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챔피언’ 권율, 그의 필모그래피에 공백기가 없는 이유 [인터뷰]
- 입력 2018. 05.01. 13:14:55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서 절박하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명량’의 이회부터 ‘사냥’의 맹준호, ‘박열’의 이석, 그리고 ‘미옥’에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공명까지. 권율은 매 작품마다 닮은 듯 다른 캐릭터들로 다양한 연기를 펼쳐왔다. 브라운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얀 얼굴에 ‘밀크남’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tvN ‘싸우자 귀신아’, SBS ‘귓속말’에서 차가운 악역 캐릭터로 분했다.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권율의 연기는 여전히 ‘안주’보다는 ‘도전’에 가깝다.
그가 주연으로는 2년만에 선보이는 영화 ‘챔피언’은 타고난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가 세계 챔피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권율은 극 중 마음보다 잔머리가 먼저 도는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 역을 맡았다. 팔씨름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대세 배우’ 마동석의 만남이 그를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먼저 팔씨름이라는 스포츠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게 마동석 선배님과 결합이 된다는 거에 대한 힘이 있었다. 마동석 선배님이 팔씨름 하는 모습을 나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작품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진기라는 인물이 짧게 보이긴 하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도 있고 진기 삶의 반원의 모습도 그려지고 진폭이 큰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 매력적이었다”
진기는 그동안 권율이 보여줬던 부드럽거나 혹은 차가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매번 능청스런 성격과 잔머리로 상황을 무마하기 급급하며 때로는 돈 때문에 형을 이용하기도 한다. 코믹하고 가벼운 느낌이 강한 캐릭터를 처음 연기해 본 권율은 이번 작품을 통해 코믹 연기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꼈다.
“진기는 중간 중간을 채워야 하는 브릿지 역할이 많았기 때문에 상황 설명과 인물 설명이 많았다. 마크는 능동적이지만 사람들이 볼 때 수동적인 느낌이 들만큼 대사도 많이 없었고, 정서를 갖고 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재미의 측면을 진기가 많이 해야 했다. 코미디 연기를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더라. 평소에 유쾌하다고 해서 코미디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코미디 연기는 자유자재로 호흡과 템포를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배구에서도 강력한 스파이크를 때릴 줄 알았는데 살짝 넘기면 (상대편이) 속는다. 그런 준비는 스파이크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살짝 넘길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도 있었지만 더 많은 집중과 노력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극중 진기의 모습이 오로지 연기로만 그려진 것은 아닌 듯 했다. 앞서 “권율이 유연하고 재밌는 배우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다”는 마동석의 말처럼 권율은 스스로를 밝고 재밌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중 툭툭 농담을 던져내는 그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제가 낯을 많이 가리긴 하지만 친해지면 유연하기도 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성격이다. 마동석 선배님과 ‘비스티 보이즈’를 할 때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그래서 보통 호흡을 맞출 때 한 번 정도는 낯섦을 풀어야 되는 시간이 있는데 (‘챔피언’에서는) 그런 시간이 필요 없이 바로 몰입할 수 있어서 시간이 단축됐다. 그런 부분에서 마동석 선배님이 진기의 부분 중에 제가 갖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주신 것 같다”
그의 말처럼 마동석과 권율은 지난 2008년 개봉한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서 인연을 맺었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든든한 형이자 선배가 되어 준 마동석에게 권율은 또 한 번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10년 전의 선배님과 지금의 선배님은 극 중에서 차이는 있지만 사람 마동석, 배우 마동석의 존재감은 여전한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크고 우뚝 서 계시다. 마동석 선배님은 사람들이 어떤 호흡과 템포를 재밌어하는지 아시는 것 같다.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해서 본인이 등장했을 때 웃음이 터지게 할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배우라고 느꼈다. 그런 것들이 많은 연구와 성실한 준비에서 나온다. 10년 전 ‘비스티 보이즈’ 현장에서도 느꼈지만, (마동석을 통해) 늘 꾸준히 자기 자신을 체크하고 성실히 준비해야 자신의 장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챔피언’에서 마동석은 팔씨름의 챔피언, 권율은 잔머리의 챔피언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현실에서의 권율이 배우로서 챔피언이라고 자신할 만큼 자신 있는 강점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권율이 던진 답은 ‘긍정 챔피언’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게 회피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긍정의 힘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도전하려 한다. 연기를 함에 있어서도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저한테 힘들 것 같은 캐릭터도 긍정의 힘으로 도전하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저를 위해 시간과 돈을 소비해주시는 대중들이 있으니까 무조건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시간과 돈의 가치를 아깝지 않게 하려면 그에 따른 무게감과 책임감이 있다. 그걸 인지하면서도 다만 거기에 겁내지 않고 뛰어들려고 하는 면이 있다”
이는 꾸준한 ‘열일 행보’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지난 2007년 SBS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이후 공백기 없이 11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 온 권율은 ‘긍정의 힘’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내며 다작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제가 데뷔했을 때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그때는 그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한테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있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제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들을 하고 싶다”
오로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10년을 달려왔기에 그의 꿈 역시 소박했다. 화려한 앞날을 그리기 보다는 그저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연기를 해나가는 모습이 곧 배우 권율의 미래였다.
“미래에 대한 목표는 사실 없다. 그냥 차곡차곡 잘 쌓아가고 싶다. 저한테는 지금 당장이 가장 중요하다. 언젠가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그냥 저한테 주어진 것들을 행복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해 나가고 싶고 그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냥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