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 걸스데이 멤버에서 사랑스러운 악역으로 [인터뷰]
- 입력 2018. 04.18. 17:31:1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첫 악역 도전이었는데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지난달 서울 성동구 모처에서 유라를 만나 최근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극본 전유리, 연출 문준하 황승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라디오 로맨스’는 대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폭탄급 톱배우 지수호(윤두준)와 그를 DJ로 섭외한, 글 쓰는 것 빼고 다 잘하는 라디오 서브 작가 송그림(김소현)이 절대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는 라디오 부스에서 펼치는 이야기를 다뤘다. 유라는 톱 여배우였지만 현재는 내리막길을 걷는 아역 출신 20년 차 배우 진태리를 연기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인생 첫 악역에 도전한 유라는 2%대라는 저조한 시청률이 아쉽긴 했지만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악역에 도전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뒀다.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 마냥 악역은 아닌 캐릭터다. 그래도 좀 더 못되게 하고 싶었는데…(웃음) 차라리 정말 나쁘거나 반대로 정말 어설프면 콘셉트를 잡기 쉬운데 중간을 찾으려다 보니 어려웠다.”
진태리는 얄밉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악역이다. 직접 연기한 유라에게 그녀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었다.
“대본 한 회 한 회 받을 때마다 짠했다. 다르게 행동했으면, 다른 말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중에 밝음을 찾아가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마지막 회쯤 프러포즈도 받고 했다. 안타깝지만 ‘아니다. 행복하다’라며 나름 혼자 캐릭터를 많이 감쌌다.”
진태리는 인기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유라 역시 그룹 걸스데이이자 배우로서 활동하며 인기 대해 생각하는 그녀와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아직 진태리와 같은 경험을 해보진 못했지만 무슨 심정인지는 안다. 태리는 협박, 열애설 등 많은 것을 이용하는 데 약점을 갖고 그러니 비현실적이지만 ‘정말 뜨고 싶으면 그럴 수 있지’하고 공감은 했다. 나 혼자 그걸 안 미워 보이게 (연기) 하고싶었는데 미워 보였나보다. 그게 내 캐릭터니 밉다는 말을 들은 것에 대해선 성취감이 좀 있었다.”
연예인 역할을 맡은 그녀는 직업적으로 공감하는 면이 있었을 터다. 라디오 생방송 도중 악플러와 싸우는 등 좀 더 극적인 상황을 통해 보는 이를 속 시원하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실제 어느 연예인도 그런 사람은 없잖나. 연기라는 이름을 빌려 화를 내니 속 시원하긴 했다. 악플러들이 좀 많이 줄었으면 한다. 나 말고도 모든 악플에 대한 속 시원함이 없진 않았다. 다만, 소리를 지르다 보니 목이 너무 아프더라.”
그녀 역시 연예인이다 보니 진태리처럼 악플에 시달릴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평소 그녀는 자신에 관한 댓글을 보는 편인지 물었다.
“악플을 보긴 보는데 ‘공감 수’만 좀 보고 ‘최신 수’는 안 본다. 사람들이 공감을 많이 찍어준 건 좋은 말이 많은데 비공감인 경우 그렇지 않다. 좋은 말만 보려 한다. 악플이 안 달릴 순 없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엔 싫어서 다는 건 아니고 그냥 다는 것 같다. 크게 상처는 안 받는다. 오히려 연기에 관한 글 등 진지하게 쓰는 댓글에 진지하게 생각한다.”
연기에 관한 것 등을 진지하게 지적하는 글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 관한 댓글에 관해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악역인데 나빠 보이지 않는 악역이 정말 하고 싶었다. ‘유라 화내는데 별로 안 무서워 보인다’라든가 ‘좀 더 악역이었으면’ 하는 댓글을 보고 ‘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건데? 그걸 PD님이 원해서 그렇게 한 건데?’라고 말할 순 없잖나.”
진태리는 악역이지만 마냥 악하지만은 않다. 사랑스러운 면도 있고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처음엔 사랑스럽고 어설픈 악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송그림(김소현)의 뺨을 때리는 신에서 질타를 받았다. 팬들도 날 찾아와 ‘유라야, 언제 사랑스러워지느냐?’고 하더라. ‘사랑스러운 악역 언제 하느냐?’라고 하기에 ‘그러게요. 그런 줄 알았는데 악역은 악역이잖아요?’라고 했다. 후반부에 그런 모습 있지 않았나? 결과는 사랑스러운 악역으로 마무리 지어보려 노력했다.”
진태리의 로맨스는 마지막에 급하게 마무리된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유라 역시 그 점을 아쉽게 생각했다고.
“처음에 로맨스가 있을 걸 알았는데 못되게 대하다 급 로맨스로 바뀌는 걸로 알고 있었다. 중간 과정을 많이 상상하며 (연기)했다. 중간에 아픔이 있는 과거 사연도 들었는데 (하)준 오빠와의 사연이 많이 끊겨 아쉽긴 했지만 그 와중에 상상을 이어가며 최선을 다해 감정선을 이어가려 했다.”
김준우(하준)와 진태리 키스신도 눈길을 끌었다. 키스신을 앞두고 그녀는 그간 연기자로 활동해오며 쌓인 나름의 내공을 발휘해 의연하게 대처했다.
“완전 신인 때 말고는 (작품을) 찍을 때마다 키스신이 꼭 있었다. 완전 신인때 말고 이제는 뽀뽀 신을 찍기 전 여러모로 상의도 한다. 어른 커플의 느낌을 내자고 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그 이야기를 했다. 한 번에 끝났는데 컷이 거의 여섯 일곱 번 있었다. 멀리서 한 번, 바스트 한 번, 투샷 한 번 그런 식으로 6~7번 했다. 정말 컷을 안 하셨다. 한참 뒤 컷을 하셔서 ‘왜 그렇케 길게 하시느냐?’고 했었다.(웃음)”
지난 2010년 걸스데이 멤버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유라는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배우로서도 활동해왔다. 무대와 촬영현장을 오가는 그녀에게 노래와 연기를 할 때 느끼는 차이, 그리고 두 가지 활동이 주는 시너지 효과에 관해 들었다.
“정신없이 빨리 지나가는 건 확실히 무대 쪽이다. 몰입해서 그것에만 빠져서 하는 건 연기인 것 같다. 아무래도 무대는 실제 앞에서 보는 분들이 계시고 연기는 (시청자가) 보는 걸 보지 못해 좀 더 가려진 느낌이 든다. 가수는 많이 오픈된 느낌이 있다. 좀 더 사람들과 마주하는, 소통하는 느낌이다. 연기 수업을 하며 무대가 확실히 편해진 건 있다. 확실히 연관성이 있다. 무대에서 노래를 잘 하는 분이 연기도 잘하는 것 같다. 무대에서 치명적이고 섹시한 콘셉트를 많이 했는데 아직 섹시한 연기는 해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무대에서 좀 많이 했다 보니 섹시 콘셉트가 있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디오 로맨스는 유라에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첫 공중파 주연, 첫 악역 도전이란 점에서 그녀가 연기자로 거듭나는데 또 하나의 발판이 됐다.
“정말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처음 공중파 현장을 느껴본 작품이기도 하고 ‘공중파 미니시리즈는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했죠. 상황이 바뀔 수도, 이어질지 안 이어질지 모르고 찍을 수 있고 목소리 내는 것도 좀 다른 것 같아요. 자신의 실력을 보며 더 보완하면서 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어요. 악역이란 것 자체가 정말 신선했던 것 같아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