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시스터즈' 이시강 "축구선수에서 배우로, 꿈을 이루는 삶 만족스러워" [인터뷰]
- 입력 2018. 06.01. 00:00:00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해피시스터즈’로 지상파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낯선 얼굴이지만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 든다. 맥도날드, KFC 매직박스, 쏘니, 서울시 홍보 영상 등 유명 브랜드의 광고에 한 번씩 얼굴을 비췄다니 익숙한게 당연한 듯 싶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지만 이시강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배우 이시강은 스스로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최근 시크뉴스 본사에서 SBS 일일드라마 ‘해피시스터즈’(극본 한영미 연출 고흥식 민연홍)에서 다정함과 냉철함을 오고가는 연기로 첫 지상파 주연작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이시강을 만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워질 때쯤 만났고, 더워지기 시작할 때 헤어졌다. 이시강은 사계절을 ‘해피시스터즈’ 민형주와 함께 보냈다. 오랜 촬영에 지쳤을 법도 하지만 종영은 그에게 아쉬움만을 남길 뿐이었다.
“외워야 할 것 같은데 외울게 없으니까 이상해요. 촬영했던 시간이 정말 행복했던 것만큼 후폭풍이 와요. 너무 좋은 사람들이랑 작업을 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얘기를 하세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랑 하면 200부작도 할 것 같다고. 후련함은 없어요. 너무 아쉽고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힘들어야 하는데 힘들지 않으니까요. 대사량이 정말 많아서 죽어라고 외웠는데 그 작업 자체를 즐겼던 것 같아요”
이시강은 연기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고 있을 때 ‘해피시스터즈’를 만났다. 최종 캐스팅의 문턱에서 수차례 좌절해야했다. ‘해피시스터즈’의 오디션 날 또한 다른 드라마의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날이었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PD님 추천으로 미팅을 보게 됐어요. 대본이 10권이 나와 있었는데 밤을 새서 이틀 동안 10권을 다 외웠어요. 제가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본에도 제 이름을 적어서 갔어요. 그런 부분이 좋게 보여졌던 것 같아요. 오디션 때부터 대본을 하나도 안 봤거든요. 그게 하고 싶으니까 되더라고요”
욕심은 있었지만 주연 자리에 캐스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컸다. 오디션은 두 달 동안 진행 됐고, 주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수차례 바뀌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불안감에 더해 압박감이 상당했다. 때문에 민형주가 최종적으로 이시강에게 떨어졌을 때의 고마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저는 매번 마지막에 떨어지던 아이였어요. 최종 두 명에서 떨어지고, 캐스팅 후에 번복된 적도 있죠. 주연을 오디션으로 뽑는다는 얘기를 사실 믿지도 못 했어요 처음에는. 오디션을 두 달 동안 보면서 주변 배역이 자꾸 바뀌니까 미치겠는 거예요. SBS 밖으로 나가고 싶고, 나가면 소리치고. 압박감이 컸죠. 그래서 ‘해피시스터즈’한테 너무 감사했어요. 저희 작품에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 모두가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고 살아남은 아이들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되게 친해졌죠(웃음)”
험난하다면 험난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손에 쥐게 된 기회였다. 이시강은 이 기회를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았다.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관계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전달 방법에 대해서 고민한 숱한 날들이었다.
“저는 발음에 되게 민감해요. 제가 추구하는 연기는 전달이 1번이에요. 뭐라고 하는지 일단 들려야 함께 울든, 웃든, 기분이 좋아지든 하잖아요. 저는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고, 대사를 전달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정말 리허설 전까지 대본을 죽어라고 보다가 들어가면 대본을 안 봤어요. 대사를 틀려서 하는 NG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연기자의 꿈을 꾸고 나서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던 연극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줬다. ‘해피시스터즈’를 하면서도 10편 이상의 작품을 볼 정도로 연극은 그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연극 ‘쉬어매드니스’에서 맡았던 오준수 캐릭터는 민형주의 냉철한 면을 표현하는데 도움을 줬다.
