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키키’ 정인선 “부담스러웠던 싱글맘, 진실 된 연기 나왔다” [인터뷰]
- 입력 2018. 05.01. 18:26:48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맡은 역할로 인해 상상해보지 않은 인생을 살아보기도 한다. 올해로 28살인 정인선은 ‘와이키키’를 통해 싱글맘이 됐고 아역배우 한여름과 함께하며 자신도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원혜진, 김효주 연출 이창민)에서 정인선은 싱글맘 한윤아로 분했다. 극 초반 딸 솔이(한여름)를 게스트하우스에 두고 도망갔던 한윤아는 솔이와 함께 게스트하우스에 지내게 되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된다.
20대 후반인 정인선에게 싱글맘이라는 설정은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와이키키’ 속 한윤아는 싱글맘이라는 상황에 닥쳐 자신의 꿈을 포기하거나 옛 연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슬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윤아가 꿈꿨던 래퍼에 도전하거나 재능이 있는 제과제빵 기능을 살려 살길을 찾아 나섰고 강동구(김정현)와의 러브라인으로 새 삶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정인선은 “싱글맘이 부담스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와 함께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인공들과 같이 지내며 여러 가지 민폐를 끼쳐야하는 상황들에 고민이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싱글맘이라는 설정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작가, 감독님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죠. 작가, 감독님께서 ‘싱글맘인 한윤아가 민폐로 시작할거지만 절대로 거기에 멈춰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들에 한윤아의 감정은 빛이 날거고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또 ‘너는 그냥 윤아일 뿐이고 딸이 있을 뿐이야’라고 해주셨죠.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싱글맘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닌가하고 ‘아차’ 싶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연기해야할까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죠. 한윤아가 민폐인건 맞지만 사실 ‘와이키키’ 6인방 중에서 민폐가 아닌 캐릭터가 없어요. 사건 유발자도 있고. 그래서 한윤아가 민폐 캐릭터라고 욕을 먹거나 미워해주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도 일정부분 성공한 게 아닌가하는 정신승리를 했죠.(웃음)”
정인선은 ‘한윤아 민폐다’라는 댓글에 속상하지도, 칭찬하는 댓글에 들뜨지도 않았다. 전체적인 틀 속에 다양한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형식이었기에 그는 한윤아의 감정선과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 항상 긴장을 유지했다. 더군다나 아직 돌도 안 된 아역배우 한여름과 함께하는 장면이 많았던 정인선은 다른 배우보다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많았다.
“제가 아이를 좋아해요. 아이랑 같이 한다는 것에 신이 나서 시작했지만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여름이가 잘해줬지만 아이를 안고 다른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 자신에게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려서 집중력이 흐트러졌거든요. 초반엔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이는 컨디션에 따라 울 수도 있으니 제 욕심을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그래서 ‘방송 나가면 이번 캐릭터로 많이 혼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신이 맡은 캐릭터만 몰입해도 노력한 것들이 완벽하게 도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갓난아기와 함께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를 대하는 게 서툰 것이 당연했던 정인선은 한윤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육아에 미숙한 엄마로 보였다. 이에 정인선은 “계획대로 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진실 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을 전했다.
한윤아의 감정을 호소해야하는 장면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한여름이 울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정인선은 집중이 깨졌고 감정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또한 이는 아이를 예뻐하기만 했던 정인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대하고 연기를 해야 할지 호되게 느낀 계기가 됐다.
“처음 2~3일 동안은 겁이 났어요. ‘내가 아이를 안아도 될까’ ‘아이를 안고 연기를 해도 되는 걸까’ 하고요. 아이를 좋아한다고 아기를 낳을 수 없는 것처럼 예뻐하는 것만으로 연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때 이후로 여름이에게 더 다가가고 진심으로 윤아를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주어진 거죠. 또 세발의 피겠지만 아이 다루는 게 서툰 엄마의 기분도 느꼈고요.”
시트콤에 근간을 두고 러브라인과 캐릭터 성장을 그리고 있는 ‘와이키키’는 정인선에게 도전이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수많은 작품에 참여해왔음에도 시트콤 장르는 처음이었기 때문. 심지어 드라마 ‘자이언트’ ‘리멤버-아들의 전쟁’ ‘맨투맨’ 등의 연출을 맡은 이창민 PD에게도 시트콤은 처음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 감독님에게도 ‘와이키키’는 도전인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안배할 것 없이 무조건 던지고, 뛰어가고, ‘뛰어보자’라는 마인드로 임했죠. 작품 시작하기 전부터 자주 모여서 리딩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하고 ‘너가 이만큼 했으니 나도 이만큼 더 해도 되겠다’며 안심하기 시작했죠. 다들 정말 열심히 하고 고원희 씨는 대본이 찢어질 만큼 연습을 하더라고요. 그런 거 보니 저도 자극받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됐고요. 연기 톤을 잡느라 걱정도 많이 했지만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서로 믿고 응원하고 시청자분들도 큰 사랑을 주시니 생동감 넘치는 현장이 됐죠. 저희끼리도 ‘우리의 밝은 에너지와 열정들이 작품에도 녹아들어 있어서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는 말이 나왔었어요.”
특히나 모든 역할에 도전하며 입지를 쌓아가고 있었던 단역배우 이준기(이이경)는 ‘와이키키’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 출연을 위해 왁싱을 하거나 어린이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인형 탈을 쓰기도 했으며 세, 네 시간이 걸리는 특수분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와이키키’ 종영일, 이이경과의 열애를 인정한 정인선은 이이경의 이러한 모습들이 오히려 “멋있다”고 애정 어린 마음을 내비쳤다.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기 일을 그렇게 잘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게 동경하고 존경할 수 있어요. 그래서 더 힘을 실어드리기도 했고 응원하기도 했죠. 저희가 서로 대화가 잘 통하고 존중해주는 측면이 잘 맞거든요. 그래서 좀 더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어요.(웃음)”
정인선은 ‘와이키키’를 기점으로 작품을 대하고 임하는 태도, 캐릭터를 접근하는 방식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진솔한 연기가 나오는 것들은 스스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 본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해왔던 그가 ‘있는 그대로의 정인선’을 작품 속에 드러낸 것은 스스로도 새롭게 발견한 것이었다.
“제가 연기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세운 마음가짐이 있어요. 절대 조급한 마음 갖지 않기, 역할의 크기나 밟아야할 단계에 얽매이지 않기, 내 삶 열심히 살면서 좋은 연기하기,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만나보기. 저는 정말 연기를 오래오래 하고 싶거든요. 한윤아로 인해 좀 더 생동감 있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젠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