같다’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 송유현에게 ‘마더’ 속 예은 캐릭터를 제안한 것도 김철규 감독이었다.
“김철규 감독님이 연출한 ‘파라다이스 목장’(2011)으로 드라마 데뷔를 했어요. 이후에도 단역으로 불러주시다가 지난해에 ‘시카고 타자기’라는 작품을 하신다고 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죠. 그런데 이번에는 먼저 전화를 주셔서 ‘너랑 잘 어울릴만한 역할이 있다’고 하셔서 ‘마더’에 함께 하게 됐어요”
송유현은 김철규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표현했다. “너무 좋아하는 감독님”이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가 단역으로도 여러 작품을 만나왔잖아요. 항상 기다려주세요. 그게 가장 좋았어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해볼까요’ 이런 식으로 말씀해주시고. 정말 배우를 많이 배려해주시는 감독님이에요”
2008년 연극 ‘쉐이프’를 통해 데뷔했던 송유현은 배우 데뷔 11년차, 드라마 데뷔 8년차를 맞았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던 송유현에게도 ‘마더’는 가슴에 남는 작품이 됐다. 그리고 극 중 이혜영이 연기한 배우 차영신의 죽음은 송유현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 읍내’라는 작품 속 대사가 나왔잖아요. 딸들에게 계속 책을 읽게 하는 것도 그렇고. 허율 그 친구한테 ‘나는 인사할 데가 되게 많아. 내가 맡았던 역할에 대해서 인사를 해야 돼’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배우가 죽기 전에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저는 배우이기 때문에 더 와 닿더라고요”
배우 차영신의 죽음에 공감한 배우 송유현. 오랜 기간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했지만 그에게 ‘연기’란 여전히 어려운 존재였다.
“연극은 연습 기간이 많이 길어서 배우들끼리 고민을 더 많이 하고 깊이감 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반면에 드라마 같은 경우는 대본이 바로 바로 나와서 날 것의 연기가 나오잖아요. 제가 인이 박힌 연기를 할 때가 있는데 드라마 현장에서는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둘 다 아직은 어려워요. 많이 편해져야겠죠. 연기를 모든 걸 내려놓고 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에요”
11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고민은 슬럼프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너는 배우다’고 얘기해주는 주변의 응원 덕분이었다.
“열심히 연극을 하는데 어느 순간 작품이 안 들어왔어요. 6개월 쉬고 들어간 작품이 저랑 정말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출자님에게 ‘저 배우 안 할래요,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그만 두더라도 이 것까지는 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작품이 정말 어려운 공연이었거든요. 정말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극복됐어요. 제 작품을 보고, 같이 했던 동료들이 ‘너는 그냥 배우야’라고 해줄 때도 힘이 돼요. 선배들도 ‘쏭, 너는 배우야. 계속 가. 버티고 가’ 그렇게 얘기 해주시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하루에도 12번 씩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원론적인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 배우를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나는 배우야. 그래도 배우야’”
긴 연기 생활을 했다. ‘마더’와 KBS 1TV 일일드라마 ‘미워도 사랑해’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도 얻고 있다. 송유현은 올해 더욱 꾸준한 연기활동을 해 많은 사람이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송유현이 연기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었다.
“저는 늘 똑같아요. 연기 잘하는 배우, 같이 했던 사람들이 또 하고 싶어 하는 배우. 그게 곧 잘하는 배우이며 사람들이 또 보고 싶은 배우인 거니까. 같이 했던 동료들이 다시 찾아주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