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기] 블랙넛 ‘유아인 김치 티셔츠’, 표현의 자유 가장한 ‘모독’ 논란
입력 2018. 05.18. 10:38:59

블랙넛, 유아인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패션은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패션계는 하위문화의 상징인 스트리티룩을 통해 상위 문화의 일탈 욕망 충족에 열광하고 있다.

하위문화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표현이 이어지는 영역으로 격을 중시하는 상위문화 코드와 극과 극의 노선을 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표현이 사회적으로 매력적인 패션코드로 받아들여지면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위해로 ‘수위 조절’에 실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스룩으로 상징되는 하위문화에서 차용된 스트리트룩의 대표 아이템이 ‘메시지 티셔츠’다. 풍요의 시대에 태어나 성인이 된 후 풍요 속의 빈곤, 자유 속의 차별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이들은 의미심장한 문구나 그림을 그려 넣은 티셔츠를 입고 시위를 하듯 거리를 활보한다.

지난 17일 ‘키디비 성폭력 범죄 등에 대한 특례법(통신매체 이용 음란) 위반과 모욕죄’ 관련 세 번째 공판 참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블랙넛은 ’유아인 김치‘로 유명세를 탄 김치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해당 티셔츠는 유아인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조민기가 3월 9일 사망한 후 자신의 생각을 전한 글을 SNS 올려 논란이 된 직후인 3월 15일 인스타그램에 게재돼 ‘여성 비하’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메시지 티셔츠는 보는 사람과 입는 사람의 시각이 같을 수 없다. 그렇다고 보는 사람의 시선이 입는 사람의 원래 의도와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또한 같은 메시지 티셔츠라도 입는 사람마다의 의도 역시 같을 수 없다.

김치 티셔츠는 유아인이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이 주축이 된 오픈형 종합 창작 스튜디오 ‘스튜디오 콘트리트’가 아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출시하는 시리즈 패션 아이템인 ‘SERIES 1 TO 10’ 세 번째 버전 제품이다. ‘SERIES 1 TO 10’는 번호마다 감정을 부여한 10개의 티셔츠가 한 컬렉션으로 구성된 티셔츠 시리즈로, 김치는 세 번째 버전인 ‘GROCERY’ 테마의 8번째 감정 ‘SUPER’에 그려진 일러스트다.

김치 티셔츠를 입은 뒷모습의 이 사진은 자신이 출시한 제품을 알리는 콘셉트 화보쯤으로 유추할 수 있다. 문제는 당시 그 티셔츠를 입었을 때 유아인의 의도가 해당 제품이 내건 8번째 감정인 ‘SUPER’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대단히’ 혹은 ‘굉장히 좋은’ 상태였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하는 점이다. 평소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표현하고 논란을 주저하지 않는 냉소적인 성격인 그가 ‘굉장히 좋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블랙넛으로 넘어가면 김치 티셔츠를 입은 의도를 조금은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

블랙넛은 유아인과 동일한 브랜드,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을 입었다. 법원 밖에서는 데님 셔츠를 입어 가려졌지만 실내로 들어오면서 셔츠를 벗자 제일 먼저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실크보이즈 앨범 많이 들어 주세요’라는 자신과 박성진으로 구성된 실키보이즈 홍보 문구였다.

법원을 일순간 앨범 홍보의 장으로 만든 블랙넛의 행동은 본인이 저지른 행동이 문제될 것이 없음을 알리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였다. 또한 등판의 ‘김치’ 일러스트는 그가 키디비에게 '김치녀'라는 표현을 쓴 것은 물론 성적 모독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네티즌들의 해석하는 ‘여성 비하’ 코드를 배제할 수 없다. ‘SUPER'라는 감정 역시 여론이 주목하는 현재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친다.

메시지 티셔츠는 자유민주주의가 주장하는 차이를 인정하는 자유가 실은 차별을 받아들여만 허락되는 부분적 자유에 대한 분노를 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때로는 항거의 의미를 담은 자기표현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음을 생각하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유아인 인스타그램, 스튜디오 콘크리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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