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희섭 "'작은 신의 아이들', 고통스럽게 배운 작품" [인터뷰]
입력 2018. 05.01. 13:27:51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한 순간에 떠오른 라이징 스타는 아니다. 신스틸러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조용히 성장했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연극에서 기본기를 다졌고, 영화 드라마로 저변을 확대했다.

영화 ‘변호인’ 속 정의감이, 드라마 ‘사랑의 온도’ 속 다정함이, ‘역적’ 속 민심을 대변했던 울분이 심희섭의 연기를 모두 대표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꾸준히 연기를 하다 보니 첫 주연 타이틀을 얻었다. 심희섭은 그렇게 한 순간의 급격한 터닝포인트가 아닌 모든 작품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말하고 있었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시크뉴스와 만난 심희섭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극본 한우리, 연출 강신효)의 결말에 대해 “저도 놀랐다”며 소감을 밝혔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20여 년전 발생한 전대미문의 종교인 집단 자살 사건을 큰 틀로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심희섭은 극에서 집단 자살 사건에 연루돼 어린 시절부터 불의를 자행하도록 키워진 주하민을 연기했다. 내면에 있는 선과, 길러진 악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결국 선을 택한 채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주하민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했다.

“저도 15부까지 읽고 나서도 결말이 어떻게 될지 가늠을 못했어요. 저도 놀랐어요. ‘아 죽었네’ 했는데 ‘아 이게 아니었구나’(웃음). 나름 많은 분들이 원하셨던 결말인 것 같아요. 원래부터 의도하셨던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모든 분들이 만족하셨다면 저도 만족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하민의 죽음으로 극적인 여운이 완성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그게 이 캐릭터의 완성이고, 방점을 찍는다는 느낌은 있었죠. 그런데 그거 하나만 보면서 죽기에는 제 욕심이고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많은 분들이 하민이가 불행했으니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극에서 주하민은 가장 복잡하고 다변하는 입체적 인물이었다. 대립하는 인물들에게는 악행을 저지르지만 동물 혹은 약자에게는 선의를 베풀었다.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아 마지막까지 선과 악의 기로에 서서 긴장과 혼란을 주기도 했다. 심희섭도 거듭된 고민 끝에 주하민을 완성했다.

“주하민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자기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고 있고. 그 상황에서 자기 몸에 밴 삶의 태도들이 가장 먼저 다가왔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인물이 가진 감정에 많이 집중 했어요. 생각만 했던 거랑 다르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 배우 분들하고 부딪히면서 쌓이는 감정이나 관계들에 더 집중했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 안에서 하민이의 삶이 제 삶과 어우러졌을 때 주하민이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작은 신의 아이들’은 심희섭의 첫 주연 작품이었다. 그 자체로도 드라마는 심희섭에게 도전의 의미를 지녔겠지만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악역도 낯선 도전이었다. 순한 얼굴로 표현하는 날카로운 이미지는 초반 캐릭터 몰입에 대한 우려로 번지기도 했지만 선과 악의 사이에 있는 주하민은 심희섭을 통해 완벽하게 표현됐다. 그러나 심희섭에게 주하민과 ‘작은 신의 아이들’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속이 시원하지는 않네요. 일단 저는 경험이 많이 부족했고,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모든 매체가 그렇지만 드라마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장 분위기, 시스템, 사람들과의 호흡 그런 게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다른 배우 분들과의 호흡도 그렇고, 장르물을 이제 처음 경험한 거라서요. 물론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제가 온전하게 만족하지 못한 것 같아요. 후회가 더 많아서 속 시원하지 못한 것 같아요”

주하민이 지니고 있는 감정, 김단(김옥빈)과 국한주(이재용)와의 관계 등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이해로 답을 들려줬지만, 복잡한 내면 의식을 가지고 있던 주하민은 심희섭에게도 어려운 인물이었다.

“사실 모든 배우 분들이 아쉽다고 하시겠지만 저도 그래요. 처음부터 집중을 해야 했고, 파고 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정말 부족했어요. 이 캐릭터와 인물에 대해서 이해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걸 혼자서 쌓아두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몸으로 부딪히고, 감정으로 부딪히면서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연으로서는 첫 발을 내딛었기에 아쉽고, 부족한 것도 많았다고 말하는 심희섭은 주변 배우들에게 많은 조언을 얻으면서 연기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은 극에서 주하민이 가진 내적 갈등의 발화점이 된 국한주를 연기한 이재용이었다.

