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마녀’, 통쾌한 액션을 위한 고진감래
입력 2018. 06.26. 20:35:52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악하게 태어난 사람은 자란 환경에 따라 가지고 태어난 본성을 버릴 수 있을까. 이의 질문을 가지고 시작한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는 관객들에게 하나가 아닌 여러 문제와 답을 제시하며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핏빛으로 물들은 보육시설. 끔찍함이 휘몰아치고 난 후인 어느 시설엔 아이들이 피범벅으로 쓰러져 있고 아직 목숨이 붙어있었던 아이 마저도 말살하겠다는 듯 모조리 사살한다. 전쟁 같은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구자윤(김다미)은 어느 농가로 몸을 피하고 노부부의 보살핌 속에서 기억을 잃은 채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자란다.

알츠하이머 병으로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양어머니, 이를 걱정하는 구자윤은 직접 외국 논문을 찾아보고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가족들은 구자윤이 방송에 노출되는 것을 걱정스러워하는 눈치다.

급하게 서울 예선이 결정되자 구자윤은 친구 명희(고민시)와 함께 서울행 기차를 타고 시골을 떠난다. 방송 출연에 들뜬 구자윤과 명희가 농담거리를 주고받던 때, 이를 듣고 있던 의문의 남성 귀공자(최우식)는 구자윤에게 “그새 이름도 생겼어?”라고 묻고 자꾸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냐고 묻는다. 심지어 얼굴을 가격하려 위협하기도 한다.



많은 것을 담고자 하고 상세하게 표현하고 싶었으나 모든 것을 담기에는 부족했을까. 속편을 염두하고 제작을 한 ‘마녀’의 전반부는 지나치게 상세하고 천천히 전개된다. 그러나 아이들을 몰살하는 이유, 미스터 최(박희순)의 정체와 신체 결함의 이유는 마지막까지 설명되지 않고 흘러가 의문을 자아낸다. 급기야 극의 후반부엔 극 중 캐릭터가 상황을 독백으로 설명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마녀’의 후반부 즐비한 화려한 액션은 이러한 것들의 아쉬움을 날려버린다. 수년간 연마한 기술이 아닌 인간 이상의 것을 소화하는 구자윤과 귀공자의 액션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또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련된 카메라 워킹, 적절히 흘러나오는 OST는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더욱 몰입케 한다.

신예 김다미는 의심할 것 없이 ‘마녀’를 탄탄하게 이끌고 나간다. 한 순간도 의아함 없이 모든 상황에 녹아들고 적격인 듯 한 연기를 펼친다. 더불어 후반부 연신 웃음을 띠며 잔인하고 고난이도 액션 스킬을 소화할 땐 섬뜩함 마저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영화 ‘거인’으로 영화제를 휩쓸었던 최우식은 이번 영화에서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로 변신에 성공했다. 더 이상 최우식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와 함께 전체적으로 무거운 톤으로 흘러가는 ‘마녀’를 중화시키는 역을 하는 신예 고민시의 활약도 눈에 띈다.

여성향 액션 영화로 ‘악녀’ ‘공각기동대’ ‘루시’ 등과 비교됐던 박훈정 감독의 ‘마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는다. 박훈정 감독만의 세련된 연출, SF를 다루고 있지만 현실적인, 그리고 철학적인 소재를 담아 차별화를 꾀한다.

박훈정 감독은 성선설과 성악설에서 ‘마녀’가 출발했다고 밝혔다. ‘마녀’에서 선함 혹은 악함으로 태어난 자가 누구인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본인의 의도대로 삶을 개척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극을 관람한다면 지루하지 않은 전반부, 더욱 통쾌한 후반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마녀’는 15세 관람가로 전국 절찬리 상영 중이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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