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츠’ 고성희 "거침없는 지나, 저와 닮아 더 애착 갖고 연기했죠" [인터뷰]
- 입력 2018. 06.27. 07:03:0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아직 종영이 실감나지 않아요. 열린 결말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 시크뉴스 본사를 찾은 고성희는 ‘슈츠’의 시즌 2가 제작되기를 희망하며 일정만 허락한다면 기꺼이 출연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고성희와 최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슈츠’(극본 김정민, 연출 김진우 권영일, 제작 몬스터유니온·엔터미디어픽처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NBC유니버설(NBCUniversal)의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슈츠’는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와 천재적 기억력을 탑재한 가짜 신입변호사의 브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다. 고성희는 미국드라마 ‘슈츠’에서 메건 마클이 연기한 레이첼 제인에 해당하는 능력 있는 패러리걸(법률사무 보조원) 김지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패러리걸이라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직업은 그녀에게도 낯설었기에 원작 캐릭터의 업무적인 부분을 보며 이해했다. 직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이나 매력 역시 원작을 보며 연구했다.
“처음엔 그래도 많이 연구하며 봤는데 막상 대본을 보니 안 봐도 되겠더라. 사실 매력, 성격이 너무 달라 내가 김지나라는 인물을 만들 좋은 기회였다. 원작에서는 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느낌이었다면 지나의 경우 좀 더 거칠고 톡 쏘고 개그 욕심 이 있어서 약간 재미 요소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원작보다 지나라는 인물이 잠깐 나오더라도 그 장면에서 좀 재미있고 통통 튀는 매력을 주고 싶어 그 부분에서 좀 더 고민했다.”
고성희와 지나는 감정에 최대한 솔직한 편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솔직하게 좋다고 말하는 편인 그녀는 자신과 닮은 지나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 했다. 대본에서 지나의 거침없는 표현과 용기 있는 모습을 본 고성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그녀는 지나의 개그 욕심, 조금은 욱하는 면, 술을 좋아하는 점 등이 자신을 닮아있다고 생각했기에 지나에게 더 애착을 느끼고 즐기며 연기했다.
“솔직히 드라마를 촬영하며 어려움이 별로 없었다. 처음으로 정말 즐겁게 촬영한 것 같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내 역할 자체가 그런 분위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그게 감사 하다. 좋았던 장면도 정말 많다. 말할 때마다 다른데 오늘은 ‘토끼 이야기’를 했던, 처음 술 마신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 술이 마시고 싶은지(웃음) 그 장면이 생각난다.”
조감독을 비롯한 주변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고성희를 만난 PD는 주변의 추천에 그녀를 궁금해 했고 케이블TV tvN 드라마 ‘마더’를 촬영 중이었던 고성희는 대본도 안 본 상태에서 PD에게서 ‘지나는 고성희’라는 말을 들었다.
“그냥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촬영)하면서 얻은 행복한 에너지를 지나라는 인물을 통해 뿜어내고 싶었다. 고민한 지점 가장. 연우(박형식)와 진아 사이에 아직 풀어나갈게 많은데 오히려 에필로그처럼 끝나버린 게 아쉽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자유롭게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엔딩이 이렇게 됐기에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실제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박형식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호흡을 맞췄다. 두 캐릭터 사이의 이야기는 원작보다는 좀 더 한국 정서 맞게 표현됐다.
“초창기에는 이렇게 로맨스 진도가 많이 나갈 거라 생각 못할 정도로 천천히 흘러갔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순간 진행돼 깜짝 놀랐다. 팬들이 좋아해주셔서 더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박형식 씨는 사실 출연한 작품은 못보고 예전에 예능으로 많이 봤다. ‘순수하고 착하고 귀여운 친군가?’ 했는데 실제 함께 작업해보니 굉장히 어른스럽고 에너지가 넘친다.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오히려 팀원에게 힘을 주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대단하더라.”
극 중 지나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실제 고성희 역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연애 스타일에 있어서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지나와 나의 연애 스타일은 물론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편이다. 나도 사랑을 시작하면 굉장히 표현을 많이 적극적으로 한다. 싸우며 정말 화나면 화를 내고 사랑하면 사랑을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지나와 달리 시작을 좀 두려워한다는 거다. 그래서 시작을 좀 기피하는 편인데 그래도 데이트는 한다.”
대사가 많은 미드를 리메이크한데다 법률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드라마였기에 특히 두 남자 주인공의 대사분량은 많고 난이도는 높은 편이었다. 고성희 역시 난이도 있는 대사를 피해갈 순 없었다.
“형식 씨도 잘 외우는 스타일인데 나도 사실 대사를 꽤 빨리 외우는 편이다. 확실히 전문용어가 들어가니 외우기 쉽지 않더라. 형식 씨의 경우 놀라웠다. 나도 잘 외우는 편이지만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극 중 지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시험공포증으로 인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처를 안고 있다. 실제 고성희에게는 어떤 것이 공포로 다가올까.
