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리설주 패션정치 ‘바이올렛 VS 베이지’, 컬러에 담긴 북한외교정책
입력 2018. 04.26. 10:04:50

리설주 여사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최근 북한의 적극적인 대외 외교 정책만큼이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여사의 행보 역시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달라지고 있다.

리설주 여사는 동그란 얼굴에 웃을 때 살짝 처지는 눈매가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줘 외교 무대에서 북한의 달라진 모습을 알리는데 최적격의 인물이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퍼스트레이디들의 패션정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만큼의 감각을 보여줘 그녀의 다음 행보를 기대케 할 정도다.

최근 몇 달간 행보만 봐도 리설주 여사의 패션정치가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공헌해왔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컬러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리설주 여사는 만찬이나 배웅 등 김정은 위원장 수행원 역할을 할 때는 바이올렛 계열로 화사하게, 김정은의 정치적 동반자 역할이 요구되는 자리에서는 차분한 베이지로 지적인 이미지를 도드라져 보이게 연출했다.

리설주 여사의 공식 의상은 재킷과 스커트 혹은 재킷과 원피스로 구성된 스커트 슈트가 기본이다. 여기에 컬러나 디테일로 변화를 주되 재킷과 스커트의 조합에서는 이너웨어가 보이지 않게 재킷을 여며서 연출하는 방식으로 컬러를 단색으로 통일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다른 어떤 의상보다 컬러의 상징성과 이미지 각인 효과 큰 만큼 리설주 여사의 컬러 감각과 함께 북한의 외교 정책을 짐작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지난 3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대표단과 접견할 당시에 새틴 소재의 핑크 라벤더를 재킷과 원피스의 조합인 앙상블 컬러로 선택했다. 리설주 여사의 핑크 라벤더는 최악의 상황에서 시도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 전망이 어둡지만 않다는 기대를 높였다.

라벤더 계열은 한 달 여가 지난 14일 중국 공산당 쑹타오 대외연락부장 일행을 위한 저녁 연회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이날은 순수한 라벤더 컬러의 앙상블과 무광의 소프트 실루엣으로 퍼스트레이디로서 격이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냈다.

지난 1일 남측예술단 ‘봄이 온다’ 공연 관람 시 짙은 바이올렛 의상이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이날은 재킷과 미디 플레어스커트와 재킷의 슈트에 이너웨어로 화이트 블라우스를 스타일링 해 극적인 남북 관계 변화만큼이나 극적인 드레시 룩을 연출했다.

이처럼 바이올렛과 라벤더로 패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 리설주 여사는 지난 3월 중국 방문 기간 시진핑 주석과 펑리안 여사와 함께 한 공식석상에 재킷과 스커트를 베이지로 통일했다.

이는 베이지가 배색된 블루 원피스에 베이지 숄을 걸친 펑리안 여사의 패션과 완벽한 컬러 합을 이루는 것뿐 아니라 여밈 부위가 중국 치파오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북한과 중국이 정치적 동맹 관계임을 각인하는 효과를 냈다.

이후 자리를 옮긴 후에도 역시나 비슷한 베이지 계열을 슈트 컬러로 선택해 차분하면서도 지적인 퍼스트레이디 이미지를 심어줬다.

바이올렛 라벤더 베이지 외에 세련된 콤비네이션 컬러 조합도 등장했다. 중국과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밝은 그린 색 원피스와 화이트 재킷의 앙상블을 선택했다. H 라인 실루엣의 롱 재킷과 역시나 비슷한 실루엣으로 떨어지는 이너웨어의 조합은 탁월한 패션 감각에 못 미치는 다소 올드패션 스타일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을 덜어냈다.

리설주가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김정은과 동반할지 여부만큼이나 어떤 드레스코드로 나타나 패션정치를 펼칠지 기대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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