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윤, 앙상블에서 찾은 '대군'의 성공 [인터뷰①]
입력 2018. 05.11. 08:36:08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TV조선의 야심작이었다. ‘공주의 남자’ 김정민 감독과 ‘하녀들’ 조현경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4년 만에 첫 선을 보인 드라마라는 점에서 ‘대군-사랑을 그리다’는 쉽게 성패를 예측할 수 없었다. 감독과 배우들은 달랐다. 드라마의 성공을 자신했고, 결국 ‘대군’은 TV조선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주연 배우 윤시윤은 모두를 놀라게 한 시청률을 통해 ‘조화’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최근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시윤은 시크뉴스에 “저는 사실 시청률에 대한 부분은 욕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김정민 감독과 주상욱은 드라마에 대한 견고한 확신을 시청률로 표현했다. 윤시윤의 확신은 시청률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시청률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는 않았지만 진세연 씨와, 상욱이 형과의 앙상블을 후회 없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세 사람의 앙상블이 어디 가서 부끄럽지는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세 사람의 조화에 대한 자신감은 서로의 연기에 대한 신뢰에서 기인했다. 비틀린 야망으로 어린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이강(주상욱), 그런 형의 행동에 반기를 드는 정의로운 대군 이휘(윤시윤), 두 사람을 정적이자 연적으로 만든 성자현(진세연), 극에서는 갈등과 연민 등 복잡한 감정으로 얽혀있던 배우들이었지만 촬영 현장은 칭찬으로 가득했다.

“다른 모든 배우들도 다 좋았지만 세연 씨, 상욱이 형이랑 서로의 연기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셋이 항상 서로의 연기를 칭찬했다. 현장에서도 ‘왜 그렇게 멋있냐’고 하고, 세연 씨도 ‘오빠 이 컷 너무 재미있었다’고 칭찬하고 그랬다”


특히 극에서 윤시윤과 애절한 로맨스를 그린 진세연에 대한 극찬은 끊이지 않고 계속 됐다. 극 중 성자현은 자신의 꿈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윤시윤과 진세연의 로맨스는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지금의 진세연 씨를 있게 한 것은 맑음과 밝음인 것 같다. 드라마 초반 꽃 날리는 장면, 그림 그리는 장면, 격구장에 몰래 들어오는 장면들이 있다. 그런 장면에서 진세연 씨의 밝음에는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저는 감성적인 부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 친구는 밝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제 연기가 겨울이면 세연 씨는 정말 봄 같은 배우였다. 중반부에 휘 때문에 고생하다가 엔딩 부분에서 밝은 모습이 나왔는데 그걸 보면서 세연 씨에게 ‘이런 캐릭터가 제일 빛난다’고 말했다”

진세연의 밝음은 로맨스에서도 빛을 발했다. 윤시윤은 진세연의 밝음에 동화돼 로맨스와 갈등의 상반된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밝은 부분은 세연 씨를 많이 의지했다. 로맨스를 할 때 그 친구의 표정을 보면서 같이 가려고 했고, 웃는 것을 따라하려고 하기도 했다. 후반부(이강과 이휘의 갈등)는 최대한 감정을 많이 잡고 제 주도적으로 연기를 하려고 했다. 감정이 짙은 건 ‘제빵왕 김탁구’ 때도 그렇고 많이 해봤는데 혹여나 초반에 밝은 분위기가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다면 그건 세연 씨 덕이 아니었나 싶다”

진세연을 향한 윤시윤의 신뢰는 끝이 없었다. 상대방이 듣기에 부담스러운 칭찬을 잘 한다던 윤시윤은 “세연이에게 밥이라도 얻어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세연이라는 배우가 왜 주연으로서 사랑을 받고, 좋은 배우들이랑 해왔었는지 알겠더라. 세연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밝음이 상대배우의 질감까지 바꾸게 만든다. 세연 씨가 ‘내가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상욱이 형이랑 저에 비해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부족한 부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두 남자의 대립에서 본인이 해야 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 진세연 씨의 캐릭터는 두 남자가 그를 왜 사랑하는 가의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그 명분을 못 주면 민폐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자현이를 위해 여진족에서 목숨을 걸고 오고, 형제를 죽이면서도 자현이를 차지하고자 하는 부분을 정말 잘 만들어줬다”

‘대군’에서 이휘와 자현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의 결실을 이뤘다. 그럼에도 갈등 요소가 많아 진세연과 윤시윤의 밝은 로맨스가 마음껏 드러나지 못했다. 현대극에서 다시 만나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윤시윤은 “오히려 반대되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답했다.

