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빛 내 인생’ 신혜선, ‘서지안 비난’이 외모 비하보다 힘들었던 이유 [인터뷰]
- 입력 2018. 03.27. 17:15:49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8개월 동안) 지안이로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줘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솔직히 연기를 하는 게 즐거웠지만 동시에 정말 힘들었어요. 힘든 것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난 신혜선(29)이 소현경 작가에게 전한 말이다. 긴 시간 힘들지만 동시에 즐겁게 촬영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석,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은 그녀를 ‘시청률 여신’ ‘주말 퀸’의 반열에 제대로 올려놨다. 조금은 들뜰법도 하지만 소탈하고 겸손한 그녀의 모습이 아직은 더 먼 길을 갈,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줄 배우 신혜선을 기대하게 했다.
‘황금빛 내 인생’은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3無녀’에게 가짜 신분 상승이라는 치트키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황금빛 인생 체험기를 다룬 가족 드라마다. 신혜선은 서태수(천호진)의 딸이자 이란성 쌍둥이 서지수(서은수)의 언니로, 해성 그룹 마케팅부 계약직 직원이자 정규직 마지막 자리에 탑승하려 애쓰는 계약직 사원 서지안을 연기했다.
신혜선은 첫 주연작으로 52부작인 ‘황금빛 내 인생’을 택해 지난해 9월 초부터 이달 11일까지 약 8개월간의 대장정을 이어왔다. 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 변화의 굴곡이 컸기에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기회이기도 했다.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45.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긴 시간 숨 가쁘게 달려온 그녀는 4박 5일의 포상휴가마저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1박 3일의 짧은 여행을 뒤로한 채 괌에서 돌아와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왔다. 체력이 약하다 생각하는데 의외로 잘 버텨준다. 욕심은 참 끝이 없는 거다. 계속 생긴다.(웃음) 다른 역할도 더 해보고 싶고 그렇다. 작품 끝나면 다음 일에 대한 불안감이 든다. 원래 하던 작품이 끝나기 전에 차기작이 결정되는 게 좋다. 백수 생활을 너무 오래 해 쉬고 싶지 않다. 조금은 좋다고 느꼈던 건, ‘다음 작품을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은 좀 사라졌다. 뭐가 됐든 작품은 할 수 있게 됐으니까. 그에 따른 더 큰 고민이 있더라.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해야 할까?’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기더라. 고민의 연속이다. 행복한 고민이고 이 상황에 다 감사드린다.”
신혜선은 8살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어 했고 막연히 갈망했다. 일을 시작하는 방법을 몰랐고 현실을 마주했을 때 느낀 좌절감은 컸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가졌던 자신감은 현실의 벽을 마주하는 순간 자괴감으로 바뀌었다.
“데뷔만 하면 잘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연기하는 학교를 가고 고 3 때 연기학원을 잠깐 갔었다. 실제 부딪히기 시작하니 난 정말 작은 사람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1~4년 보내는 건 정말 괴롭다. ‘드라마 출연 기회다’ 하고 가면 엑스트라였다. 물론 요즘 취업도 잘 안 되고 해서 ‘고작 그걸로 그래?’ 할 수도 있다. 난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어려서 ‘이쪽 일은 빨리 데뷔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난 25살에 데뷔했는데 그때도 늦은 나이여서 속상했다. 인생은 서른부터라 생각한다. ‘서른엔 그대로 어느정도 자리 잡아야 하지 않나’하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데 기반이 계속 안 잡히니 단역 출연, 조연 출연하고 인지도가 쌓여도 계속 불안한 것 같다. 언제가 됐건 이 일은 계속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할 수 있었다.”
8개월을 함께한 서지안은 그녀에게 다양한 감정 변화를 보여줄 기회였다. 대기업인 해성그룹의 정직원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계약직 사원에서 시작해 회사에서 내쳐지는가 하면 재벌가의 잃어버린 딸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쌍둥이 동생 서지수 대신 보내진 것을 알게 되고 해성그룹에서 이를 알게 되면서 일이 꼬여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재기하는 굴곡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씩씩한 모습에서부터 깊은 절망을 느끼는 모습까지, 마치 여러 인물을 연기하듯 다양한 연기를 해내야 했다. 그녀는 지안 을 표현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서지안은 극 중 부모님, 연인, 쌍둥이 동생 등 다양한 관계의 인물들과 갈등이나 어려움 등을 겪었다.
