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 김희원, 베테랑 배우가 변화를 찾는 이유 [인터뷰]
입력 2018. 04.23. 13:36:52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충무로의 ‘명품 조연’으로 통하는 배우 김희원이 주연작 ‘나를 기억해’로 1년 여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이미 연기력으로는 대중들에게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입증 받은 그이지만 포스터 한 면을 채운 그의 얼굴은 사뭇 신선하게 다가온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에게서는 여유로움 안에 묻어있는 은근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작은 규모의 영화인데다 외화 대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도 개봉시기가 맞물린 상황에서 그는 영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걱정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욕먹을 줄 알았는데 욕먹을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대본을 봤을 때는 별로 안 무거웠다. 이런 소재에서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범죄 영화였다. 대본이 되게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런데 편집이나 영화 만듦새가 피해자의 아픔 위주라 연결이 되다 보니까 조금 무거워졌다. 제 눈엔 아쉬운 점도 많이 보이더라”

‘나를 기억해’는 성 범죄부터 음란물 유포, 청소년 범죄, 아동학대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의 심각성을 내포해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띠는 영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김희원은 본인 특유의 시원시원하고 코믹한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힘든 영화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야 할 관객들을 위한 배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코믹한 연기는 의도한 거다. 누가 힘든 영화를 끝까지 보겠나. 그런(코믹) 부분을 충분히 요구했고 또 제 연기 스타일이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계속 인상만 쓰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면 재미가 없다.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영화 안에서 조금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있다. 그렇다 보니까 그런 게 좀 더 적용된 것 같다”


하지만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주제의식에 대해서는 그 역시 진지한 태도로 공감했다. 특히 영화에 다소 충격적으로 담겨있는 청소년 범죄에 관해서는 “어른들의 문제가 크다”라는 것이 영화를 만든 배우, 그리고 기성세대로서 김희원의 생각이었다.

“제 시선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이 영화를 찍기 훨씬 전부터 이런 범죄가 많았고 쭉 있어왔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도 (음란물) 사이트를 폐쇄시킨다는 걸 봤는데 그렇게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것에 대한 풍토가 바뀌어야지 그나마 범죄율이 줄어들 것 같다.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고 의식이 새로워지면 범죄율이 현저하게 줄어들 거라는 생각은 있다. 저는 아직도 (청소년 범죄가)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으로 생긴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많이 주면 비행청소년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기성세대들도 어느 정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가치관의 기준으로 항상 살아왔다”

후배인 이유영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두 말 할 것 없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연기를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상대 배우와 함께 만들어가는 이유영의 스타일이 김희원에게는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이유영이라는 배우 자체가 본인 연기가 어떤지를 엄청 물어본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계속 물어봐서 ‘내 생각에는 이게 좋겠다’고 대답해주고 그렇다보면 자연스럽게 얘기를 많이 하게 돼서 친해졌다. 저한테 와서도 ‘선배님 어떡해요. 망했어요’ 이런 식으로 얘기 하더라. 되게 인간적이다”


이유영 역시 김희원과 함께 한 촬영 현장을 행복하게 기억했다. 앞서 이유영은 김희원에 대해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람”이라며 치켜세운 바 있지만 김희원이 현장에서 분위기메이커가 된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존재했다고.

“저 말고 (분위기를) 풀어줄 사람이 없다. 현장에서도 전부 신인이고 하니까 분위기가 엄숙해서 제가 못 견디겠다. 다른 사람들은 애들이다 보니까 ‘열심히 해야 돼’ 하는 생각에 밥 먹을 때도 한 마디도 없다. 아마 걔들끼리 있을 때는 재밌게 얘기 할 거다. 제가 답답해서 좀 더 말을 많이 했다. 현장 가면 보통 배우들이 ‘오늘은 좀 그만 찍자. 밥은 언제 먹어?’ 하면서 분위기를 좀 푸는데 애들은 ‘힘든데 그만 찍죠’ 이런 얘기를 감히 못 한다. 무조건 ‘괜찮습니다’ 하니까. 애들이 한 번 더 한다고 하면 저도 한 번 더 해야 되는데. (웃음)”

하지만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던 그 조차도 사실 누구보다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이 많았다. 대중에게 김희원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많은 이들이 그의 연기를 좋아할수록 그에게 연기는 더 어려워졌다.

“겉으로는 후배들한테 ‘대충 해. 평상시에 열심히 해야지’ 이런 소리를 많이 한다. 그런데 사실 저도 연기 때문에 제일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충 한다고 생각 하지만 대충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면 할수록 더 스트레스 받는다. ‘아저씨’ 할 때는 아무렇게나 해도 ‘쟤 어디서 데려왔냐. 진짜 깡패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저를 처음 봤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다 아니까 더 변해야 한다”


연극배우부터 단역, 조연의 길을 거쳐 주연 배우까지. 차근차근 배우로서 꾸준한 성장을 해 온 그에게도 방황의 시기가 있었다. 한때 연기를 그만 둘 생각도 배우의 길을 선택한 자싵에게 회의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그는 지금까지도 연기를 하고 있다. 오랜 고민의 시간은 그에게 연기에 대한 확신을 선사했다.

“(연기를) 한 10년 조금 넘게 하고 나서부터 드는 생각인데, 연기를 사랑한 것 같다. 이게 내 전부가 종교인 것 같다. 그 전에는 ‘이건 직업일 뿐이다. 때려 쳐야지’ 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이게 내 천직이구나. 내가 사랑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면 그의 말처럼 고민 없이 ‘대충’ 해도 만족할만한 연기가 나오는 때는 언제일까.

“모르겠다. 이순재, 김혜자 선생님이라고 스트레스를 안 받으실까? 선생님들도 고민 하시는 것 같더라. (웃음)”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오아시스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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