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 "아무것도 모르고 간 '버닝'오디션, 회사 계약 3일 만에 첫 오디션서 합격" [인터뷰①]
입력 2018. 05.23. 17:06:09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갔어요. 연기하고 사진도 찍히고…."

신예 전종서(25)는 지금의 소속사인 마이컴퍼니와 계약한 지 3일 만에 본 첫 오디션에서 당당히 합격해 '버닝'의 주인공이 됐다.

"당연히 앞으로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봐야 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찾으신다고 해서 불려갔다. 이후 수차례 미팅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며 오디션이 진행됐다."

2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전종서를 만나 '버닝'(감독 이창동, 제작 파인하우스필름·나우필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다룬다.

데뷔작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며 첫 작품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행운의 주인공인 전종서. 이 감독은 그녀의 어떤 면에 이끌려 여주인공으로 발탁했을까.

"안 여쭤봤다. 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시각으로 사람, 세상, 주변을 바라보며 세상을 살아가는지가 정확하다. 거기에 대해 자신 있다. 내가 맞다는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당당한 거다. 살며 겪어온 굴곡, 경험, 영향을 준 사람들, 그런 모든 것들을 드러내놓는 데 있어 인간으로서든 연기로서 승화시키든 거침이 없고 그게 재밌다. 더 나아가 그게 어떤 메시지로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명확하다는 그녀에게 실제 겪은 인생의 굴곡이나 남다른 경험 등에 관해서도 물었다.

"사건이나 그런 건 정말 많다. 난 상처를 받을 땐 상처를 받고 상처를 되레 주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면서 사랑도 많이 준다. 그런 감정적 교류 교감에 있어 솔직한 편이다. 날 사린다거나 피한다거나 방어 공격한다거나 그런 걸 떠나 그 부분에 있어 스스로 오염되지 않게 두고픈 욕심이 있다. 그게 감정이나 연기와도 직결되는 것 같다. 사건 같은 걸 바라볼 때 멀리서 보려 한다. 한 가지를 확대해석하거나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뜨거워 하려 하지 않고 바라봄에 있어 의연하려 하는데 모든 순간에 있어 그렇게 대처하진 못한다."

해미는 의뭉스러운 인물이다. 그녀는 시나리오를 받고 해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하려 했을지 궁금했다.

"영화가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분석하는 걸 어떻게 하는건지 배운 적도 없고 잘 모른다. 그런 게 있는 줄도 잘 몰랐다. 영화를 찍으며 감독님과 이준동 대표님이 같이 '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셨다. '이런 부분에 매료돼 있는, 이렇게 사는 애구나'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이 허락한 현장 분위기가 컸다. 촬영장 가면 실제 다른 세상 같다. 세트가 그렇단 게 아니라 모든 스태프 헤어 메이크업 해주는 분들 한 분 한 분이 매 순간 해준 어떤 말이라든지 손길, 그런 것들이 있었다. 함께 한 배우들도 현장에서는 극 중 인물로 느껴질 만큼 몰입해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런 거구나'하고 느꼈다."

영화 촬영 당시 전종서의 나이는 24세였다. 지금은 25세인 그녀는 극 중 27세 해미를 연기했다. 나잇대가 그리 다르지 않은 해미를 연기하며 전종서는 해미의 삶과 그녀의 삶에 있어 밀접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단다. 영화에 반영된 젊은 세대의 현실에 대해서도 실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로서 공감한다고.

"모든 게 다 정말 좋아지고 있지만 거기에 따라가기가 너무 벅차잖나. 그렇기 때문에 돈에 화가 나고 세련된 이에게 질투를 느끼고… 현실에 순응은 하고 있지만 너무 우울하잖나. 그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감독님 말씀이 그런 부분이고 나도 공감한다. 내가 젊기 때문에 공감하는 것도 있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공감 못 하는 부분이 있다. 사소한 예를 들자면,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데 서너 명이 앉아 커피를 주문하면 5만 원이상 나오는데 커피값이 비싸지만 사 먹잖나. 먹어야 이야기를 하고 그 자리가 진행이 되니까. 그런데 어른들만 해도 '그 돈 주고 왜 그걸 사 먹느냐?'며 이해를 못 하신다. 그게 세대 차다."

'버닝'은 여성을 사건의 피해자로 다루는가 하면 "아무 남자 앞에서나 옷을 벗어, 창녀처럼" 등 여성을 폄하하는 듯한 대사가 등장하는 등 비판을 받을 만한 요소가 있다. '창녀'라는 말을 듣고도 해미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장면에 대한 전종서의 생각을 들었다.

"아무 말 안 하는 게, 어떤 상황이 닥쳤는데 대답을 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잖나. 나였다면 대답을 안 했을 거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거다. 많은 분이 분노했단다. 그 분노를 이해하고 여성 인권을 존중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 캐릭터가 그렇게 소비되지 않았다. 여성의 자유로움을 보여주고 자기가 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는 아이다.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다. 그런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는 게 종수라는 캐릭터고. 당차고 당당한 면을 가진 캐릭터다. 그런데 그렇게 보실 수 있다는 걸 이해는 한다."

'버닝'은 그녀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시켜 준 영화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녀는 세상이 어떤 것에 분노하고 어디로 나아가는지 스스로 물음을 던지게 됐다. 그녀가 이런 것들을 얻는 동안 힘든 일도 따랐다.

"내가 처음이다 보니 이해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테이크를 많이 간다든지 포지션(자리)을 못 잡는다든지… 알려주고 설명해주셨다. 그런 부분에 손이 많이 갔을 것 같다. 세세하게 신경을 써준다는 걸 순간순간 많이 느꼈다. '사랑받으며 촬영하고 있구나' '기죽지 않고 촬영하고 있구나' 했다. 감독님 포함 모두가 끝없는 포용으로 나를 대해줬다. '이런 모습이 내게 있었나?' 할 때가 많았는데 곱창 신이나 그런 순간에는 되게 측은했다. 물론 연기를 한 거지만 연기가 아니라 진짜 나로서 얘기하고 있는 부분도 많았다. 그런 표정, 울먹거림, 말들이 내게 준 느낌은, '내 내면 깊은 곳에는 정말 인간적인 불쌍함이 내재해 있나 보다. 난 왜 그걸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살아왔나?' 하는 거였다. 좀 더 내면을 보살펴줘야겠다'하는 생각을 했다."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싶다는 전종서에게 '버닝'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관해 묻자, 자신이 생각하는 이 영화는 '힐링제'이자 '자화상'이라 말했다.

"감독님이나 이 대표님이나 스티븐 연, 유아인 등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관객이 어떤 해답을 찾고 뭘 지향하는지 난 다 이해하진 못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희망이 없고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억울하고 외로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힐링제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내가 인간으로서, 이 시대의 청춘으로서 위로가 되고 희망을 되찾게 하고 자화상 거울 같은, 더 나아가 우리가 어디를 지향해야 우리 다음 세대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우리가 뭘 직시해야 하는지 뭘 생각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가 도전적인 것 같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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