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효진·김주형 PD “‘범인은 바로 너’, 본격 추리 아닌 멤버들의 성장기” [인터뷰]
- 입력 2018. 05.18. 18:17:40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컴퍼니상상의 조효진, 김주형 PD가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추리 버라이어티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선보였다. 두 사람의 이름이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지만 SBS ‘X맨-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을 떠올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두 사람이 바로 이 프로그램들을 연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김주형, 조효진 PD
‘범인은 바로 너’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다수의 SBS 히트 예능을 이끌었던 두 PD는 이전부터 기획해왔던 추리 예능 기획안으로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예능 제작에 도전했다. 사전제작이라는 새로운 포맷에 추리 버라이어티라는 독특한 장르. ‘범인은 바로 너’는 과감한 도전으로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지난 10일, ‘범인은 바로 너’의 2회분이 공개된 뒤 연출자인 조효진 PD와 김주형 PD가 시크뉴스와 만났다. 지난해 12월 촬영을 마치고 5개월 여 만에 전 세계에 방송을 내보인 두 사람은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반응을 경험했다.
“좋은 의견도 많았고 안 좋은 의견도 많았고 저희한테는 소중한 경험들이 축적되고 있는 것 같다. 유재석 씨가 ‘잘 준비해줘서 고맙고 작가들, 스태프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전해 달라’고 하셨다. 멤버들도 시청자 입장에서 봤는데 좋은 반응을 얘기해주셔서 고마웠다. 보통은 방송 시간 근처에 (프로그램 이름이) 검색어에 뜨는데 이건 4시까지 잠잠하다가 6시부터 올라와서 비교적 오랜 시간 떠 있더라. 또 한국에서 반응이 오고 나서 나중에 해외 반응이 나타나는 게 보편적인데 저희는 190개국에 동시에 오픈이 되니까 해외 반응들이 동시에 쏟아졌다.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었다”(조효진)
‘범인은 바로 너’는 7명의 탐정단이 매 에피소드마다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사건을 이루는 기본 스토리는 존재하지만 멤버들은 어떠한 대본도 없이 실제 상황 그대로 사건을 해결해간다. 드라마와 예능, 그 애매한 경계에 있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어디서부터 출발한 걸까.
“예전부터 ‘가상현실에 플레이어들이 들어가는 게임을 현실판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를 생각했었다. 연기자들을 가상현실 안에 리얼리티로 집어넣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보고 싶었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도 비슷하지만 그건 너무 초현실적이고, 조금 현실적인 접점이 뭐가 있을가 생각하다가 추리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그러다 넷플릭스 쪽에서 제의가 와서 기획안을 보여줬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코드가 아니라서 참신하다고 하더라”(조효진)
기존의 예능에서 시도된 적 없는 독특한 방식에 도전하게 된 이들이 출연진으로서 제일 먼저 접촉한 사람은 유재석이었다. 앞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두 PD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유재석은 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존재였으며, 유재석 역시 새로운 예능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의도에 적극 동의했다.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비슷했던 것 같다. 예능의 여러 분야에서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그걸 좀 더 새롭게 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서 나온 기획이었다. 유재석 씨도 처음에 의논했을 때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해보면 새로운 점이 있고 재밌을 수 있겠다는 부분에서 공감을 하셨다. 그런 게 서로 맞아떨어져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희도 기획 과정에서 굉장히 어렵겠지만 유재석이라는 사람이 있음으로서 어려움이 해결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가장 먼저 제안을 드리고 상의를 했다”(김주형)
‘범인은 바로 너’는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예능이다. 때문에 모든 제작 과정이 끝나고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이 공개되기 전까지, 이들의 시도가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연출자로서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아무래도 피드백이 없이 예능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전제작 부분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도 저희는 전체적으로 완결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점을 감숳고 들어갈 수 있었다. 피드백이 있더라도 전체 스토리를 흔들 수는 없으니까 부담감을 가지고서라도 사전제작을 해보는 게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조효진)
부담감을 느낀 건 연출자뿐만이 아니었다. 7명의 멤버들은 예능 경험의 유무를 떠나 처음 겪어보는 형태의 예능에 당황했고, 이는 첫 회 방송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실제와 가상을 오가는 프로그램의 색깔 탓에 멤버들은 탐정이라는 캐릭터와, 리얼 버라이어티에 참여한 연예인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다. 두 PD 역시 이에 공감했다.
“예를 들어 사건이 발생하고 시체가 있으면, 그 시체를 봤을 때 이걸 예능적으로 ‘숨 쉬는데?’라고 반응하는 게 맞는지 정말 사건이라고 생가하고 몰입을 하는 게 맞는지 멤버들끼리 정해놓지 않고 들어갔다. 저희도 뭐가 맞는 건지 확실하게 몰랐다. 첫 회 녹화가 끝나고 보니까 저희도 그렇고 유재석 씨도 그렇고 역시 몰입하는 지점이 있어야 사건을 받아들이고 동력이 생긴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탐정이라는 역할에 충실하자고 얘기했고 점점 몰입하기까지의 걸리는 시간이 빨라지면서 캐릭터도 안정화됐다. 다 처음해보는 시도라서 어떤 방식으로 적응해야 하는지를 다들 몰랐다. 중후반을 지나면서부터는 몰입도라 그런 것들이 좋아지기 때문에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조효진)
“버라이어티의 힘은 결국 멤버간의 조화와 케미, 캐릭터의 힘이다. 그게 쌓이는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 저희가 사전제작을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시행착오가 있을 거다. 초반부는 그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목표를 두고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거쳤기 때문에 중반부 이후에는 캐릭터 빌딩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김주형)
추리 예능이라는 장르에 비해 다소 엉성한 멤버들의 추리 과정 역시 많은 시청자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갑작스레 발생한 살인 사건과 수상한 용의자들, ‘범인은 바로 너’의 기본 설정은 탄탄하고 긴장감 넘치는 추리 예능을 기대케 했지만 막상 베일을 벗고 나니 리얼리티 예능의 요소가 훨씬 강했다. 이에 ‘추리’에 초점을 맞췄던 많은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내비쳤지만 두 PD는 그 점이 ‘범인은 바로 너’의 색깔이라고 설명했다.
“저희는 본격 추리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저희가 이전에 ‘런닝맨’을 할 때도 장르물로 특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그런데 위클리 방송이다 보니 시간적인 부분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사전제작 기회가 주어지다 보니 장르적 색깔을 입혀서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택한 소재가 버라이어티에 추리를 입힌 장르였다. 심도 있는 추리를 생각하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저희는 추리로도 버라이어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김주형)
“가제도 ‘덤앤더머 디텍티브’였으니까. 머리 좋은 사람들이 나와서 완벽한 추리를 한다기 보다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이 나와서 한 팀을 이루면서 서로 보완해 주는 그들의 성장기로 봐주시면 좋겠다”(조효진)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