“주연배우로서 우리 둘이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거다. 후반부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우리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집중해서 연기하자’고 했다. 우리가 다시 연기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스태프를 모으고 감독님 섭외하고 할 수 없지 않나. 우리에게 남은 신이 많지 않은데 나중에 힘들었던 것 보다는 그 신이 생각이 날 거라고 이야기 했다. 그 친구나 저나 ‘다음에 다시 만나자’보다는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은 주어진 인연과 한 장면, 한 장면에 최선을 다하자고 얘기했다”


‘공주의 남자’ ‘조선 총잡이’ 등 지상파에서 다수의 사극 작품으로 트로피도 여러개 거머쥔 김정민 감독에 대한 신뢰와 제작진의 배려도 ‘대군’의 성공에 큰 몫을 했다.

“감독님 자체가 워낙 사극의 장인이었다. 감독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다. 감독님이 오케이면 오케이인 거다. 내가 연기를 못 해도 TV를 보면 연기를 못 하는 게 티가 나지 않는다. 감독님 지시대로 했을 때 그대로 하면 그게 맞다. 연출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있었다. 오케이 났을 때의 그 성취감이 좋았다. 그리고 존중받는 현장이었다. 현장의 막내부터가 정말 예의가 바르고 잘 챙겨줬다. 존중받고 사랑받은 현장이었다”

드라마의 시청률을 떠나 촬영 현장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정의감으로 세상을 바르게 만들고, 한 사람만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순정을 본 팬들은 이휘를 윤시윤의 ‘인생캐릭터’라고 칭했다.

“인생 캐릭터는 팬들이 불러주시는 거니까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내가 최악의 경우에 결과가 나오지 않고 외면당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저 말을 해줬던 지극히 편파적인 내 팬들이 제 뒤에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으로 있다. (인생캐릭터라는 말은) 나를 좋아해주는 측근들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계기일 뿐이다. 대중들의 평가는 아직 못 미치기 때문에 만들어가야 한다. (연기에 대한 칭찬이) 본질이 아님을 생각하고, 중심을 잡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시청률을 인생 연기를 대변해주는 지표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윤시윤은 시청률이라는 시각적 지표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 지표를 가지고 사람들이 저를 인식하다보니 저도 그걸로 평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MBC 드라마 ‘나도, 꽃’ 같은 경우에도 잘 나왔는데 50%라는 숫자에 얽매였었다. 이번에 5% 나온 것도 기쁘지만 나를 얽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것처럼 저를 포함한 모든 어른들은 숫자에 민감하니까 계속 따라다니기는 할 거다. 이번에 ‘대군’으로 시청률 부담은 덜었지만 기분 좋음만 가져가고 싶다”

윤시윤이 ‘대군’에서 얻은 것은 시청률의 기쁨보다 배우들의 조화에서 오는 앙상블이었다. 윤시윤은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남들과의 조화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복기를 해봐도 그 전의 것들이 왜 실패했는지 모른다. 안다면 다음 작품에 대입하겠지만 그런 게 없다. 저는 항상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사랑에 빠져서 집중했다. 결과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었다”

윤시윤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드라마의 성패는 자신이 아닌 모두의 합을 통해 나온다는 진리 하나를 깨달았다. ‘대군’은 그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대군’은 결과가 나에게 달려있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나 혼자서 작품에 들어갔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가 잘 되길 바라는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모여 있었다. 나는 1인분만 정확하게 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세연 씨랑 상욱이 형이랑 연기할 때는 1인분이 아닌 80%만 해도 그들이 채워주는 경우가 있었다. 나도 그러다보면 열심히 해서 저 사람들이 힘들 때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작품은)팀플레이이기 때문에 많은 배우와 제작진들의 앙상블에 따라서 그런 결과가 나왔구나 싶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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