“한 걸음 물러나 지안이를 보면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안이를 비롯해 모든 관계가 다 스트레스인 것 같다. 그 스트레스를 모두 품으려 하니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최도경(박시후)이란 사람을 사랑하게 됐으나 계속 밀어내다 일주일 연애하고 다시 또 밀어내는데 다시 밀어내기 시작하는 게 힘들었다. 50, 51부에서는 한 장면 한 장면, 한 마디 한 마디 다 힘들었다. 좋은데 원망스럽고 그도 나도 바보 같고 안타깝고 너무 복합적이어서 더 많은 감정을 보이지 못한 것 같다. 보는 이에 따라 지안이가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을 죽 보면 누군가는 이해하고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들이 있다. 그걸 보며 문득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으며 사람이 어떻게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싶더라. 모든 인물이 다 상처받고 실수하고 성장해 가는 것 같았다. 불완전한 인간이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서지안을 연기하며 악플을 보기도 하고 칭찬 글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어떤 글들을 봤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지안이가 욕먹는 게 너무 힘들었다. 예전엔 ‘캐릭터가 욕먹는 건 괜찮고 나만 아니면 된다’ 했다.(웃음) ‘못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물론 그럴 생각은 없지만 ‘성형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지안이는 내가 (연기를 통해) 전달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욕먹게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다. 지안이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 혹은 ‘쌍둥이’ 느낌이 있어 항변하고 싶더라. 고작 사회 초년생이고, 완벽한 인간도 아니고 수많은 시련을 겪은, 우리 청춘이 겪은 자격지심을 그대로 갖고 있으며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사는 가련한 여인이라 항변해주고 싶었다. 악플도 많았지만 잘했다고 해주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게 느껴졌다. 연기에 대한 칭찬이 솔직히 창피하다. 받아들일 수도 없고 그래서 민망하지만 잘했다고 해주시면 감사하고 솔직히 기분이 좋다. ‘예쁘다’ ‘예뻐졌다’ 보다 ‘저 신에서 연기 잘 했다’하는 댓글이 더 기분 좋다. 그런 걸 계속 보며 ‘진짜? 감사하다’ 하면서 본다. (연기에 대해) 항상 의심하는데 그래도 끝나고 한 분이라도 칭찬해 주시면 기분이 좋다. 어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웃음)”
극 중 부녀 사이는 유달리 애틋했다. 아버지에 대한 서지안의 사랑, 안타까운 마음 등등 복합적인 요소가 더해졌기 때문일 터다.
“살가운 분은 아닌데 툭툭 정을 흘리신다. 츤데레 같은 느낌이다. ‘자장면 먹으러 갈 건데 너도 오려면 와’하는 식으로. 쉽게 다가가진 못하겠고 ‘툭툭’하면 정이 ‘뚝뚝’ 느껴진다. 아버지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서 못 봤다. 다른 선생님들과는 수다도 떨었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엔 아버지 눈을 안 마주치고 있었다. 무서운 역할을 할 때 정말 무서우신데 깊은 아버지의 정이 느껴 지안 역이라 그런지 아버지 역할을 할 때 날 바라보시는 눈빛이 다르다. 나와 외적으로 굉장히 많이 닮으셨다. 보고 있으면 (실제) 아버지와 오버랩된다.”
52부를 통틀어 그녀에게 가장 어려웠던 촬영은 다름 아닌 극 중 아버지 서태수(천호진)의 장례식장 씬이다.
“평소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는데 장례식장 씬을 찍을 땐 정말 분위기가 우울했다. (장례식장에) 들어가자마자 천 선생님 얼굴이 있고 어머니 양미정 역의 김혜옥 선생님은 카메라가 안 도는데도 계속 울고 있었다. 숨통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너무 힘들더라. 카메라 선생님도 찍기 힘들어하셨다. 당시 정말 이입했던 것 같다.”
인기리에 방송된 주말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그녀는 실제 부모님의 자랑이었을 터다.
“그랬을 것(자랑스러워했을 것) 같기도, 아닐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은 속으론 정말 자랑하고 싶은데 살짝 민망해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은근슬쩍 자랑하셨을 것 같다. 같이 사는데 촬영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못 뵀다. ‘누구누구 사인 해 달라’며 식탁 위에 A4 용지를 올려두곤 하셨다. 집에서 매일 사인회를 했다.(웃음)”
신혜선은 앞으로 더 많은 작품과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는 게 꿈이자 계획이다. 앞으로 그녀가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어떤 것들일까.
“지안이가 너무 힘들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캐릭터라 어찌 보면 우울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상반되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아이가 다섯’ 때 했던 연태 같은 역할?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어요. ‘베테랑’의 유아인 같은 악역도 한번 해보고 싶고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YNK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