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PUNCH] EXID ‘내일해’ 슬럼가 힙합, 트렌드 비껴간 ‘패션 역주행’
- 입력 2018. 04.03. 16:33:44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4월의 시작과도 같았던 2일 월요일, 역주행의 아이콘 ‘EXID’가 신곡 ‘내일해’와 함께 최근 패션가를 강타한 스포티브룩으로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다.
EXID는 음반 발표 때마다 자유분방한 스트리트룩을 무대 의상 콘셉트로 택해 여성스러움 보다는 거친 섹시미를 발산했다. 안에 입은 레깅스 쇼츠가 보일정도로 짧은 하이웨이스트 마이크로 미니 쇼츠, 디스토리드 데님 일명 ‘찢청’ 패션 등 정돈되지 않은 거친 매력이 여타 그룹과는 다른 이미지로 차별화 돼왔다.
스포티브라는 커다란 틀은 최근 패션 흐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스포츠 요소를 정통 힙합 요소에 100% 맞춘 의상은 마치 90년대 HOT와 젝스키스를 그대로 소환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의 무대에서조차 보기 힘든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고 통이 넓은 힙합팬츠를 언더웨어의 로고 밴드가 보이게 쇄골 밑으로 내려 입어 재해석 없이 과거 그대로를 재현했다. 이뿐 아니라 래퍼 제시 인스타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얼굴크기만한 이어링까지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패션 아이템들이 모두 현재 트렌드와 거리를 뒀다.
힙합을 비롯한 최근 유스컬처의 흐름을 타는 스트리트룩은 피트 앤 루즈(fit & loose)의 극단적 대비가 아닌 파격적인 부분 과장, 극한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디테일 등 예상을 뒤엎는 실험정신이다. 또한 이를 적용하는 방식에서는 비정상적인 요소를 정상적인 듯 배치하는 무심함으로 명품을 입었지만 명품이 아닌 듯, 파격적이지만 일상적인 듯 연출하는 것 핵심이다.
그러나 EXID의 무대 의상에는 재해석 없이 재현된 과거가 남긴 후유증처럼 이런 2018년의 일상성을 찾아 볼 수 없다.
더욱 아쉬운 것은 그럼에도 멤버들의 의상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2018년 현 시대가 열광하는 유스컬처 요소가 목격된다는 점이다.
정화의 아웃도어 점퍼, LE의 패니팩과 로고 티셔츠 등은 최근 유스컬처 흐름의 중심에 있는 아이템들로 빛을 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혜린과 하니의 크롭트 티셔츠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어서 스타일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최근 힙합은 유니폼룩 혹은 유틸리티룩과 더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따라서 EXID가 입은 아이템을 분리해서 과거의 재현이 아닌 2018년 유스컬처 버전에 맞게 재해석했다면 같은 아이템으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아이돌은 콘셉트돌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할 정도로 그들이 지향하는 큰 틀 아래 음반마다 부여되는 콘셉트가 더해지면서 브랜드로써 이미지가 형성된다. 따라서 음반마다 매번 콘셉트가 트렌드와 부합하면서 폭발력을 가질 수는 없으나 시대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실력만큼이나 비주얼이 중요한 이들이기에 특히 EXID는 친숙함과 자유분방한 적절히 조절해왔기에 이번 무대에서 패션이 남긴 아쉬움의 여운이 깊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 바나나 걸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