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판타지드라마의 함정, 꿈은 이루어진다?
입력 2018. 06.25. 10:10:30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사람은 누구나 꿈을 지니고 산다. 꿈이 현실이 되지 않더라도 꿈을 꾸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꿈대로 살 수는 없지만 꿈꾸면서 살 수는 있다. 꿈은 종종 사람들을 다른 세상으로 이끈다. 그래서 TV드라마가 그려내는 환상의 세계에서 대리만족을 얻는다.

판타지드라마가 인기다. 판타지드라마는 초현실적인 인물과 사건을 그리는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에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물리학과 생물학의 일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런 드라마의 시청률은 비현실적인 것을 시청자에게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제작진의 실력 여부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된다.

요즘 안방극장에서 방송중인 tvN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타임’(연출 김형식, 이하 ‘어바웃타임’), JTBC ‘스케치’(연출 임태우), KBS2 ‘너도 인간이니?’(연출 차영훈 윤종호)는 초능력을 동원하거나 시공간을 변형 조작하고, 물질세계를 직접 창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판타지드라마이다.

‘어바웃타임’에는 수명 시계를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 미카(이성경)가 주인공이다. 영어로 어바웃타임(About Time)은 “더 일찍 ~했어야 했다”란 뜻이 담겨 있다. 사람이 언제 이 세상과 작별할 것인지를 안다면, 더 일찍 사랑하고 봉사하고 열심히 살고 했어야 했다는 의미인데, 드라마는 철학원 도사나 무속인들의 ‘점괘’로나 해결될 황당무계 그 자체다. 설정 자체의 황당함 때문인지 시청률은 1~2%대에서 허덕이고 있다.

‘어바웃 타임’은 동명의 영화로는 흥행에 성공했다. 2013년에 개봉한 영국의 로맨틱 코미디영화인데 국내 개봉에서 관객 339만명을 동원하며 인기리에 상영됐다. 영화에서는 미래에서 자신의 과거를 변경할 수 있는 시간 여행이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젊은 남자가 주인공이다. 드라마처럼 상대역인 이성과의 사랑이야기가 기둥줄거리이다. 영화의 성공은 판타지에 한계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역사를 변경하거나 여신은 만날 수 없다는 전제를 두었다. 초능력이지만 개연성을 부여한 것이 드라마와 다르다.

‘스케치’는 로맨스 대신 수사기법에 판타지를 연결했다. 예지능력을 지닌 여형사 유시현(이선빈)이 주인공이다.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그가 예지능력으로 스케치하고, 이를 단서로 수사에 나서는 수사팀의 활약을 그렸다. 그가 그린 그림이 72시간 안에 현실의 사건이 되어 나타난다는 설정이니 이 또한 황당 콘셉트가 아닐 수 없다. 역시 개연성 부족이다.

‘스케치’ 제작진은 아직도 정의가 구현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초능력을 주인공에게 부여했다. 판타지드라마는 당연히 현실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 이 드라마는 개연성이 부족함에도 계속 시청자에게 공감을 강요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히려 황당 설정 그대로 무협드라마 기법을 전이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너도 인간이니?’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 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인간을 믿을 수 없다”는 전제로 드라마는 출발했다. 그리고 비주얼, 피지컬, 매력까지 다 갖춘 미친 사기캐릭터 남신Ⅲ(서강준)를 등장시켰다. 그는 꼭 사람 같은 인공지능로봇이다. 그가 내 곁에 나타난다. 무엇보다 편리하고, 누구보다 따뜻하며, 인간보다 인간다운, 그런 로봇이 평생 나를 지켜준다. 꿈같은 내용이다. 판타지드라마의 대표작이다.

‘너도 인간이니?’에서 로봇은 악의 세력에 맞선다. 로봇이니까 초능력도 다른 판타지드라마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나다. 우리는 꿈을 꾸기 위해 판타지드라마에 열광한다. 끝내 인간의 초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판타지를 과학의 힘을 빌려 완성하려 든다.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그런 연구는 계속되고 있고, 어느 정도 현실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점은 판타지드라마의 꿈이 의로운 데에서 옳은 데에서 이루어져야 할 터인데, 불의한 데에 쓰일까 하는 점이다.

투명의상을 갖고 싶다거나, 다른 인물로 바뀌는 페이스오프를 꿈꾸거나, 그래서 종래는 인간을 적으로 생각하도록 입력된 천하무적 로봇이 등장까지 하는 판타지드라마는 바람직하지 않다.

산문으로 된 이야기는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겨 두지만, 드라마는 우리의 상상력이 일으키는 환상을 우리 눈앞에서 만들어낸다. 판타지드라마는 인간의 두려움과 욕망을 투영시키고, 또한 시청자의 의식적이고도 무의식적인 기대감이 해방되고 만족감을 느끼는 상황을 객관화시킨다. 꿈대로 살 수는 없지만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판타지드라마가 우리의 꿈을 대신할 수 있지만 그 꿈은 지극히 평범한, 누구에게나 현실 가능성이 있는 꿈이어야 한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tvN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타임', JTBC '스케치', KBS2 '너도 인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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