“‘해피시스터즈’에서 형주가 가끔 형사 같았어요. 그래서 가끔 ‘형주는 검사인가요?’ 이런 질문 많이 했어요. 범인을 잡으러 다니고 있고, 잡아서 취조를 하고 그런 끈적이는 연기를 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화영이랑 대립할 때도 그렇고. 그런 부분이 도움이 됐어요. 오준수에게서 가져온 호흡을 적절히 섞어서 썼는데 잘 먹힌 것 같아요”
극에서 민형주는 연인 윤예은(심이영)을 대할 때와 대립 관계에 있는 조화영(반소영)을 대할 때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냉정함과 따듯함을 넘나들었지만 그 간극에서 민형주의 매력을 발견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시강은 그 간극을 유지하기 위해 캐릭터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유지했다.
“화영이랑 나오는 신이 되게 좋았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저희 촬영 들어갔을 때는 장난 아니었어요. 화영 씨한테 지금은 말을 놨는데 그때는 말을 아예 안 놨어요. 둘이 들어가면 노려보는 걸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안 지려고 했어요. ‘내가 얘를 어떻게 죽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웃으면서 할 수 있게 연구 되게 많이 했어요. 늘 새롭게 그 친구를 대하고 싶었고, 새롭게 몰락시키고 싶었어요. NG도 잘 안 냈어요. 몰입이 잘 돼서. 감독님도 화영이랑 저랑 붙어 있으면 너무 재미있다고 좋아하셨어요”
각기 다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대하는 화술적 차이도 이시강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정함, 무심함, 냉정함, 분노 등 다채로운 감정을 표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재미가 컸다. 이시강은 ‘해피시스터즈’를 “죽을 때 까지 못 잊을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했던 작품들이 모두 소중하고,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작품이기는 하지만 ‘해피시스터즈’라는 작품 자체가 지상파 첫 주연작이었어요. 처음으로 대중에게 이시강이라는 배우를 알려준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니까 조금 더 애정이 가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작품을 해서 잊지 못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걸 계기로 더 좋은 배우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크게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가슴 한 쪽에 자리 잡고 있을 것 같아요. 대본도 200권이 넘는데 박스에 정리해서 집에 놔뒀어요. 정말 너무 큰 사랑을 받았죠. 팬분들에게 감사하더라고요”
그저 가만히 기회를 기다리다 얻어 걸린 작품이 아니었기에 결과는 달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교때까지 매진했던 축구를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했다. ‘거침없이 하이킥’ 단역을 시작으로 촬영장을 찾아다녔다. 일본어를 잘 한다면 일본으로 가는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군대에서 일본어를 독학했다.
그렇게 50만원만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무모한 도전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는 기회를 찾았고, 아이돌 그룹 키노로 데뷔했다. 일본에서의 가수 생활은 풍족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이시강은 풍족한 생활을 뒤로 하고 또 한 번의 기회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와서 찍은 100편의 광고는 기회를 찾는 그의 열정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CF 100편 정도 찍었어요. 저는 회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광고 에이전시를 돌아요. 드라마 미팅이 끝나면 에이전시에 들렀다가 집에 가요. 회사가 있지만 회사는 드라마를 잡는데 매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광고 에이전시에 가서 할 일은 그냥 자기소개 영상을 남기고 현재의 모습을 남기면 되는 거거든요. 그건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 시간에 회사는 드라마를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고요. 에이전시가 되게 많은데 쉬는 날에 혼자 돌아요. 단언컨대 광고 에이전시에서는 이시강 모르는 사람 없을 거예요”
여전히 이시강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낸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기 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 그를 바삐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 연기자라는 꿈이다.
“제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는지 배우가 되고 싶었는지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저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면 연기를 잘 해야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다보니 연기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제 자신과의 다짐, 도전, 그리고 저의 기대에 부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의지가 가장 강한 것 같아요”
이시강은 축구선수에서 가수,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했던 자신의 과거를 “정말 미친 행동이었다”고 말한다. 안정된 삶을 버리고 보장되지 않은 삶을 택했다. 여전히 그는 안정적이었던 과거 대신 불안정한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
“너무 만족하죠. 꿈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제가 이번 작품으로 인해서 엄청 잘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보다 저를 배우로 봐주시는 분들이 생겼으니까 감사한 일이죠. 작품이 잘 됐다고 제가 잘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기고,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으니까 잘 하는 사람이 되면 누군가는 절 써줄 거라고 생각해요. 조바심이 나지는 않아요”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