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과 페이스메이커, 아름다운 광경 아닌 부조리한 '희생'?
- 입력 2018. 04.10. 09:07:28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이승훈 선수가 도마위에 올랐다. 빙상연맹이 이승훈 선수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를 강요했다는 인터뷰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빙상연맹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특혜들을 조명했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전 국가대표 선수 A씨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에 대해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중간중간에 조금씩만 보고 기사 뜬 걸 보니까 정재원 선수가 '4년 뒤에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을 했는데 저도 11년도 아시안 게임 때 그런 말을 했다. 그때 보는 것 같아서 더 씁쓸했다"고 말했다.
정재원 선수는 이번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에 출전해 이승훈 선수가 힘을 비축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다. 개인 경기였지만 정재원 선수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고, 이는 이승훈 선수 또한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한 내용이었다. 일각에서는 개인 경기에 국가를 위해 한 사람이 희생하는 게 말이 되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팀워크' '화합'이라는 말로 정재원 선수의 희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A씨의 이야기는 달랐다. A씨는 아시안게임에 나갈 선수를 뽑는 선발전에서 자신이 1등을 했고, 이승훈 선수가 3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에 앞서 들은 전술에 A씨의 자리는 없었다. A씨는 "당시 (전명규) 교수님이 한 말이 '이승훈 선수가 4관왕이 목표라 너네는 최대한 이승훈 선수가 체력을 비축하게 도와줘야 된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자신만의 경기를 운영하는 선수가 아닌 페이스메이커를 제안하는 교수의 말을 거부할 수 없던 것은 한체대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 A씨는 "아예 그냥 작정하고 버리는 카드로 쓸 생각을 했던 거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페이스메이커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을 아직까지 후회한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칭했던 '페이스메이커'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결정됐다는 이야기와,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이미 매스스타트 경기 직후 유시민 작가는 "끝나고 나서 '재원이가 잘해줬다'고 말하고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얘기하더라. 정말 아름다운 거냐. 올림픽 헌장에 어긋난다. 대회는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둘 이상의 선수가 역할을 나눠서 한 선수가 다른 선수의 메달 밑받침을 해줘도 되는 거냐"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 박탈 청원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빙상연맹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