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영화 ‘7년의 밤’, 스토리는 줄이고 캐릭터는 더하고 [씨네리뷰]
입력 2018. 03.28. 14:15:11

영화 ‘7년의 밤’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123분이다.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7년의 밤’을 스크린에 재탄생시킨 영화 ‘7년의 밤’은 깊은 우울감과 휘몰아치는 긴장감으로 소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내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지난 2012년, 영화 ‘광해’로 12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추창민 감독이 결을 완전히 달리한 ‘7년의 밤’으로 6년 만에 돌아왔다. 최근 소설, 웹툰 등의 텍스트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추창민 감독 역시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는 데 과감히 도전했다.

소설 ‘7년의 밤’은 최현수가 세령마을 근처에서 사고로 오영제의 딸을 살해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최현수와 오영제를 비롯해 이 사건으로 얽히게 된 여러 인물들은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들이 드러난다. 인물들의 심리와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긴장감을 형성하는 정유정의 필력은 ‘7년의 밤’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추창민 감독은 이러한 소설의 색깔을 영화 속에 그대로 그려내는 데에 집중했다. 검고 푸른색이 주를 이루는 영상미와 거기에 덧입혀진 사운드 등은 초반부터 영화가 가져가야 할 분위기를 잘 구축한다. 특히 영화의 핵심 사건인 7년 전 사건이 벌어지는 장면은 초반부터 관객들을 한껏 긴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영화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간이다. “공간은 주인공 못지않은 영화의 캐릭터다”라는 추창민 감독의 말처럼 ‘7년의 밤’에 등장하는 세령마을, 호수, 댐 등은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 공간이다. 소설에서 각 장소들이 지니고 있는 미스터리함은 곧 작품 자체의 색깔이기도 하다. 이에 추창민 감독은 전북 임실, 충남 음성, 대전, 경기도 가평 등 10개월 동안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설 속 이미지와 가장 부합하는 장소들을 찾아냈다. 인물들이 그 장소에 서있기만 해도 소설 속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그 끈질김의 결과물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23분이다.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깊은 심리묘사로 방대하게 그려지는 소설의 스토리를 담기에는 다소 빠듯한 시간이다. 이에 소설과 달리 인물별로 비중의 편차가 심해졌으며 어떤 인물들은 전사가 아예 생략되기도 했다. 최현수와 오영제, 안승환이 서로를 경계하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과정보다는 최현수와 오영제가 부딪치며 폭발하는 부분에 초점을 뒀다. 때문에 여러 인물들의 사연으로 만들어진 소설의 풍성함에 비하면 영화의 스토리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여럿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추창민 감독이 나름대로 취한 선택과 집중은 류승룡과 장동건의 재발견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최현수 역의 류승룡과 오영제 역의 장동건은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많은 대중들의 우려를 낳았다. 외모나 이미지 상으로 그닥 높은 싱크로율이 아니었기에 원작 팬들의 실망감이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오랜 연기경력을 바탕으로 다져진 두 사람의 연기력이 없는 싱크로율도 만들어내며 캐릭터의 색깔을 살려냈다. 그간 무게 있고 진중한 캐릭터와 소박하고 코믹한 캐릭터를 오갔던 류승룡은 죄책감과 과거의 기억 사이에서 미쳐가는 최현수의 파멸을 폭발적인 연기로 표현했다. 장동건은 이름 석 자와 외모에 가려졌던 연기력일 ‘7년의 밤’을 통해 제대로 드러냈다. 끈질긴 복수를 시작하는 사이코패스 오영제를 어색함 없이 그려낸 그는 데뷔 20여 년 만에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이뤄냈다. 예상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열연은 모두의 우려를 뒤집고 소설보다 더욱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추창민 감독은 소설 ‘7년의 밤’이 만들어 놓은 스릴러적인 분위기와 ‘인간의 악’이라는 기본 소재를 가져와 그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냈다. 과감한 선택과 생략으로 스토리를 압축했고 싱크로율보다는 신선함에 초점을 맞춘 캐스팅으로 원작과는 확연이 다른 또 다른 ‘7년의 밤’을 완성했다. 영화를 더욱 재밌게 보고 싶다면 소설을 읽고 그와 비교해가며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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