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읽기] 성추문 김흥국 ‘호랑나비 아웃도어룩’, 동네 아저씨 패션은 “방송용?”
- 입력 2018. 04.06. 09:36:19
- [매경닷컴 시크뉴스] 김흥국은 동네 아저씨 같은 말투, 방송 녹화 중 자리를 비우거나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출연하는 등 기행이라고 할 수 있는 언행을 웃음 코드로 만들었다. 다소 거부감이 들 법함에도 함께 출연하는 동료들의 조력과 꾸밈이 없어 보이는 외모가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게 했다.
김흥국
색감이 선명한 네이비 팬츠에 오렌지 트랙 점퍼와 스카이블루 아웃포켓 재킷을 레이어드 하고 이너웨어는 화이트 폴로셔츠를, 신발은 아웃포켓 점퍼와 같은 컬러로 맞췄다. 팬츠와 폴로셔츠를 제외하고는 비비드 컬러로 백 미터 거리를 둬도 시선을 끌법한 시티 아웃도어룩 차림을 완벽하게 갖췄다.
여기에 블랙 마스크와 블랙 헌팅캡 마무리까지 방송에서 동네에서 흔하게 마주치지만 시선은 좀처럼 가지 않는 아저씨 같은 모습만 보여 왔던 김흥국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김흥국의 경찰서 출두 패션은 그간 방송을 통해 보인 모습과 거리를 둬 당혹감마저 들게 했다.
네이비 블루 오렌지의 컬러 조합은 물론 무심히 넘겨 버릴 수 있는 세련된 컬러와 디자인의 운동화는 그의 패션 취향이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네 아저씨 정도의 수준은 아님을 말해줬다.
경찰 혹은 검찰에 출두할 때는 유, 무죄를 떠나 사건에 임하는 진지함과 자신의 주장에 대한 진정성을 호소하기 위해 차분한 색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추문으로 경찰,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의 상징적 인물 안희정과 이윤택은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중간 톤의 그레이 컬러의 포멀룩 차림을 유지했다.
이윤택은 비즈니스캐주얼 스타일로 연극인 특유의 분방함을, 안희정은 말끔한 슈트로 정치인의 정체성을 보여준 차이를 제외하면 그레이는 ‘가해자이지만 범죄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호소하는 부수적 수단으로 공통되게 작용했다.
반면 김흥국의 의상은 그간 정재계 인사를 비롯해 연예인 유명인 등의 경찰이나 검찰 출두 패션과는 확연하게 차이를 두고 있어 여러 추정을 하게 한다.
대중이 처음 그의 추문을 접했을 때 모함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상당수였다. 그러나 추가 피해자가 나오고 그의 모함 주장 증거자료 역시 조목조목 추가되면서 진실 여부를 떠나 대중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흥국의 성추문은 ‘미투 운동의 본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이 ‘위계의 의한 성폭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만큼 일반 성폭력 사건이라는 입장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는 피해자를 공격하는 또 하나의 가해 행위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처럼 사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 여행길에 오르는 듯한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경찰서에 출두한 상황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로서 표현의 자유가 있다. 김흥국의 옷차림 역시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윤리 규범을 뒤흔드는 사안의 중심이 된 인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