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시스터즈' 반소영 "악역 조화영, 독이 든 성배였다" [인터뷰]
- 입력 2018. 05.30. 16:02:34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데뷔 14년차, 배우 반소영은 악역으로 꽃을 피웠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칭찬도, 캐릭터에게 쏟아지는 욕도 행복하기만 했던 6개월을 보냈다. 이제 조화영을 떠나보낼 시간이다. 반소영은 ‘해피시스터즈’의 마지막이 아쉽기만 하다.
최근 시크뉴스 본사에서는 SBS 일일드라마 ‘해피시스터즈’(극본 한영미, 연출 고흥식 민연홍)에서 강렬한 연기로 극의 재미를 책임졌던 배우 반소영과의 종영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반소영은 아쉬움에 붉어진 눈시울로 종영소감을 밝혔다.
“사실 드라마가 굴곡이 많고, 사건 사고도 많고, 싸움도 많았어요. 그 안에서 제가 화영이라는 역할을 맡아서 부담이 되게 많았거든요. 내가 해낼 수 있는 역할일까. 주요한 역할인데 표현할 만큼의 능력이 될까 부담이 됐는데 정말 ‘해피시스터즈’ 분들 만나서 지치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에 대한 어떤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두려워요.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해피시스터즈’가 잘 마무리돼서 정말 행복하고 미운 역할인데 사랑해주셔서 고마웠어요(웃음)”
눈시울을 붉히다가도 붉어진 눈시울을 걱정하는 말에 “금방 가라앉아서 괜찮아요”라고 웃음짓는 반소영의 모습에서는 조화영의 강렬한 이미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상반된 성향을 가졌기에 조화영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했고, 그렇게 마주한 조화영은 반소영에게 아픔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긴 호흡을 처음 해봤는데 캐릭터 몰입을 하다보니까 많이 아프더라고요. 역할이 즐거운 역할도 아니었고, 사람들이 조화영을 볼 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많잖아요. 쟤는 왜 저렇게까지 하지, 왜 나쁘지 하는데 저는 합리화를 해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 그걸 찾다보니까 많이 아픈 역할이더라고요. 상처도 너무 많은데 그걸 지탱해줄 사람이 없는 캐릭터였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촬영 분위기 너무 좋은데 촬영을 시작하면 다들 몰입하시잖아요. 제 편이 없다는 게 진짜 외롭더라고요”
극에서 조화영은 후원자였던 마두수(성창훈)를 사랑했지만, 결국 마두수에게 배신당했고 자궁까지 적출 당했다. 순수했던 사랑의 말로는 비참했다. 결국 조화영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을 택했고, 그 악은 조화영을 외롭게 만들었다. 깊게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 사랑하는 법을 잘 못 배웠다는 게 가장 안타까웠어요. 저는 화목한 집안에서 좋은 친구들과 그리고 또 좋은 연기 파트너들과 살아가는데 화영이는 남을 예쁘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친구였잖아요. 제가 이 친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데, 공일삼이라는 너무 좋은 친구가 있었음에도 마두수로 인해 상처를 받고나서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거죠”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기에 극 중 조화영은 힘든 상황에서도 순수함을 간직하는 윤예은에 대한 질투를 분노로 표출시켰다.
“윤예은의 모습을 보면서 이를 갈고 왜 너만 행복하냐고 했지만 부러움이었던 것 같아요. 저 사람은 힘든 상황에 있어도 사랑을 받고 힘을 내는 사람이니까. 화영이는 거기서 남 탓 하고 화내고 세상에 복수해야지로 갔던 것 같아요. 진섭(강서준)이 사랑을 해줬지만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까워요”
오랜 시간을 거쳐 조화영을 이해했고, 완벽하게 소화했다. 밖에서 반소영을 만났을 때 ‘너무 나빴다’고 눈을 흘겨주는 애청자들의 반응은 반소영이 조화영을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증거였다. 악역 첫 도전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악역은 처음이었어요. 저는 놀랍게도 살면서 화를 내 본 적이 없어요. 화영이처럼 누군가의 것을 뺏는 것에 욕심을 내보고, 소리를 지르면서 화내본 적이 없었어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표출하는 부분이 많이 달라요. 저는 화를 내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는 편이라서 그게 조금 많이 힘들었어요. 악역할 때”
첫 악역이었지만 반소영의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에너지를 내뿜었다. 조화영이라는 악역을 깊게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반소영의 연기 열정이 오롯이 담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니가 살아있다’ ‘아내의 유혹’ ‘인어 아가씨’ 속 매력적인 악역은 반소영에게 좋은 교과서가 되어줬다. 영화 ‘캐치미 이프 유 캔’ ‘리플리’ ‘나를 찾아줘’ ‘화차’을 통해서는 거짓말을 거듭하는 조화영의 면면을 다듬었다.
