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LOOK] 멜로퀸 손예진 VS 로코퀸 황정음, 30대 배우의 잔혹한 운명
- 입력 2018. 05.31. 15:41:14
-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드라마에서 멜로퀸과 로코퀸으로 군림해온 손예진과 황정음이 드라마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인 화제성과 시청률에서 극과 극의 반응으로 운명이 갈렸다.
JTBC ‘밥 잘 사주는 누나’ 손예진, SBS ‘훈남정음’ 황정음
손예진의 JTBC ‘밥 잘 사주는 누나’가 드라마 불모지인 밤 11시 방영되는 종편 금토 드라마임에도 시청률이 4.0%로 시작해 6.8%로 마감한 것은 물론 방영 내내 화제성을 놓치지 않았던데 반해 황정음의 SBS ‘훈남정음’은 밤 10시의 황금시대에 방영되는 지상파 드라마임에도 2주째 5%대 밑을 맴돌며 화제몰이 조차 못하고 있다.
손예진은 2010년 이민호와 출연한 MBC ‘개인의 취향’(2006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드라마 출연작이 멜로다. 특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인생작으로 꼽히는 멜로 SBS ‘연애시대’와 로맨틱 코미디 ‘개인의 취향’의 장점이 합해진 스토리로 SBS ‘상어’에서 쏟아졌던 악평을 뒤엎을 만한 역전이 가능했다.
반면 황정음은 SBS ‘끝없는 사랑’의 참패로 멜로퀸으로의 전향에 실패하고 KBS2 ‘킬미, 힐미’, MBC ‘그녀는 예뻤다’(2015년), ‘운빨로맨스’(2016년)까지 2년간 이어온 엉뚱하지만 정의로운 4차원 캐릭터를 ‘훈남정음’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작품의 운이라고 하기에 손예진의 한결 편안해진 연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달려온 36세 직장인 윤진아는 실제 배우라는 직업에만 올인 해온 손예진 본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자신이 믿어온 신념이 조직 논리에 흔들리면서 겪는 시련 역시 최근 몇 년간 그녀에게 쏟아진 연기 혹평과 다양한 장르에 출연해오면서 성장한 모습까지 현재 그녀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에 비해 황정음은 몇 차례 연기 변신에 실패한 이후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산만하지만 인간적인 4차원 매력녀 황정음 이미지를 무한반복하고 있다. 황정음 역시 이전에 비해 한층 깊어진 감정 표현으로 감정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여유가 생겼지만 극 중에서 이러한 변화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패션 역시 손예진이 사랑스러운 ‘페미닌 오피스룩’으로 2, 30대 직장인의 공감대를 높인 반면 극 중 캐릭터에 맞게 컬러와 디테일에서 ‘투머치 러블리룩’을 보여주고 있는 황정음은 완판녀라는 신화조차 ‘운빨로맨스’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손예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리얼리티에 충실했다. ‘예쁜 진아’라는 설정에 맞게 포멀룩 드레스코드를 유지하되 셔츠에는 쁘띠 스카프를, 하늘하늘 한 블라우스에는 데님 팬츠나 슬랙스와 매니시 재킷 혹은 코트로 마무리해 직장인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부상했다. 특히 그녀가 입고 나온 특정 아이템의 인기를 넘어서 ‘진아룩’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이어졌다.
황정음의 투머치 러블리룩 역시 극 중 캐릭터의 성향을 고려한 설정이다. 투머치 러블리룩은 ‘운빨로맨스’에서 정점을 찍었다. 미신을 신봉하는 캐릭터에 걸맞게 설정한 믹스매치 보헤미안룩의 캐릭터 해석력은 심보늬의 성향을 설명하기에 충분했지만 과장된 설정이 완판녀로서 그녀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유정음은 그에 비해 한결 데일리룩에 근접한 설정이어어서 드라마 성패를 떠나 완판녀로서 그녀의 영향력에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그러나 형광옐로 배기팬츠와 오버사이즈 데님재킷, 오버롤 데님팬츠와 힙색에 오버사이즈 재킷 등이 힙 지수에서는 높으나 극 중 유정음의 좌충우돌 성향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치여서 패션과 드라마 흥행의 시너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손예진에게 쏠리는 호평은 악평을 극복한 결과물이다. 희로애락이 마치 인스턴트 식품처럼 규격화돼있던 손예진은 여전히 그 틀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영화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를 통해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내는데 성공함으로써 한층 감정 표현이 자연스러워졌다.
그에 반해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이 요구되는 드라마에서 쉼 없이 달려온 황정음을 작품성이 앞서는 영화에서 자신을 단련해온 손예진과 동일선상에서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황정음은 시대극 멜로극 등에 출연하며 연기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2018년 현재 시점에서 황정음에게 실패의 낙인을 찍을 수 없다. 37세인 손예진은 정형화 된 연기가 극에 달했던 ‘상어’가 방영될 당시 나이가 32세였다. 아이돌로 출발한 황정음은 2005년 출연작인 SBS ‘루루공주’가 배우로 첫 작품이기는 하나 2009년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그녀의 모습으로 배우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는 없다.
단지 배우로서 황정음이 공감을 끌어내는 연기 변신을 이루고 손예진은 예쁜 손예진이 아닌 연기 잘 하는 손예진으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SBS ‘훈남정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