“선생님들이 한 마디씩 해주셨어요. 조언을 너무 잘해주셨죠. 이재용 선생님이랑 또 가장 많이 만났거든요. 선생님께서 '이 장면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보자'고 많이 시도를 하셔서 거기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대본에 나와 있는 걸 포함해서 많이 발전을 시켰죠. 제 캐릭터에 대해 세밀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얘기를 들으니까 순간 몰입도 높아지고 장면도 풍성해지고,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걸 선배님들은 알고 계셔서 그런 노하우를 던져주시면 큰 파동이 생겼죠”

드라마 ‘상속자들’ ‘타짜’ ‘올인’ 등을 연출했던 강신효 감독도 심희섭이 주하민을 세밀하게 완성하도록 도움을 줬다.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심희섭이 집중했던 감정은 두 가지였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김단(이하 ‘별’)과의 감정, 자신의 목숨을 쥔 채 악행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했던 국한주와의 감정. 이 두 감정은 상반된 결로 표현됐기에 그 간극을 맞추는 데 집중해야 했다.

“별이는 하민이에게 사랑보다는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어요. 단 하나의 인간다움을 느꼈던 인물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특별한 존재였죠. 그래서 별이하고 격정적인 감정을 주고받다가 국한주 선배님을 만나서 절제된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 경우에는 수위 조절이라고 해야 하나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상황에서 제가 흐트러지면 캐릭터가 이도저도 아닐 수 있으니까 강약조절을 하는 데 힘이 들었죠. 그런데 감독님이 중간에서 잘 이끌어주셨어요. 격하거나, 덜하거나 한 격차를 잘 만들어주셨죠”


초반의 우려와 혹평, 자신이 직접 몸으로 배운 주하민, 주변 동료들의 조언들이 합쳐져 주하민이 완성됐고, 심희섭에게 ‘작은 신의 아이들’은 고통, 행운, 성장 등 다양한 답변으로 돌아왔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 연기할 때 마음가짐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게 배웠다기 보다는 제가 나태해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은 역시 욕을 먹어야 하나봐요(웃음). 저도 반응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돌이킬 수 없으니까 앞으로 반복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고통스럽기도 한데 이런 게 쌓이면서 느끼는 거죠. 스스로에 대해서 엄청난 실망감도 들고, 계속 그러지 말아야 될텐데. 모르겠네요(웃음)”

자신에 대해 ‘나태해졌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드라마를 통해 얻은 감정들을 자조 섞인 웃음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뱉는 솔직함에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었다.

“우선 저는 선택지가 많지 않아요. 거부하지 않고 하는 게 1순위예요. 그리고 후회는 절대 하지 않아요. 아쉬움이 크게 남을 뿐이죠.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고, 지워버리고 싶어도, 그리고 혹여나 후회라고 생각해도 그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한테 지는 것 같으니까. 쓴 것도 달게 삼키자는 생각이에요.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저한테 굉장한 행운이었죠. 고통스럽게 배우기도 했고, 전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걸 느꼈어요”

심희섭은 인터뷰 내내 자신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평가가 혼재되어 있는 소회를 이어갔다. 실제 성격에 대한 질문에 심희섭은 “저는 긍정적이어야 하는데 나이 들수록 부정적이게 된다”고 답했다.

“걱정이 많아지고, 쓸데없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누군가가 끊어주지 않으면 제가 끊어야 되는데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죠. 무담감도 더 심해지고. 스스로 견뎌내야 되는게 많아질 것 같아요. 지금 부정적인 감정을 끊게 해주는 건 팬 분들의 응원 메시지요(웃음). 팬 분들 계신 카페에 종종 들어가면 너무 감사하죠. 글은 예전에 1년 전까지는 자주 남겼는데 1년 사이에는 자주 안 남겼어요. 뜸하고 조용했었죠. 그래도 최근에는 팬카페에 자주 들어갔어요. 팬 분들 많아지신 것도 느껴지고(웃음)”

팬 이야기를 하자 환하게 웃는 심희섭에게 최근 새롭게 자신의 팬이 된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본인의 작품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 했던 영화 중에 ‘1999 면회’라는 작품이 정말 풋풋했던 때라서, 27살이었거든요. 나이로는 풋풋하지 않은데 지금에 비해서요(웃음). 그리고 또 부담 안 가지고 볼 수 있는 작품은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웹드라마인데요. 아마 팬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2013년 개봉한 영화 ‘1999,면회’로 데뷔했다. 5년의 시간동안 7편의 영화, 4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쉴 틈 없이 연기를 했고 5년 만에 주연을 하게 됐다. 데뷔가 늦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당한 시기였지만, 연극을 했던 시기까지 더하면 주연을 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캐릭터의 매력과 별개로 비중에 대한 고민도 수없이 거쳐 갔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답은 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맞닿아 있었다.

“저도 다른 작품을 볼 때 비중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매력 있는 이야기 안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연기에 더 매료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대하지 않은 것에서 받는 뜻밖의 선물 같아서. 그렇지만 평생을 그렇게 사는 건 힘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더 큰 빛을 발한다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어요. 욕심내서도 안 되고, 욕심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배님들을 보면 느끼죠. 자격이 있으신 분들이 결국 인정을 받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노력과 고통이 수반되어야겠죠. 다들 그렇게 말씀을 하시기도 하고.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조금씩이지만 어쨌든 발전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내고 싶어요”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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