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칭찬해줘서 고맙다" '대군' 주상욱의 자신감에 더해진 확신 [인터뷰]
- 입력 2018. 05.21. 18:37:01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자신감이 넘쳤다. ‘대군-사랑을 그리다’(극본 조현경, 연출 김정민, 이하 '대군')의 시작을 알리는 제작발표회 현장부터 드라마가 종영한 뒤 가진 인터뷰까지 주상욱은 당당했고, 드라마에 대한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제작발표회 속 자신감이 작품에 대한 확신이었다면 종영 후의 자신감은 시청자가 준 확신이었다.
최근 서울 역삼동에서 배우 주상욱과의 '대군'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대군’은 지난 6일 5.6%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주상욱은 드라마가 시작할 때부터 ‘대군’의 성공을 확신했던 배우이기도 했다.
“저는 매 작품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시청률) 얘기를 한다. 시윤이는 시청률은 숫자일뿐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당연히 잘 나와야죠. 시청률은 몇 퍼센트로 예상합니다’고 말한다(웃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웃으면서 넘기려고 하는 얘기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지 이렇게 될 거다는 얘기는 아니다. 기자간담회 할 때도 ‘지금부터 올라서 5%가 될 거다’고 했다. 이건 헛소리였다. 결과를 어떻게 알겠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주상욱의 초반 자신감은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주상욱은 이에 대해 “나는 늘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감만 넘쳤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자신감은 늘 넘쳤는데 결과가 안 따라주는 그런 경우가 있기도 했다. 연기는 당연히 확신을 가지고 하는 거다. 다만 그게 정답인지 아닌지 몰라서 불안한 거지 나 나름의 확신은 있었다. 그 확신에 대한 결과는 시청자들이 결정해주시는 거다. 잘 맞았을 때는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고, 안 맞으면 엇나가는 결과가 나오는 거다”
‘대군’은 시청자의 평가와 주상욱의 자신감이 잘 맞물린 작품이었다. 주상욱은 ‘대군’에서 애정의 결핍을 권위와 야망으로 채우고자 하는 대군 이강을 연기했다. 동생 이휘(윤시윤)와 연적이자 정적으로 갈등을 빚으며 두려움, 후회, 욕심이 혼재하는 복잡한 내면을 연기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강과 내면의 감정이 달랐기에 더욱 어려운 캐릭터였다. 연기에 방향성을 제시해준 것도 시청자였다.
“캐릭터가 어렵다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제가 생각할 때는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서 어려운 캐릭터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뚜렷하지 않아서 어려웠다.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 이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어려웠다. 슬프면 울면 되고, 기쁘면 웃으면 되는데 여기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아무도 몰랐다. 감독님도 모르고, 나도 몰랐다. 연기를 했을 때 시청자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안했다. 사실 시청자가 응원을 하면 응원하는 쪽으로 가게 된다. 잔인한 게 너무 멋있다고 하면 계속해서 잔인하게 간다. 내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건 솔직히 거짓말이고 어떤 면이 예쁘다고 하면 그런 쪽으로만 연기하게 된다. 시청자들이 확신이 없는 상태의 배우에게 확신을 주는 거다”
주상욱이 만든 캐릭터에 시청자가 호응했다. 연기에 대한 확신은 즐거움과 신선함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주상욱은 1998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데뷔했다.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연기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안고 드라마를 끝내는 경우도 있었다. 주상욱은 “그동안 했던 연기의 답답함이 이 작품을 하면서 뻥 뚫린 것 같다”고 말했다.
“즐겁게 연기를 했다. 강이라는 캐릭터가 저에게는 정말 신선했다. 매 장면을 즐겁게 하다보니 답을 찾지 않았나 싶다. 연기하면서 즐거웠다. 이런 적이 많지 않았다. 늘 답답했는데 시작부터 대부분을 다 즐겁게 했다. 즐겁게 촬영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강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이강이라는 캐릭터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캐릭터”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강이 충신에게 자신의 죽음을 부탁한 뒤 가족들 앞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결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가장 강이다운 행동이었다. 작가님, 감독님도 죽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캐릭터의 정점을 찍는 죽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마지막에 죽는 신이 꽤 길었다. 밤에 찍는 장면이었는데 완전히 해가 뜨고 그럴 때 찍었다. 그걸 어둡게 보정을 한 거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한 번에 찍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상욱은 이날 “그동안 모든 게 쌓여서 그 장면에 도달했기 때문에 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장면만 놓고 본다면 좀 아쉬운 것 같다. 좋은 대사도 잘 살렸어야 했는데 내가 못 살린 것 같다”면서 “하필 제일 중요한 신인데 연기를 못했다”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나머지 부분은 모두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이며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주상욱에게 ‘대군’은 하루종일 오렌지 주스만 마시다가 마주한 커피 같은 드라마였다. ‘선덕여왕’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도전한 사극이었다. 주상욱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하고 싶었던 사극을 했고, 악역이지만 명분이 확실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던 캐릭터도 만났다. 시청률도 작품의 완성도도 높았다. 주상욱의 자신감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준 현장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시청자가 있었다. 주상욱은 이날 캐릭터가 자신에게 준 통쾌함을 말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을 응원해준 드라마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화를 발산하고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서 오는 통쾌함이 아니었다. 내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내가 생각한대로 시청자가 반응을 해줬다는 것에 대한 통쾌함이었다. 그러니까 사실 뭐 ‘칭찬해줘서 고맙다’ 이런 얘기다(웃음)”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윌엔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