“드라마, 영화를 많이 봤어요. 조화영의 스타일은 ‘언니가 살아있다’ 속 손여은 선배님 많이 참고 했어요. 스타일링도 그렇고 조근 조근 차분하게 악역을 소화하는게 너무 멋있어서 그 발성도 많이 따라해봤죠. 보면서 짠해지는 모습도 배우고 싶었어요”
많은 작품을 참고해 조금씩 조화영을 다듬어갔다. 그 안에는 반소영이 쉬는 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모습도 녹아들었다.
“제가 만든 화영이는 제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어요. 지금보다 더 전에 작품을 할 때는 역할에 대한 상징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쉬면서 사랑하고 싸움도 하고 고민도 하는 이런 과정에서 나온 제7의 인격을 발견했어요(웃음). 특히 이진섭과 사랑하는 모습, 행복한 윤예은을 질투할 때의 모습은 문득 문득 제 실제 모습이 표현된 것 같아요”
순탄치 못했던 오디션 과정도 반소영이 조화영을 완벽하게 소화하는데 도움을 줬다. 캐스팅이 확정될 때까지의 기다림이 길었다. 오랜 공백기로 인한 갈증과 욕심은 오디션 과정을 통해 보여졌고, 고흥식 감독은 반소영의 간절함을 알아봐줬다.
“최종 두 명이 남았는데 제가 그 친구보다 나이도 있고, 재능에 대해 고민도 하고 있었는데 연기에 대한 욕심은 더 커지더라고요. 뭐가 됐든 보여줄 거다는 욕심. 한 달 동안 캐스팅이 진행됐는데 거의 수업을 받았어요. 그냥 저로 도착했다면 절대 저를 화영이로 택하지 않으셨을 것 같고, 저도 못 했을 거예요. 그렇게 디렉팅을 받으면서 전투 의지가 높아졌죠. 감독님한테는 정말 감사해요. 어떻게 보면 저한테 모험을 하신 거잖아요. 제 연기를 보여드린 게 없었는데 오디션 기간 동안 믿음을 가지고 저한테 이 중요한 역할을 주신 감독님, 작가님에게 평생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저를 수면위로 올려주셔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렇게 또 한 명의 매력적인 악역이 탄생했다. 배우 반소영이 대중에게 인지되는 순간이었다. 악역을 통해 꽃을 피운 반소영이기에 조화영은 오랜 시간 그가 가지고 가야할 숙제가 될지도 모른다. 반소영은 조화영을 “독이 든 성배”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선택하고, 저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너무 매력있는 이 악역이 독이든 성배다' 독이든 성배라는 걸 알았지만 너무 매력적인 독이었죠. 각오는 했어요. 내가 이걸 해서 또 악역 캐릭터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건 제가 악역을 잘 표현해다는 거니까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요. 악역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연구해서 깊이 있게 표현하고 싶죠”
반소영에게 ‘해피시스터즈’는 또 다른 시작과도 같았다. 오랜 공백기로 인해 연기자를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모든 감정을 이겨내고 힘을 낸 반소영에게 주어진 선물이기도 했다. 악역도, 청순한 역할도 모두 자신 있다는 반소영은 새로운 시작점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이 작품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게 가장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시작한지는 오래됐지만 보여드릴만한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쉰 적도 있고요. 저라는 배우가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이런 얼굴로 연기를 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화영이를 통해서 조금은 알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침드라마든 저녁 드라마든 보시는 분들이 저를 알 수 있게 쉬지 않고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