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챔피언’, 극장가 ‘대작’ 행진 속 잔잔한 웃음이 그립다면 [씨네리뷰]
- 입력 2018. 05.02. 10:15:16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지난해 영화 ‘범죄도시’와 ‘부라더’를 통해 ‘대세 배우’로 거듭난 배우 마동석이 자신과 꼭 어울리는 영화 ‘챔피언’으로 돌아왔다. 이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압도적인 티켓파워로 극장가를 휩쓸고 있지만 ‘챔피언’은 웬만한 히어로 버금가는 마동석의 강렬한 존재감을 내세워 소박한 웃음과 힐링을 선사한다.
영화 ‘챔피언’
‘챔피언’은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가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권율), 하루아침에 나타난 여동생 수진(한예리)과 함께 팔씨름 챔피언을 향해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팔씨름으로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따뜻한 액션을 만들고 싶었다던 마동석은 오래 전부터 ‘챔피언’ 기획에 힘써왔으며 김용완 감독과 함께 그 바람을 실현했다.
‘챔피언’은 무엇보다도 팔씨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일반 대중들에게 팔씨름은 한 손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놀이 중 하나이지만 영화에서 팔씨름은 그 어느 종목보다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스포츠로 그려진다. 손을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기술은 순식간에 승패를 좌우하고 팔씨름 경기장은 마치 레슬링 경기장처럼 관중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특히 마동석을 비롯해 팔씨름 선수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연기가 아닌 실제로 경기에 임하며 영화의 리얼함을 살렸다. 팔씨름은 역동적인 움직임 대신 온 힘을 쏟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전해지는 만큼, 마동석은 수차례의 팔씨름 장면에서 실제로 힘을 썼고 상대 배우들 역시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팔씨름 선수들을 출연시켜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놀이인 팔씨름에 전문성을 더해 친근함과 신선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팔씨름으로 액션의 매력을 살렸다면 마동석이 가진 독보적인 캐릭터는 웃음 요소로 활용됐다. 모두가 공포에 떨만한 인상과 체구를 가졌지만 서툰 한국어를 구사하고 청국장과 안마의자에 행복해하는 마크의 모습은 관객들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띠게 한다. 갑자기 나타난 동생 수진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아이들과 세대를 뛰어넘는 케미를 만들어내는 마크의 반전 매력은 ‘챔피언’의 훈훈함을 살리는 일등공신이다.
권율의 연기변신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최근 케이블TV tvN ‘싸우자 귀신아’부터 SBS ‘귓속말’ 등을 통해 차갑고 냉철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권율은 ‘챔피언’에서 무거움을 한결 덜어낸 진기로 분해 새로운 매력을 보였다. 능글맞은 말투를 구사하며 촐랑대는 그의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권율은 새로운 캐릭터를 자신과 잘 맞는 옷으로 그려냈다.
‘챔피언’은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로 진행된다. 외모부터 악역의 포스를 풍기는 인물들은 줄곧 마크와 진기를 위험에 빠뜨리고 마크는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결국 해피엔딩을 맞는다. 대부분의 가족극이 그러하듯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순수하면서도 솔직한 행동들로 웃음을 선사하며 인물들이 가진 상처와 아픔은 가족의 따뜻함으로 치유된다. 마크와 수진의 관계를 엮어놓은 부분에 나름의 반전이 있긴 하지만 머리를 쓰며 이해할 만큼 복잡하게 그려지지는 않았다.
이에 뻔하고 행복하기만 한 스토리가 진부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워낙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외화들이 연이어 개봉한 만큼 ‘챔피언’의 소박한 규모가 심심하게 느껴지는 관객들도 있을 터다. 하지만 그런 소소함이 그리웠던 관객들에게는 ‘챔피언’이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최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