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 정의한 인생작 ‘7년의 밤’ “제일 열심히 고민했다” [인터뷰]
입력 2018. 03.27. 11:15:01

장동건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7년의 밤’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어요. 이 이상은 못 해요 (웃음)”

영화 ‘7년의 밤’을 대하는 배우 장동건의 태도는 그 어떤 작품의 배우보다도 확고했다.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라면 대게 아쉬움과 긴장감을 먼저 내비치기 마련이지만 오랜 기간 ‘7년의 밤’을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은 그의 얼굴에 후회는 없었다.

지난 22일 서울시 중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장동건이 시크뉴스와 만나 ‘7년의 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영화의 진한 여운을 몸소 느꼈던 그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여운도 여운이고, 영화 자체가 워낙 묵직했다. 촬영하면서 버전들이 되게 많았는데 어떻게 엮일까 궁금했다. 생각보다 드라마를 많이 구축하는 쪽으로 편집된 것 같다”

영화의 원작인 정유정 작가의 동명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예민하고 날카로운 오영제 캐릭터와 묵직하고 젠틀한 이미지의 장동건을 쉽게 매치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장동건은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기 전부터 배우로서 오영제 캐릭터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이전부터 소설이 영화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오영제 역할을 하고 싶었다. 오영제는 예민하면서 섬세하고 사이코패스이긴 하지만 섹시한 면도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다 영화 제작 소식을 들었고 오영제 역을 섭외 받게 됐다.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진 오영제는 그가 생각한 이미지와 달랐다. 늘 감정을 숨기고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는 소설 속의 오영제와 달리, 영화 속의 오영제는 폭발하듯 감정을 분출해내는 뜨거운 인물이었다. 이는 120분 안에 오영제라는 인물을 관객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한 추창민 감독의 선택이었고 장동건 역시 이에 공감하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영화 속에서도 오영제 캐릭터가 매력적인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쉽지 않은 캐릭터라고는 생각 했다. 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악한 사람이 피해자가 돼서 선한 가해자한테 복수를 하는, 뭔가 뒤집어진 아이러니 같은 게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최현수와 오영제 중 누구 편에 서야하는지 모를 딜레마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오영제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돼야 했다. 원작의 오영제를 그대로 영화에 가져오면 사실 뻔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행동이나 심리를 단순히 사이코패스로 설명하는 것 외에는 설득하기 어려운 캐릭터고 감독님은 본인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노출할 자신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는 사람으로 만들자’ 해서 영화 속의 캐릭터가 됐다. 원작의 오영제가 차가운 이미지라면 영화 속 오영제는 뜨거운 인물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고 그 중에서 우리 영화와 가장 맞는 캐릭터를 쌓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오영제가 7년 동안 복수를 향한 일념 하나로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거쳤다. 단순히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의 차원이 아닌, 인간 오영제가 이토록 악한 인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공감하려 노력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납득할 수 있게 그려내는 것이 장동건의 가장 큰 숙제였다.

“저는 악역이라는 생각을 안 했다. 엄밀히 따지면 영화 속에서 오영제는 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법적으로는 최현수가 더 잘못을 한다. 오영제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염두하지 않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의 악 중에서, 그 악을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했다. 이 사람의 복수심의 동력이 어려웠다. 정말 딸을 지극히 사랑하던 사람이 이런 복수를 계획하는 건 쉬운 일인데 딸을 학대하던 사람이 이러는 건 무슨 심리일가 싶었다. 큰 틀은 자기가 설계한 세계를 파괴한 것에 대한 본질적인 복수라고 생각했다. 그 세계 안에 딸과 아내가 있었던 거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나면 기술적인 고민이 따라왔다. 주로 묵직하고 진중한 연기를 해왔던 장동건이 악에 받쳐 감정을 토해내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면 캐릭터가 (감정을) 표출하는 쪽으로 세팅이 돼있다. 누르는 감정을 표현할 때는 좀 더 다채로운 방법들이 있는데 표출하는 순간에는 나 자신의 방식이 나온다. 이걸 오영제가 하면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오영제는 감정을 많이 표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표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 딸의 시신이 발견되거나 집 나간 아내가 자살한 경우. (오영제의 감정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터질 거라 생각했다. 처음 자극을 받았을 때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아무 감정이 없는 것처럼 하다가 다른 지점에서 그 자극이 튀어나오는 방식이었다. 아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굿판에 갔을 때 감정이 나온다든가 그런 부분이었다”

장동건의 색깔로 재탄생한 오영제는 작품 속에서도, 장동건의 연기 인생 안에서도 큰 존재감을 갖는다. 이에 장동건은 조금 다른 의미의 인생작으로 ‘7년의 밤’을 꼽으며 작품이 갖는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인생 캐릭터는)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정하는 것 같다. 어떤 역할을 맡으면 현장에서는 다 열심히 한다. 인생캐릭터에 대한 욕심이나 이런 건 별로 없다. 제일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한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7년의 밤’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객들이) 새롭게 느꼈으면 좋겟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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