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아트디렉터 오민, 새끼 낳은 진돗개로 불리는 남자 [SFW 2018 FW 인터뷰①]
- 입력 2018. 03.30. 15:08:36
-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한국 컬렉션의 살아있는 역사 오민 대표에게는 다양한 별명이 존재한다.
‘미용계 이단아’ ‘무대 뒤의 악마와 천사’ ‘모델들의 대통령’ ‘백스테이지의 왕’ 모두 오민 대표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일분일초가 급박한 헤라서울패션위크 백스테이지 현장에서 그는 여유로움과 날선 감각을 동시에 뽐내는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쇼 전체를 아우르는 헤어 디렉터의 연륜과 경험치는 타의 비교를 불허한다.
“왜곡된 것도 있다(웃음). 원래는 수호천사니까. 악마라는 말을 듣는 경우는 사적인 감정이 아닌 경우에 어긋나는 모델들의 행동을 볼 때, 디자이너들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스텝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아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들을 때뿐이다”
“제일 맘에 드는 수식어는 바로 ‘새끼 낳은 진돗개’다. 누군가가 스텝을 폄하할 때 격분한다. 주변에서 ‘저 사람과 어떻게 일하냐’고 할 정도다. 모델들이 스텝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때는 단호하게 모델들에게 엄중 처벌을 가한다. 그런 부분에서 모델이 나를 무서워한다. 특히 모델들이 뺀질거리거나 분위기를 흐릴 때 야단을 친다. 그가 아무리 탑이라고 하더라도”
오 대표는 컬렉션 쇼를 ‘종합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컬렉션은 무대 음향 조명 헤어 메이크업 모든 것이 하나로 표현되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완벽하게 해결하는 일은 또 다른 예술의 경지로 완성된다.
“나는 ‘무대 뒤 해결사’로 불린다. 다른 담당자들은 각자 역할이 있기 때문에 안 하려고 한다. 특히 주최측이 의전을 힘들게 진행한다. 지난번 같은 경우에도 주최측과 많이 부딪혔었다. 아침 일찍 모델들이 도착해야 하는데 안 된다고 했다. 보통 담당 디자이너들은 현장에 일찍 오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으면 의전을 받지 못하고 모델들을 무대에 올리는데 지장이 생긴다. 그런 경우에 부딪히는데 그럴 때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참 고맙게도 오래 일을 하다 보니 통념상 그런 것들이 통하더라. 모두 개인의 이익이 아닌 일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현재 오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살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번 컬렉션은 순수하게 제작팀으로 운영했다. 그만큼 그를 믿고 따르는 팀원들 사이 팀워크가 훌륭했다는 뜻이다. 이번 컬렉션은 오민팀의 메인 팀이 나왔다는 것이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이다. A팀이 일을 할 때 부족한 손은 B팀의 지원팀이 대신 빈자리를 채우며 합을 맞췄다.
“항상 공정했고 내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게으름 피우는 아이들이 없었다. 조금만 이탈하면 자기네들끼리 응징을 한다. 서로 위계질서에 대한 충고를 했다고 하더라. 헤드는 헤드대로 역할을 충분히 해주면 된다. 이제는 100여 명의 스텝들이 다 제자의 제자가 됐다. 그걸 오민 키즈팀이라고 하더라.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거다.
오민 팀이 그들의 일을 묵묵히 다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꾼이 바로 그들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제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물려줄 수 힘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나왔다.
“최고의 스승은 부모라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에게 ‘나는 너희에게 물려줄 유산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적지 않은 게런티를 물려줄 수 있다는 것, 일을 한 것에 대한 정당한 게런티를 받는 것을 특히 강조한다.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가 품은 팀원을 같은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그들의 필드를 더욱 넓게 만들고 있다. 오민 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척 밝아 보이는 이유다. “지금은 과거의 미용이 아니다. 시대적으로 인프라가 필요하고 자신이 연예인이 되고 스타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예전에는 모델들과 사진 찍는 걸 금기시했고 발견하는 즉시 아웃됐다. 그런데 요즘은 SNS 활동이 왕성하니까 내가 제자들에게 오히려 방법을 알려준다. ‘팀원끼리 미리 서로 핸드폰을 바꾸고 있어라’하고.(웃음) 그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그는 헤라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에게 묵직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디자이너들이 젊어졌다. 컬렉션 전반을 젊게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구와 신세대의 적절한 조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디자이너들이 신인을 많이 끌어줬으면 하는데 너무 경쟁체재가 아닌가싶다. 너무 폐쇠적인 디자이너도 있고 양보를 안 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나만 훌륭하게 보여서는 안 되고 누구에게 피해를 입히면 안 된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