“엄청 특별한 공포는 없다. 고소공포증이 좀 심한 편이다. 약간의 폐쇄 공포도 있다. 예민해진 건지 요즘 들어 느낀다. 지나 처럼 인생이나 꿈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공포는 없다.”
‘슈츠’는 두 남자 주인공의 브로맨스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작인 미드에서는 도나 폴슨(사라 라퍼티)과 레이첼의 워맨스(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로맨스를 뜻하는 '워먼'과 '로맨스'를 합친 신조어)도 엿볼 수 있는데 리메이크작인 국내 작품에서는 도나 폴슨에 해당하는 인물인 홍다함(채정안)과 지나의 워맨스를 보여줄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채정안 선배는 재미있고 따뜻하고 잘 챙겨주신다. 우리끼리도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드라마에서는 많이 못 붙었다. 특히 진희경 선배님의 경우 마주친 적도 거의 없어 아쉽다. 혹시 시즌 2를 하게 된다면 여자들의 멋진 모습도 많이 보여줬으면 한다.”
쟁쟁한 선배들과 한 작품에 출연한 그녀는 부담을 느끼기 보단 마냥 좋았단다. 그녀에겐 ‘슈추’의 촬영장이 좋은 선배들과 함께해 감사함과 영광스러움을 느끼는 곳이었다.
“늘 형식 씨와 붙어서 (선배들을) 잘 못 뵙긴 했는데 늘 보고 싶고 촬영이 겹치면 신났다. 워낙 좋으시고 나로서는 감사하고 영광인 현장이었다. 장동건 선배님은 워낙 처음엔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었는데 존재만으로도 우리 작품에 안정감을 줬다. 무게중심이었고 과묵한데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고성희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거의 처음으로 애드리브에 도전했다. 상대역인 박형식이 잘 받아줬고 PD 역시 배우가 원하는 대로 용기 내어 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똥 멍청이네. 천재라고 하더니’라고 해놓고 ‘저녁 뭐 먹지?’라고 한 부분도 사실 애드리브였다. 애드리브가 꽤 많았다. 재미있게 했다. 애드리브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한데 우리 작품은 촬영장에서 뭘 해도 많이 웃어줘서 할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2월 영화 ‘분노의 윤리학’으로 데뷔한 그녀는 어느덧 6년차 배우다. 같은해 12월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주인공 이연희의 라이벌인 김재희 역을 맡아 거의 데뷔와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데뷔 초 크게 주목 받은 것에 비해 주춤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활동을 이어오며 안정된 연기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지는 시점인 것 같다. 일에 많이 집중하고 일에서 삶의 낙을 많이 느낀다. 연달아 작품을 해서 육체적으로 살짝 지치는데 그래도 달리고 싶은 의지가 강한 만큼 현재 일에 미쳐 있는 것 같아 좋다. 에너지를 쏟는 만큼 듬뿍 받고 있는 것 같다.”
‘슈츠’는 그녀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촬영 중간에 친구와 내려간 속초의 시장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확인하고 정말 많은 시청자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본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거의 처음으로 신나게 즐겁게 힐링하며 촬영한 작품인 것 같다. 정말 많이 사랑해 주셔서 덕분에 오히려 즐겁게 하루하루 촬영할 수 있었다. 힘도 많이 났고 ‘마더’에서 받은 응원과 또 다른 느낌의 응원을 받았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보답할지 고민이다. 최대한 빨리 보답 노력할 생각이다.”
고등학교 때 모델 일을 하면서 영상 속에서 좀 더 자유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모델 에이전시에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배우로 데뷔했고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았다.
“데뷔 초 주목받은 것에 대해선 기적적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와 닿진 않았다. 내게 온 기회들이 귀하고 감사했지만 조금은 무거워했던 것 같다. 데뷔 후 2년 반 정도 쉬지 않고 일하며 당시 부족한 것도 많았고 내가 가진 것보다 많은 기회가 온 걸 알았다. 거기 못 미치는 자신에 대해 자책하고 위축됐다. 그 시간을 빨리 겪어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데뷔 땐 아닌 척 했지만 코앞의 기회에 일희일비 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 건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다. 당장 얼마나 빛나고 인기를 얻는가 하는 건 당장 내일이라도 사라질 수 있는 거다. 대신 오랫동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 가고자 하는 길은 늘 똑같은 것 같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많이 변했다. 데뷔 초엔 일도 중요하고 개인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일에서 얻는 행복이 더 크다.”
지금의 고성희는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크다. 하나하나 필모를 잘 쌓아가고 싶다는 그녀는 눈앞의 일에 조급해 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생각이다. 좀 더 멀리 보며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될 때 까지 어떻게 가야할지, 어떻게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갈지 고민한다.
“이번에 로맨스를 너무 짧게 간보듯 해서 좀 더 로맨틱코미디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캐릭터 역시 지나가 잘 갖춰진 느낌이었다면 좀 더 흐트러진 좀 더 가꾸지 않아도 되는, 오랜 친구들이 아는 제 모습을 연기에 묻어나게 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실제의 제 모습은 걸걸하고 거칠거든요. 걸크러시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도 괜찮지 않을까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