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인기의 가늠자 스타패션, 노출은 이제 그만
입력 2018. 06.11. 10:34:24

JTBC '미스 함무라비' 고아라, KBS2 '슈츠' 장동건, JTBC '미스티' 김남주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패셔니스트(fashionist)는 뛰어난 패션 감각과 심미안으로 대중의 선망을 받으며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대체로 한 분야에서 유명세를 얻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패션은 산업 경제 분야는 물론 대중에게도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연예계 스타들의 패션은 그가 활동하는 영화나 드라마 출연, 무대의상에서 독특한 이름값을 한다. 완판패션, 공항패션, 노출패션 같은 이름으로 주목받으며, 그들의 활동분야의 인기를 오르락내리락 주무르기도 한다.

법정드라마의 교과서로 불리는 JTBC ‘미스 함무라비’의 초반 인기는 신참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의 파격 패션이 이끌었다. 출근 둘째날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한 박차오름은 근엄하기 이를 데 없는 법원 안팎을 뒤집어 놓는다.

부장판사(성동일)가 “판사로서 옷차림이 이게 가당키나 해? 막 화려하고 막 치마도 짧고!”라고 화를 내자, 그는 “법관 윤리강령에 치마길이 규정이 있나요? 법원 조직법에 있나요?”라고 대꾸한다. 파격 패션이 드라마의 향후 전개를 예고하는 장면이다. 바로 ‘법원의 변화’이다.

장동건. 모두가 인정하는 연예계 대표 미남이며 캐스팅 1순위의 정상급 스타다. 그런 그가 영화 ‘7년의 밤’에 출연하면서 인기가 급전 직하했다. 흥행 참패가 원인이다. 그의 인기를 KBS2 ‘슈츠’가 바로 회복시켰는데, 스타 패션이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슈츠’에서 장동건은 최고 로펌의 냉정한 에이스 변호사이자 정장(슈트) 맵시가 멋진 최강석 역할을 맡았다. 극중 “슈트는 변호사의 갑옷”이라는 그의 주장처럼 장동건의 빠른 인기 회복은 연기보다 돋보이는 패션이 큰 몫을 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슈츠’는 슈트 입은 장동건이 살렸다”라고 했다.

올 상반기 드라마 가운데 손꼽히는 수작인 JTBC ‘미스티’. 이 드라마의 주인공 김남주는 패션 스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메인 뉴스의 앵커로서 매회 커리어 우먼의 완벽함을 과시한 그의 패션 감각은 뛰어났다.

방송국의 메인 데스크에서는 딱 떨어지는 슈트를 착용하고 외부에 나가거나 뉴스를 진행하지 않을 때는 세미 정장을 주로 입었다. 큰 키에 날씬한 그의 장점을 최대한 업 시키며 등장했다. 노멀한 슈트 하나를 입어도 그만의 스타일로 카리스마 넘치게 역할을 소화해냈다.

모두가 패션 스타가 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민망한 패션으로 팬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레드 카펫 행사에서 보여주는 노출패션이다. 어떻게 하든 튀어보겠다는 목적하나로 보여준 영화제 개막식 노출 패션은 대개 실패한다. 오죽하면 주최측이 “자제해달라”는 주문을 할까. 많이 노출한다고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걸그룹들의 과감한 의상도 종종 입방아에 오른다. 티저 영상이나 화보에서 보여주는 멤버들의 노출 패션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특히 신인 그룹이거나 무명 그룹들이 경쟁적으로 노출에 열을 올린다. 한 걸그룹은 티저 화보에서 란제리를 입고 허벅지, 가슴골, 엉덩이 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며 과감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실상 성인화보와 다를 게 없다.

걸그룹이 이처럼 치열하게 '노출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뭘까. 한국 연예계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처음에는 잘 안 먹히기 때문이다. 걸그룹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에 지치기 시작한 팬들이 “섹시 콘셉트에 눈길을 보내고 있어 어쩔 수 없다”란 변명을 내세운다.

중소 연예 기획사에서 내놓은 데뷔 그룹이거나, 데뷔 후 성과를 보이지 못하던 비슷비슷한 이미지의 후발 걸그룹들은 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기가 바로 '섹시 콘셉트'다.

너도 나도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다 보니 갈수록 걸그룹의 노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0, 20대 어린 멤버들이 속옷과 망사 스타킹으로 신체를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채찍 등 성인용품을 드는 모습을 연출하는 ‘19금 콘셉트’는 지나치다.

섹시 이미지를 내세워 당장 대중들의 눈길을 모으는 마케팅은 쉽지만 그룹의 수명을 단축시킬 위험이 더 크다. 새로운 트렌드를 구축하려는 창조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성공적인 패셔니스트들의 특징은 남들이 시도해 보지 않았던 패션과 스타일링에 있다. 스스로에게는 큰 즐거움이어야 하고, 타인의 시선에서는 편안해야 한다. 자신에게는 ‘나만의 표현’이자, 주위의 시선을 압도하는 쾌감도 안겨 주어야 한다.

미디어 패션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스타 패션에 개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빌리언브레인 그룹의 대표 감독인 데니 김은 “어디선가 보았던 것들이 지난해에도 올해도 가득하다. TV를 틀면 남여배우 불문하고 아침드라마에 하고 나온 패션과 메이크업 그리고 헤어스타일이 주말연속극에서도 거의 똑같이 나온다. 콘셉트 이해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창의력이 원인이다.”라고 분석한다.

패션에 관심 있는 팬들 입장에서 가장 지루한 일은, 멋지지 않고 개성 없고 비슷한 것들을 보는 일이다. 그렇다고 팬들이 파격 패션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팬들은 스타들 스스로가 멋진 패션 감각을 찾고, 지루한 패션에서 탈피하기를 바랄뿐이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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