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퍼즐] 신분 바꾸기 드라마 ‘스위치’ ‘착한 마녀전’, 시청자는 피곤하다.
- 입력 2018. 04.09. 10:00:59
-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신분이 뒤바뀌어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려낸 ‘신분 바꾸기’ 드라마의 원조는 미국의 국민작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이 1882년에 발표한 소설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이다. 같은 날 태어난 거지 소년 톰과 잉글랜드의 왕자 에드워드가 주인공이다. 우연한 만남에서 장난으로 옷을 바꿔 입으면서 신분이 바뀌고, 서로의 생김새가 너무나 닮은 탓으로 여러 사건을 겪게 된다는 모험소설이다.
SBS '착한마녀전' '스위치-세상을 바꿔라'
일본의 로봇 캐릭터 애니메이션 시리즈 ‘건담’에서도 지구의 소녀와 달의 여왕이 신분을 바꾸는 식으로 이 이야기의 모티브를 차용하였다. 다만, 여기에서는 지구 소녀가 거지가 아닌 귀족인 것이 차이점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서는 결국 마지막에 '영원히' 신분을 바꾼다.
1990년대 초 KBS 2TV에서 방영된 ‘유머 일번지’ 코너인 ‘동궁마마는 아무도 못말려’도 이 콘셉트를 차용했다. 동궁인 심형래가 거지인 오재미와 옷을 바꿔 입고 거지가 된다. 거지꼴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왕자처럼 굴다가 아주 고생을 한다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한국 영화에서도 이 콘셉트는 차용됐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병헌의 1인2역으로 화제가 됐던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이다. 대종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수상 실적을 남겼고, 1,200만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을 거두면서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잘 만든 영화’로 기록됐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에 벌어진 ‘신분 바꾸기’이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왕 광해’(이병헌)는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 왕과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기방의 취객들 사이에 걸쭉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이병헌)을 선택한다. 그가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와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신분 바꾸기’는 올해 상반기 시작된 두 편의 TV드라마에서 기둥 소재가 되고 있다. SBS의 수목드라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연출 남태진, 이하 ‘스위치’)와 주말극 ‘착한 마녀전’(연출 오세강)이다.
먼저 시작한 ‘착한 마녀전’의 주인공 이다해는 1인2역으로 얼굴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쌍둥이 자매를 연기한다. 너무 착해 탈이었던 주부가 단칼 마녀라는 별명의 못된 쌍둥이 동생의 삶까지 이중생활을 하며 동생과 자신 삶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위치’의 주인공인 장근석도 사기꾼과 검사의 1인2역으로 등장한다. 우연히 닮은 얼굴 때문에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등장인물의 비중이 엇비슷해 확실한 1인2역으로 기대했는데, 현재까지는 사기꾼 쪽 캐릭터의 비중이 높다. 사기꾼과 검사가 힘을 모아 신흥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줄거리로 이어지고 있다.
‘착한 마녀전’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중 누가 더 잘 사는 세상인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제작진이 밝힌 기획 의도는 “많은 것이 변했음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옳은 것이 옳으며 착한 사람이 히어로가 되는 멋진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이다.
‘스위치’는 “법이 있어도 잡을 수 없고 잡아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큰 사기꾼들을 상대할 방법은 없을까?”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제작진은 “천재적인 사기꾼이 검사가 되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면? ‘사기’를 매개로 한 이 짜릿한 우화극을 통해 우리가 살면서 끝까지 지켜야할 가치와 희망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라고 기획의도에서 밝히고 있다.
‘착한 마녀전’과 ‘스위치’는 시청률만 놓고 볼 때 평작 수준이다. 9.2%(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착한 마녀전’은 24회차에서 8.8%를 기록하며 하향 추세이고, 7.9%로 시작한 ‘스위치’는 8회차7.6%로 고만고만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이 7~8%대를 오르내리면서 제작진은 ‘대박’ 기대를 접고 있다.
‘방송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방송계에 새바람이 필요한 때다.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방송이라면 그에 걸맞게 내실을 더 다지고, 시청자와 가장 가까운 프로그램인 드라마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 ‘왕자와 거지’에서 시작된 ‘신분 바꾸기’ 콘셉트는 이제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스타급 배우들의 유명세만 앞세우고, 상투적인 전개로 지루함을 안겨 주는 드라마가 아닌 새로운 시도들, 보다 완성도가 높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SBS '스위치' '착한마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