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그대’ 이유비 “비정규직 우보영, 선택받는 배우와 비슷… 공감했죠” [인터뷰]
- 입력 2018. 05.31. 18:16:43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최근 대부분의 드라마가 자극적인 내용과 빠른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면 ‘시그대’는 그들만의 향을 고수했다. 물리치료사와 방사선사의 일상을 담으며 상황과 어우러지는 시(時)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를 뿌렸다. 배우 이보영은 극 중 비정규직의 애환과 짝사랑하는 20대 청춘의 마음을 고스란히 안방극장에 전달했다.
이유비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시크뉴스 사옥을 찾아 최근 종영한 케이블TV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극본 명수현, 백선우, 최보림 연출 한상재, 오원택 이하 ‘시그대’)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유비가 분했던 우보영은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물리치료사지만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 곳곳에서 비정규직의 설움을 느껴야만 했다. 친절직원으로 꼽혀 해외 연수를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자격이 박탈됐고 계약 만료로 병원 기숙사에서 내쫓길 위험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 작품마다 계약을 해야하는 배우 역시 비정규직과 비슷하다. 이러한 측면에선 이유비도 우보영에게 많은 공감을 했다.
“보영이가 워낙에 ‘짠내’나는 캐릭터여서 저도 보면서 보영이를 응원하게 됐어요. 많이 이입이 됐죠. 배우도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이거든요. 뜻 하는 대로 되지 않고 저도 오디션에 많이 떨어졌고요. 하고 싶은 작품에 안 된 적도 많고. 하지만 보영이는 항상 시로 위안을 받고 오뚝이처럼 일어나니 그 모습이 좋았어요.”
이유비 또한 시를 좋아하고 시집을 즐겨 읽었다. 이는 ‘시그대’의 출연을 확정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유비는 몇 년 전부터 좋아하는 시가 있다며 직접 시를 찾아 읽어주기도 했다.
“황인찬 시인의 ‘무화과 숲’이라는 시를 가장 좋아해요.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시거든요. 어렵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감정이 확 드러나지도 않고. 이 시는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좋아요.”
이유비가 꼽은 구절은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였다. 그는 시를 보고 느낀 것을 고스란히 전하며 “덤덤하게 제 마음을 울렸다”고 말했다. 우보영이 지인들에게 시를 권해주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이 밖에도 이유비는 우보영처럼 눈물이 많다고 밝혔다.
“저도 보영이처럼 감정이입을 잘 하는 스타일이에요. 평소에도 눈물이 많거든요. 또 보영이가 자기 일에는 강해요. 자기가 안됐다고 해서 울고 좌절하지 않는데 그런 부분에선 닮았어요. 눈물이 많고 여리지만 일에선 중심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강하게 생각하는 모습이요.”
극 중 우보영은 대학생 때 신민호(장동윤)에게 고백했다 거절을 당하고 현재엔 예재욱을 짝사랑하다 연인관계로 진전된다. 신민호와 함께 있을 땐 밝고 풋풋한 모습을 보였던 우보영은 예재욱(이준혁)과 함께 있을 땐 영락없는 숙녀로 변했다. 무뚝뚝한 예재욱은 우보영 앞에서 다정했고 이는 ‘시그대’의 마니아층을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이준혁 선배와 촬영하면서 상대 배우한테 의지하고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처음 느꼈어요. 정말 좋았고 앞으로도 선배를 생각한다면 멋있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평생 들 것 같아요.”
자신이 우보영이라도 예재욱을 택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이유비다. 물론 예재욱과 심민호가 성격과 연애에서 전혀 다른 색깔을 지녔지만 마냥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예재욱으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어떤 연애가 좋은 연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드러냈다.
“심민호는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알콩달콩, 의지하고 의지 받는 친구 같은 연애를 할 것 같은 느낌이라면 예재욱은 너무 행복하게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입장을 선택하면서 조심스럽지만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어떤 연애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연애마다 색이 다르고 지금까지도 색깔이 다른 연애를 해왔고요. 그냥 다 추억이고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이유비에게 ‘시그대’는 말 그대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다소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드라마 팬들에게 응원을 받았고 이를 이유비도 느꼈다. 더불어 전작들에서 대본을 받고 연기를 하는 것에만 충실했다면 이번 ‘시그대’에선 다 같이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피노키오’나 영화 ‘스물’의 경우에는 제가 많이 만들어서 생각하고 뜻대로 한 게 많긴 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다 같이 한 느낌이 더 커요. 주연이라서 그런 것 일수도 있고요. 물론 제가 주연이라고 해도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제가 혼자 열심히 해도 잘 되지 않거든요.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데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참 감사하고 ‘시그대’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유비는 지난해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 촬영, JTBC 단막극 ‘어쩌다18’(극본 유수지 연출 김도형)에 이어 올해 ‘시그대’까지 쉬지 않고 연기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체력적으론 촬영 스케줄을 따라가기 버거워 공진단까지 먹어가며 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갈망은 엄청났다.
“계속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응원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책임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스스로도 일하는 게 즐겁다고 느끼고요. 사실 처음에 데뷔하고 나서는 마냥 즐거워요. 그런데 중간에 심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나랑 맞는 건가’ ‘내가 진짜 이 일을 좋아하는 건가’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난여름부터 작품을 쉴 새 없이 하고 있으니 즐겁더라고요. 다른 인물을 연기하니까 제가 살아있다고도 느끼고요.”
이유비는 연기를 하면서 타인으로 살아가면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 와도 연기를 통해서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연기에 대한 재미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첨언했다. 물론 힘든 시기가 찾아와 개인적인 고민이 쌓이기도 하지만 이유비는 스스로 감내하고 생각하며 성숙한 어른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었다.
“스스로 성숙해졌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다만 주변 사람들이 달라졌다고 얘기를 해요.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정적이고 혼자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우울감이 와도 벗어나려 발버둥치지 않아요. 제가 우보영처럼 금방 웃고 그래서 굳이 벗어나려고 하지 않거든요. 어떠한 감정이든 오롯이 느끼고 있는 것이 좋아요.”
올해로 29살인 이유비는 30살을 바라보고 있다.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이 지난날보다는 다르게 다가올 터. 그는 의미 있는 2018년을 보낼 생각이며 지금보다 더 차분해진 훗날의 모습을 기대했다.
“마지막 20대니까 의미 있게 보낸다는 말이 포괄적인 것 같아요. 그냥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아무것도 안 해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훗날엔 지금보다 더 차분해진 모습이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수다스럽고 밝았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더 말이 없어지는 걸 느껴요. 그래서 훗날엔 정적일 것 같아요. 딱히 어떤 계기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935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